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첫전화기서5G까지… 135년통신역사
“백범사형중지”역사바꾼전화기등6000여점통신관련사료비대면관람
허리춤에 차고 있던 삐삐가 울려 액정화면에‘10102486’이라는 번호가 뜬다. ‘열렬히사랑해’라는뜻을담은 숫자다. 당장연인에게전화를걸고싶어찾아간근처공중전화 부스앞에는사람들이길게줄을서서차례가돌아오길기다린다.
지금은스마트폰으로언제어디서나메시지를주고받을수있는 시대지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 흔히볼 수 있었던 광경이다. 통신이 개통되기 전인130여년 전엔누군가의목소리를실시간으로듣는것은신기하고귀한일이었다.
KT가 통신역사를 담은온라인전시관인 KT 텔레뮤지엄(KT Tele Museum)을 개관했다고 4일 밝혔다. KT 텔레뮤지엄은 KT가 소장한 6000여 점의통신 사료를 온라인에서해설가의설명과 함께체험할수있는온라인전시관이다.
한국의통신은 대한제국 시절고종에의해열렸다.국내첫전화가입자와첫통화자도모두고종황제다. 1885년문을연한성전보총국은횃불로소식을전하던조선시대방식의통신이전기통신으로바뀌는시작점이됐다.
고종은정해진시간마다신하들에게전화를걸어중요한메시지를전했다.신하는의관을정제하고네번의큰절을올린다음전화기를두손으로공손히들고고종과통화했다고한다.
전화가없었다면한국의근현대사가뒤바뀌었을법한일도 있었다. 백범김구선생의‘백범일지’에 따르면고종은 인천 감리에게김구의사형을 중지하라고전화를걸었다.사흘전개통된전화가없었다면사형이그대로집행됐을아찔한상황이었다.
전화 교환기덕분에사랑이싹트기도 했다. 조선의마지막 왕자인의친왕은 전화를 자주이용하다전화를연결하던궁내교환원과 정이 들었다. 궁내교환원은이후의친왕의후실이됐다.
왕실의전유물이던전화는 1902년 민간에첫개방됐다.이때한성과인천사이통화가가능한공중전화가처음으로등장했다.전화요금은당시쌀다섯가마니가격수준으로 사실상일반인은이용하기 힘들었다. 70년대까지도 전화기한대값은 50평대집값을 웃돌았다. 1982년 TDX 자동식교환기의도입은1가구 1전화 시대를여는 계기가 됐다. 이를시작으로 1987년에는 전화 가입자가 1000만명을돌파했다.
국내최초 인터넷연결은 1982년 서울대컴퓨터공학과와 구미한국전자기술연구소 실험실에서이뤄진 SDN(System Development Network) 연결이다. 인터넷상용화는 1994년 KT의 코넷(KORNET)을 기점으로 빠르게확산했다. 2002년에는 초고속인터넷가입자수가1000만명을 넘어섰다.
국내 이동통신 서비스는 1996년 한국이CDMA(코드분할다중접속) 방식의이동통신을 세계최초로 상용화하면서날개를 달았다. 이동통신도입3년만인1999년에는 무선통신가입자가유선전화가입자를추월하기도했다.
원주에위치한 KT통신사료관에전시된사료중하나는 경성 전화번호부다. 일제강점기 서울의전화국사 위치와 내부도면정보가 모두 담겨있어일제시대 당시통신 시설을 한눈에볼 수 있는 귀한사료다. 이번온라인전시를통해일반에처음공개됐다.
이번전시는한성전보총국 개설(1885년 9월) 135주년을 맞아 기획됐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부득이 온라인으로 개관했지만, 온라인이다 보니다양한 체험형서비스가 가능한 장점도 있다. 360도로 화면을 돌려가며전시공간 전반을 둘러보거나 추가 설명을 듣고 싶으면사료를클릭해부연설명과에피소드,당시방송영상등을볼수있다.
양율모KT 홍보실장은“코로나19로 사회적거리두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오랜 시간 사람들을연결했던 통신과 관련된 따뜻한 추억을 되새기고자이번전시를준비했다”며“안전하게관람할수있는체험교육의장이되기를희망한다”고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