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 Business Daily

균형보다평균…연준이선택한‘중용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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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뉴스가역사적사건­이라는것을어떻게알수­있을까? 뉴스가 가져올 파급 효과의크기나 범위?예를들면태풍과 같은?아니면인명이나재산에­끼칠 치명도? 즉, 에볼라나 테러같은? 그러나 태풍이나 바이러스, 테러처럼그 영향이즉각적이지않고­중요성을 식별하기어려운 사건이면 어떨까? 어떤사건은시차를두고­영향을주며 ‘기대’, ‘우려’, ‘불확실성’이라는 인간의심리적공명과정­을 통해실제물리적인충격­보다영향력을증폭시킨­다.

경제와 금융에관련된이벤트가 대부분이경우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사건이사람들에게 회자(膾炙)되고 결국 경제적 행동과 과정에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로버트 실러교수는 내러티브 경제학(narrative economics)에서 설명한다. 사건에관련된 스토리를 내러티브라고 정의하고, 사건 내용이어려울수록 ‘기대’나 ‘우려’는 진폭의상하한을키운다. 필자가 지난 칼럼에서‘금융교육’을 강조한이유이기도하다.

최근에중요성 식별이난해한 이벤트가 있었다.매년 캔자스 연방준비은행은 전 세계중앙은행과최고 경제통을 초청해경제정책토론회­를 연다. 지난 8월 27일 미국의중앙은행인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의장제롬파월은기조연­설을통해통화정책전략­의변경을발표했다.

국내언론에서는 발표문 중심으로 하루이틀 기사로 다루었으나 큰 반응은 없었다. 22쪽 분량의연준보고서중에­서주로 기사화한 내용은연준이‘평균물가목표제’를도입하고,물가상승률이2%를넘더라도초저금리를­유지한다는것이다.

이보고서는 세계최고의경제학자들­이1년 6개월이상미국 경제를관찰하고분석한 것을 정리한결과로, 최고 수준의경제학 지식이집약된 것이다.기사에담긴 내용이어려워사람들이­얼마나 이해

물가목표‘평균’ 2%로…통화정책변경‘균형수준관리’금기깨소득불평등해소

할지는미지수다.아마쓰는쪽이나읽는쪽­모두이해를기대하지않­을수도있다.

그러나 연준만이발행하는 달러는 세계외환보유고의60% 이상 비중을 차지하고 금, 석유를비롯한 핵심적인 상품을 포함한 국제거래의기본 통화로인정받고 있다. 따라서연준의통화정책­은 달러의가치를통해전세­계경제에영향을미치므­로그변경은중요한 사건일수밖에없다. 이통화정책변경은중요­성식별이어렵고, 그영향은시차를두고반­드시나타날 것이기때문에이를 헤집고 자세히살피는 일이부질없지는 않을 것이다. 가급적언론에서다루지­않은몇가지의미를짚어­본다.

먼저이번통화정책변경­은어느 날 갑자기준비한것이아니­며, 미국경제의오래된질적­문제가원인이다.통화정책변경보고서의­제목이‘새로운경제적도전과연­준의통화정책 재검토(New Economic Challenges and the Fed’s Monetary Policy Review)’인 것처럼, 과거와는다른뭔가심각­한경제적문제가 있고 이에대비하기위해통화­정책을 바꾼다는점을제롬파월­연준의장은강조하고있­다.

보고서에따르면연준은 코로나19 발발 오래전부터 미국경제의-사실 선진국은 대부분의- 이상증상을 감지했다. 이상 증상의정체는 저성장·저물가·저생산성으로 경제의 엔진이 식었다는 것이다. 2020년 2월까지미국경제는1­0년 이상조금씩명목상성장­을지속해왔지만,완전고용을전제로한잠­재성장률은지속하락했­다.

고질병으로 소득의불평등이생산성­저하를 가져왔고이것은 다시성장과 물가의발목을 잡았다.이러한 저성장·저물가 현상은 ‘필립스 곡선’이라는통화정책근거도 약화하며연준은 난관에부닥쳤다. 타개책으로저소득층고­용과임금상승을통한소­득불평등해소가 저성장 구조 해소에필요하며,강한 노동시장이 해답이라고 연준의 17명 위원은한목소리를냈다.

강한 노동시장을 유지하기위해 첫째, 완전고용목표달성평가­를완전고용수준의-예를 들면 4%실업률- ‘상·하 이탈(deviation)’에서 완전고용 수준의 ‘부족분(shortfall)’으로, 둘째는물가 목표를 2%절대 수준에서 ‘평균’ 2%로 통화정책의 목표관리방법을 변경한 것이다. 대부분 국내언론에서는 금리에초점을 두고 후자 내용을 보도했으나 전자의비중을무시할수­는없다.

다음, 이번통화정책변경은 장기적으로달러가치에­영향을줄수있고 경제학의패러다임변화­도보인다는 점이다.보고서에서도이번통화­정책의변경은 40여년 만이며흔한일이아님을 강조하고있다. 즉, 1980년 초전설적인연준의장폴­볼커가미국경제를 고물가에서구하고 ‘대안정기’를 누린이후죽지켜온통화­정책의방법론을변경한­것이므로,이번조치는장기간지속­할가능성이크다. 또한,연준이 ‘2%’와 ‘완전고용 수준’이라는 특정균형점관리를 포기하고 ‘평균 2%’와 ‘부족분’으로 변경한 것은경제정책의패러다­임을바꾸는사건이기도­하다.

우리가 쉽게접할 수있는 경제학은 공급곡선과수요곡선일 텐데, 이곡선의교차점은 하나이며균형점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 경제학자에게이러한균­형점을찾고사수하는것­은신념과도같은것이다. 특정한 수치의균형점에서경제­를 가두고 관리하지않으면 경제는 미지(未知)의 영역에 빠지기때문이다. 이관점에서연준은균형­수준관리라는경제학의­금기를용기있게벗어난 것이다.

경제학의금기깨기는 이것이처음은 아니다. 일본, 유럽연합(EU) 등의마이너스 금리정책도 금기를 깬 사례이며일시적실험차­원의고육지책으로시도­했지만 우려와는 달리일반화되고 있다. 연준은 경제학의금기를 넘은 목적을 명료하게 제시했다. 바로미국경제성장의장­애요인인소득불평등해­소를 위해서다. 과거경제학은 ‘균형과 효율성’을수학적으로 추구하는, 피도눈물도없는 샤일록이미지에가까웠­다.인간 중심의해답을찾기위해­균형이라는금기를깬것­은연준경제학의패러다­임이바뀌었다고볼수있­는부분이다.

연준의조치는-고전지식은부족하지만-중용이라는명제를떠올­리게한다.

도올 김용옥님은 ‘중용, 인간의 맛’에서 “중이 발현되어상황의절도에­들어맞게하는 것을 화라고일컫는다(···謂之中 發而皆中節 謂之和)”고 했다. 또한 “중과 화를 지극한 경지까지밀고 나가면 천과지가 바르게자리잡을 수 있고, 그 사이에있는 만물이잘 자라게 된다(致中和 天地位焉 萬物育焉)”고 해설했다.이중용의문장과연준통­화정책의변경을 비교해보면, 연준의경제정책패러다­임이인간을 생각하며상황에적절하­게통화정책을 맞춰가는중용의경지에­이른 것이아닌가 생각하게된다.경제학의인문학적변신­에박수를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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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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