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있어도포기는없다”…총수의결단이성공비결
LG MC사업본부21분기째적자불구새로운형태스마트폰으로시장개척삼성, 7.9조5G장비수주잭팟터뜨려
편리와계산이초단위로째깍대는4차산업혁명시대에재계는 ‘집요’를 추구한다. 총수들은 “몹시 고집스럽고 끈질기다”는 사전적정의를 말과 행동으로집요하게실천하고있다.
지난 23일구광모LG그룹회장은사장단워크숍에서포스트코로나 전략으로 ‘집요함’을 내세웠다.구 회장은 “평균적인 고객 니즈(수요)에 대응하는기존의접근법으로는 더이상 선택받기어렵다”며“고객에대한 ‘집요함’을 바탕으로지금이바로우리가바뀌어야할변곡점”이라고강조했다.
구 회장은 2018년 취임이후 ‘고객 가치’를 강조해왔다. 지난해첫신년사에선남보다 먼저지속적으로고객감동을주자고 당부했다. 구회장은기술개발 산실인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종종 찾으며제품디자인이주는고객가치를고민했다.
◆실패는있어도포기는없다
LG전자는 ‘가전 명가’다. 반면스마트폰은 LG전자의아킬레스건이다. 가전부문에서세계1위를 달리고있지만 스마트폰은 21분기째 적자가이어지고있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에서 LG전자는 ‘기타’로분류된다. 구회장이선택한 ‘집요’는 끈질기게매달려온스마트폰혁신의서사를 반영한다. “고객가치에더집중하자는 의미”라는 LG 측 설명도 스마트폰사업을포기하지않는이유라할수있다.
LG전자 스마트폰을 만드는 MC사업본부는 21분기연속적자를 기록했다. 그사이평택스마트폰공장은베트남으로 옮겼다.이때문에이사업을접는것아니냐는질문을들어야 했다.
그러나 LG전자는 스마트폰을접지않았다. 대신전략적변화를시도했다.
과거LG전자는 삼성전자 갤럭시시리즈와 마찬가지로1년에두번씩알파벳에숫자를붙여프리미엄폰을내놨다.하지만올5월에는디자인을특화한벨벳을 출시했다. 형식적인 시리즈 대신 제품 자체의정체성을살리는전략으로변화다.
삼성전자는글로벌 5G 시장에서리더가 되고있다. 갤럭시를앞세운스마트폰뿐아니라통신장비에서도 그 위상을 높이고 있다. 통신장비시장에대한이재용부회장의집요한도전이있었기때문이다.
성과는 뚜렷하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최근 통신사 버라이즌과 7조9000억원 규모의네트워크 장비공급계약을 맺었다. 계약 기간은 올해 6월부터2025년 말까지다.
이제삼성전자는 대규모·장기간·깊은 신뢰삼박자로 미국 5G 통신장비시장을 공략하게 됐다. 현지시장 진출 20여년 만의 성과다. 중국 화웨이가미국 시장에서배제된 상황에서절호의기회를 잡은 셈이다.
시장조사기관델오로는지난 1분기삼성전자 5G통신장비시장점유율을 13.2%로 집계했다. 화웨이(35.7%)와 에릭슨(24.6%), 노키아(15.8%)에 이어4위다. 미국 시장에서핵심공급자로 인정받은 삼성전자는향후주요국수요로점유율을더끌어올릴수있다.
집요한 경영은 정의선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주특기다. 최근 돋보이는 수소차 사업은 정부회장이사활을걸고준비해온미래먹거리다.
그는 취임첫해인 2018년 11월 충북충주수요연료전지시스템 제2공장 기공식에서“머지않아 다가올수소경제라는 신산업분야의‘퍼스트 무버’로서수소가주요에너지인수소사회를선도해나갈 것”이라고단언했다.
‘정의선 체제’ 2년이된지금 현대차수소차는그어느때보다뜨거운관심을받고 있다. 지난해넥쏘는수소전기차 판매 1위(4987대)를 차지했다. 올상반기에도세계최대인 3292대판매량을기록했다. 7월에는 세계최초 30t급 수소전기대형트럭을양산해유럽에 수출했다. 2022년에는 미국에서수소트럭상용화를본격추진한다.
이달에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비(非) 자동차부문에수출하는기록도 세웠다. 현대차는 16일 스위스수소저장기술업체GRZ테크놀로지스와유럽에너지솔루션스타트업에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수출했다.
현대차는 그간 다져놓은 기술력과 판매성과로연간 수소차 생산량을 올해1만대에서 2030년 50만대로늘릴 계획이다. 끈질긴도전으로수소차활로를개척해온정부회장의자신감이다.
최태원회장이바이오에서집요함을보여준대표적사례는 SK바이오팜이다. SK바이오팜은 지난 7월 기업을 공개하면서이른바 대박이 났다. 최태원회장이1993년부터 SK그룹의미래먹거리중하나로바이오를선정하고집요하게투자한결과다.
◆총수의결단이만든도전
이러한 성과 뒤에는 도전을 뒷받침하는 총수의결단이있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8년 5G 통신장비사업을 차세대먹거리중하나로 지목한이후 투자
확대와 기술 개발을 이어왔다. 그해 180조원 투자계획을 내고 인공지능(AI)과 전장(자동차 부품)용반도체, 바이오와 5G를 4대미래성장 사업으로 정하고3년간25조원을투자한다는계획이다.
지난해1월에는 수원 사업장 5G 네트워크 통신장비생산라인가동식에참석해“도전자의자세로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독려했다. 될때까지밀어붙이는집요함없이는불가능한도전이다.
구 회장도 벨벳이나오기전인 2월 LG사이언스파크를찾아디자인을재차 강조했다.알파벳에숫자를 붙여 1년에 2번 내던 전략폰을 소비자는 ‘프리미엄’으로 인정하지않는다는 판단이있었기때문이다.
현대차의수소차도 정부회장의결단이있었기에가능했다. 정부회장은 2008년 미국 LA 국제오토쇼에서수소차를내놓고 신차 대신수소차 퍼스트 무버가 될것이라는 친환경차 비전을 발표했다.이후이렇다 할 성과가 나타나지않았지만연구개발(R&D)을 멈추지 않았다. 국내외행사를 찾아가수소사회를앞당기자는독려도거듭해왔다.
단기재무성과가중요한기업입장에서신약개발은 10년이상의장기투자가필요한사업인만큼오너의과감한결단이필요하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16년 6월 SK바이오팜 생명과학연구원을 찾아 “1993년 신약개발에도전한이후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지만 20년 넘도록 혁신과 패기, 열정으로 지금까지성장해 왔다”며 “글로벌신약개발 사업은 시작할때부터여러난관을예상했기때문에장기적인안목에서꾸준히투자해왔다”고 강조했다.최회장의비전과확고한투자의지가오늘의SK바이오팜을만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