퓨얼셀·솔루스독립후몸값급등…인적분할이‘신의한수’
지주사지배력강화…재무구조개선채권단,두산重에3.6조자금지원결실지난 4월 두산그룹은 산업·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에 두산중공업이 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갖출 수 있도록 3조원의 자금을 확보하겠다는자구안을 제출했다. 이후두산그룹은신속하게 자산을 매각하고 유상증자에 성공한 덕에 1조42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5개월 만에 자구안의 반환점을 도는 데 성공한 셈이다.다만 두산그룹은 향후 자구안의 나머지 절반을더 이행해야 한다. 두산그룹이 단시일에 ‘절반의 성공’을 거둘수있었던원인과앞으로남은과제를살펴본다. <편집자주>
두산그룹구조조정과정에서가장결정적인시점은올해 4월 채권단에 자구안을 제출하고 이를 승인받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자구안을 승인받은 결과, 두산중공업은채권단으로부터총 3조6000억원의자금을 지원받았다. 연내 4조원을 넘는 채무를갚아야 할 두산중공업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구사일생인셈이다.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이보다 6개월 전인 지난해 10월이다. 자구안 승인에못지않은 중대한 사건이마무리됐기때문이다. ㈜두산의인적분할로두산퓨얼셀과 두산솔루스가 출범한 것이다. 두 신설법인은 이후 그룹의구조조정과정에서상당한 역할을 해냈다. 그 결과, 당시의인적분할이 ‘신의 한수’가 됐다는분석이나온다. 재계에서는유동성위기설이본격적으로 불거지기시작한 시점에서인적분할이 단행됐다는 점에서 위기를 사전에인지한그룹이일종의 대비책을 세운 것이라는 후문마저들릴정도다.
지난해 10월 ㈜두산이 인적 분할된 덕에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는 두산퓨얼셀과 두산솔루스의 지분(보통주·우선주 합산) 44.64%를 소유하게 됐다. 인적분할은 존속회사의주주들이존속회사의지분율만큼 신설(분할)회사의지분을그대로보유하는방식이기때문이다.
인적분할의결과 오너일가는 ‘㈜두산→두산중공업’으로이어지는주요지배구조를흔들지않고서도 활용할 수있는 카드를 쥐게 됐다. 이후 두산퓨얼셀과 두산솔루스의몸값이급등하면서덩달아카드의가치도치솟게됐다. 실제지난해10월 5510원으로 출발했던 두산퓨얼셀과 두산솔루스의주가는 이달 21일 종가 기준 각각 4만6550원과 3만9400원으로약 7~9배나 뛰어올랐다.
두산퓨얼셀은신재생에너지인수소를활용한연료전지 사업을, 두산솔루스는 전기차 배터리의전
지박 사업을담당해국내뿐아니라전세계가주목하는 사업을 영위하고있었던 덕이다. 기계·부품·유통등여러사업을 한꺼번에진행하는㈜두산의사업부로 있을 때와 달리 독자법인으로 거듭나면서미래성장가능성이높게평가됐다.
몸값폭등덕에두산솔루스는자구안이행에직접적으로 큰 공헌을 했다. 지난 4일 ㈜두산과 오너일가는 스카이레이크 에쿼티파트너스에두산솔루스보통주 52.93%를 총 6986억원에 매각했다.이는두산그룹이마련하겠다고약속한 3조원의자금중23.29%에해당하는수준이다.
아울러두산솔루스의낭보 덕인지 두산그룹의자산매각도순항하고 있다. 두산그룹은최근두산모트롤사업부를 매각했으며, 21일에도 두산타워를8000억원에매각하는데성공했다고밝혔다.
두산솔루스가 자금을 확보하는 데활용됐다면두산퓨얼셀은두산중공업의재무구조를개선시키는데활용될것으로 보인다.㈜두산이보유한두산퓨얼셀보유 지분(보통주·우선주 합산)전량인 16.78%를두산중공업에넘기는방식을통해서다.대신㈜두산은그만큼두산중공업의지분을확보하게된다.
현물출자가 마무리되면 ㈜두산→두산중공업→두산퓨얼셀의 지배구조가 완성된다. 이번 조치로 ㈜두산은 두산중공업에대한 지주사의지배력을강화할수있으며,미래성장가능성이높은두산퓨얼셀을통해두산중공업의재무구조가개선되는효과도나타날것으로보인다.
이에앞서오너일가는 두산퓨얼셀 지분 23%를두산중공업에무상증여했다. 이를 통한 자본확충효과로두산중공업의재무구조가직접적으로개선될것으로 보인다.아울러대주주가직접사재를출연했다는명분을챙기는데도성공했다.
결과적으로 그대로 뒀다면㈜두산의단순 사업부에불과했을 두산퓨얼셀과 두산솔루스를 적절한 시기에인적분할한 덕에오너일가는 자구안이행과 사재출연을손쉽게달성했다. 이과정에서오너일가의㈜두산과 두산중공업에대한 지배력은오히려더욱강력해질전망이다.
재계관계자는 “쌍용차나 금호아시아나 사례처럼대기업그룹의구조조정은 쉽지않은 경우가 많지만두산그룹은주위의우려를불식시키면서순항하고 있다”며“두산그룹의성공은채권단의굳건한신뢰와 더불어 두산퓨얼셀·솔루스 분할이라는 신의한수가있었기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