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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몸이아니다

- 다석전기집필=다석사상연구회회장박­영호증보집필및편집=이상국논설실장@아주경제‘정신가치’시리즈편집팀

노자 도덕경은, 춘추전국의난세에등장­해‘치세(治世)’의 길을일깨워주는 리더십바이블로 자주읽혀왔다.이경전에대한이같은이­해가틀렸다고말할수는 없다. 노자는그 시대로선상상하기도어­려웠을 파격적인‘신의 리더십’을 거론하고있는게분명하­기때문이다. 국가 지도자의도(道)와 덕(德)을 말하면서, 그 벤치마킹할 대상을 ‘신(神)’으로 삼고있다는점은독창적­이다.

그신은고대에유행했던­애니미즘이나토테미즘­의신이아니었고, 초인적인 인격신(人格神)도 아니었다. 노자의신은, 만물을일궈낸우주의허­공이었다. 그허공은절대세계에속­해있고인간을포함한만­물은 상대세계에속해 있어서, ‘도(道)’를 통하지않으면허공의뜻­을알수없다고 보았다. 류영모는허공을 뜻하는 현(玄)이 ‘검’과 같은 말이며, 우리말로표현하면하느­님이라고했다.

“선조들은 하느님을 검이라고 했다. 단군신화에나오는곰도­검의뜻이다. 가락국을세웠다는금수­로왕도 검의자손이란 말이다. 우리가 말하고듣고하는것도이­속에있는검이알리니까­그런것이다.검이하지않으면할수없­다. “(다석류영모어록)

노자는 천지만물을 만들어낸 허공의뜻이야 말로 인간 세상 최고의리더십이라고 밝혔다. 상대세계에사는 인간이, 절대세계의허공의뜻을 어떻게알 수 있을까. 노자가 접근하는 방식은 간명했다.상대세계에 사는 인간이 자신이 상대세계에 살고있다는 사실을 철저히 깨달으면, 상대세계의모순과 한계를 읽어내고 그것을 극복하여절대세계허공­의뜻을따라갈수있다고 믿었다. 도덕경은그걸말하는책­이다.

세상의모두가 ‘아름다운 것이아름다운 것’이라고알지만 사실은 추한 것일수 있다. 모두가 ‘선한것이선한 것’이라고 알지만 사실은선하지않은것일­수있다.

인간은 자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이 절대적으로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것보다더아름다운것­이등장하면그건아름다­운것이아니라추한것일­수 있다. 신데렐라가등장하자그­의새엄마가 추녀로 여겨지는 게바로 그것이다. 어떤아름다움도상대적­인것일 뿐이다. 이세상에절대적인아름­다움은없다. 아무리아름다운것도시­간이지나면추해질수 있다. 세월을이기는아름다움­은없다고우린말하지않­는가. 하지만,인간은한때의아름다움­에취해그것이절대적인­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절대적이라고 생각하는 가치는 모두가 상대적이고 잠정적이고 주관적인것일뿐이다. 미(美)만 그렇겠는가. 선(善)도 마찬가지다.류영모는 말했다. “이 세상에는 흔히이만하면 미(美)지, 선(善)이지하려고한다.이세상에는(절대적인)진선미가 없다.”

노자는1장에서 도(道, 진리)조차도 상대적인세상인인간세­계에선한결같을 수없다고 말했다. 그명칭들 또한 상대적인 것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衆, 사물)의세계와 묘(妙, 우주허공)의세계를나눠말했다. 앞은 상대세계고 뒤는 절대세계다. 노자는 인간이추구하는 진(眞, 도라고 표현했다)과선(善)과 미(美)가 모두 상대세계에서말하는 상대적인 진선미일 뿐이며, 변하지않는 것, 절대적으로그대로인것­은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렇게말한뒤에노자는­상대세계의상대적인잣­대들을제시한다. 어렵고 쉬운 것, 길고 짧은 것, 높고 낮은 것, 사물의소리와 동물의소리, 앞과 뒤. 이모든 것이상대적인것이다.도덕경 제3장에선 ‘상대적 빈곤’을 없애는, 신의리더십을귀띔해준­다.

‘똑똑함’은 좋은가치로 보이지만,인간이지닌지적능력을 표현하는 상대적잣대일 뿐이다. 똑똑한것을높이치면, 서로똑똑하다고주장하­는분쟁이일어나고 서로에 질시가 생겨나 사회의안녕을 해치게된다. 또재화는좋은가치로 보이지만,재화를귀히여기면그 재화를 훔치는 도둑이생겨나 사회의갈등을만들어낸­다.도덕경은 상대세계문제의본질을 파헤친뒤바로,절대세계를그려보인다.그게도덕경제4장이다.

도(道, 진리)는 비어있어서아무리퍼담­아도 가득 차지는 않는다. (비어있음. 이것이노자가 처음으로언급한 절대세계의모양이며, 그것이상대세계에서보­여지는 ‘하느님의 뜻’이기도 하다.) 비어있는 도는깊어서만물을 낳았다.너무나맑아서있는지없­는지의심스러울정도다. (그도는어떤역할을하는­가.) 날카로운 것을 부드럽게 하고 얽힌 것을 풀고빛을 누그러뜨리고 티끌을 뭉치게 한다(挫銳解紛和光同塵). (이런 현상을어디서보았는가. 자연에서우리가보지않­았는가.)

“도는 허공이다. 천지만물을 낳을 만큼 깊고, 있는지도아리송할만큼­맑은 허공이다.” 이것이노자가 한 말이다. “하느님의 아들은 허공의아들이라허공을­바라야 한다. 우주는허공안에 있다.” 류영모는하느님과허공­을동일시했다.

기독교의하느님처럼노­자의하느님도세상을창­조했다.그러나노자의하느님은­기독교의하느님과같은­개념의‘인격신(人格神)’이아니다.노자의하느님은만물을­창조한 절대세계의‘허공’이다. 노자의행간을 살피면, 하느님은 텅빈골짜기로 생명을 불어넣었던 것 같다. 첫 생명은 무(無)에서 생겨났을것이다. 그러므로, 생명은 무(無)의 자식일 수밖에없다. 하느님은 생명을 일일이창조하지않았고, 생명이생명을만들어내­는자율방식혹은위탁방­식으로생태계가유지되­게했다.

노자는이렇게형성된생­태계의법칙이, 절대세계

노자를통해기독교神觀(신관)을혁신하다

사회의안녕을 해치게되는 원인은, 백성(씨알)에게함부로욕망을불러­일으켰기때문이다.지식과재화는절대적인­가치가아니다.노자는상대세계에서생­겨나는이런경쟁의식과 비교의식이공동체의평­화로움을깬다는점을 갈파했다.그가꿈꾼세상은‘원시공산주의 사회’의 평화나, 혹은동물들의공생및동­거와 비슷했다. 상대적인가치를 자극하는일은, 그가치가비록좋은것으­로보인다할지라도불화­를낳을수밖에없다는점­을말한것이다.

류영모는이렇게말하고 있다. “상대세계인간의마음상­태는짐승이다.깜짝정신을못차리면내­속에있는 하느님아들을내쫓고이­죄악의몸뚱이가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노자가 말한 지식과 재화는죄악의몸뚱이가­만들어낸‘가치’이다.

노자가 사회의가치를 보는 관점을 철저히‘절대세계’의 시선으로 하는 까닭은, 상대세계의상대적인관­점들을충격적으로교정­하기위해서이다.인간의지혜와 인간의 재물은, 절대세계에서는 아무런가치도 없다. 상대세계에서그것을 중히여겨갈등을만들어­내는것은어리석은일이­라는논점이다.

에서파견보낸‘하느님의 뜻’이라는 점을 거듭 밝혔다.인간은그하느님의뜻을­받아내어스스로의삶에­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노자의하느님은 사람같이생긴존재도 아니고, 초인도 아니며, 오로지저자연으로드러­나는생멸과순환의이치­속에들어있으며, 자연속에‘진리’로 존재하는것들의원천(源泉)이라고 생각했다.자연속에법칙과진리로­존재하는 것들은, ‘최고의 인격(人格)’이라 할 만한 높고깊은도를지니고 있다. 인간을창조한 하느님은‘자신’과 닮은 존재를 구상했으며, 그것이 도(道)로드러난다고 믿었다. 이런점에서노자의신또­한인격신이라할수있다.

노자는인간의 급(級)을 매겨놓았다. 가장 아래의급은 ‘신’을 무시하는 사람들(侮之)이다. 그 위의급은 겁내는 것(畏之)이다. 또그 위의급은 좋아하고 우러르는 사람들(親而譽之)이다. 가장 높은 급은, 그것이있는지도알지못­하는 사람들(不知有之)이다.(도덕경17장) 가장오묘한것은있는지­도알지못하는 것이다. 신의인격성을알지못하­는것이아니라,신의인격성과인간의인­격성이같아졌기에의식­하지못할 만큼 자연스러워진상태를 말한다. 즉신이가르칠필요가없­는 인간. 신성을이룬 ‘신격인(神格人)’이야말로 인격신이강림하는가장­높은수준이다.신격인이바로성인이다.

기독교의 하느님은 어떤가. 신에 대한 기독교의상상력은, 고대의신화(神話)에등장하는상상력을완­전히벗어나지못했다. 신화적 신은, 육체가있으며감정도있­으며인간과 같은 실수와 죄도 저지르는 ‘인간을 닮은 신’이었다. 구약에등장하는 신은,그리스의신과 비슷한 존재로 그려지기도 한다. 이후 기독교의신은 육체를 벗어났지만, 노자의표현처럼아무런­실체가없는 ‘빈 것’으로까지는 나아가

지않았다. ‘인간을닮은형상’이사라지지않았다.

기독교의신이형상없는‘숨은 신’이되는것은예수의시대­이후다. 인간은 하느님의‘형상’을 본떠서창조되었으나, 그 ‘형상’은 육체적이고 실체적인 형상이아니라, 지성과 감정과 의지의‘인격적 특질’을본떠서창조되었다고 본다. 하느님은절대세계에있­고 인간은 상대세계에 있기에, 상대세계의 형상이나경험으로하느­님을접할수없다.이런완전한단절을극복­하는것은오로지‘믿음’뿐이며, 믿음으로강화되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동질성’의 힘뿐이다. 이동질성으로표현되는‘하느님의뜻’이바로성령이다.

물론 이런 생각들이많은 기독교도들에게완전하­게공유되거나 동의된 것은 아니다. 많은 종교인들은, 하느님의‘육체적 형상’을 이미지로 그리고있으며, 육체적특질로 다가오는 하느님이인간과 직접적인소통을할수있­다고믿는다.고대전통의상상을기반­으로한‘육체적인격신’이야 말로매우강력하고뿌리­깊은믿음의바탕이며근­거가되어있는게사실이­다. 우주의근본원인이나 도덕의근원, 미의근원을 하느님으로 보는 인격신의관점이라 할지라도,어느순간엔가인간의익­숙한 신관(神觀)은물질세계의형상을빌­린하느님을떠올리기쉽­다.

류영모는 ‘육신’에 대한 서구의 집착이, 기독교를왜곡시켜놓은 중요한 원인이라고 보았다. 성령잉태나 부활, 기적같은 것들은 모두 육신으로 보여준 이적(異蹟)이다. 류영모는 이런 생각을 거부한다. 예수는 하느님의육신을 받은 독자(獨子)가 아니라, 하느님의성령을 받은 독생자(獨生子)임을 강조한다. 모든 기적은 성령에있으며, 부활이나영생또한 성령의문제라고 말한다. 부활은몸이되살아난게­아니며영생은몸이영원­토록사는것이결코아니­다.육신은하느님에게소용­없는것이라고단언한다. “우리가산다고하는몸뚱­이는혈육의짐승이다. 질척질척지저분하게먹­고 싸기만 하는 짐승이다. 한얼님으로부터성령을 받아 몸나에서얼나로솟날 때 비로소 사람이 회복된다. 예수가 말한 인자(人子)는 짐승에서사람으로회복­된이를말하는것이라고­할수 있다.”

서구의로고스적관점이­거듭 신의존재를 의심하는 까닭은, 신을물질세계의존재로­소환하려하기 때문이다. 신이스스로의존재를입­증하려상대세계로 들어오는 순간, 그것은 신일 수 없다. 신이물질세계에서권능­을발휘하며무엇인가를­초자연적으로바꿔줄수­있다고믿는모든 믿음은,기복적(祈福的) 사유의 결과다. 약한 인간이상상의무엇에의­지하려는 욕망에부응하는 지점에등장하는‘물신(物神)’일 뿐이다.

류영모는 말한다. “하느님이계시냐고 물으면나는 ‘없다’고 말한다. 하느님을아느냐고물으­면나는‘모른다’고 말한다.그러나사람이머리를하­늘로두고 산다는이사실을 알기때문에또 사람의마음이 하나(절대)를 그린다는 이사실을 알기때문에나는하느님­을 믿는다.”

류영모는 노자를 통해, 기독교의 신관(神觀)을일신했다. ‘빈탕’(空)이 세상창조의원천이며하­느님이라는 것을 갈파했다. 노자는 빈탕의리더십으로세상­을 깨우치려 했지만, 류영모는 거기에서더나아가 그 ‘빈탕’의 절대세계에기독교 신앙의중심을세웠다. 과감히육체중시의기복­적인 면모를 혁신하고,몸나를이겨오직얼나(성령)로나아가는영적수행을 실천해 나갔다. 도덕경은, 류영모를 만남으로써, 21세기인간이무위자­연(無爲自然)의고차인격(高次人

格)을 지닌하느님을 자율적으

로 접속하는 참된 도(道)를 드

러내게 됐다. 류영모가 놀라운

사상가인건여기에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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