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모우리말풀이‘천부경’읽기
류영모가 풀어놓은 ‘천부경’은 우리말이지만이해하기가 쉽지않다. ‘하늘 댛일쪽 실줄 (天符經)’이란 이름부터가 몹시낯설다. <하늘(天)에 닿는 쪽(符) ‘말씀연결된 줄(經)’>로 풀수있다.
하실너나없비롯한(一始無始一일시무시일)풀이셋가장못다할밑둥(析三極無盡本석삼극무진본)
필자하나가시작됐으나시작된건없이다시하나다.
풀이세가지의극(하늘,땅,인간)을아무리분석해봐도다함이없는근본이다.
천부경은 ‘일경(一經, 일의 경)’이라고 할 수있을 만큼, 일(一)이 모든것을 관통한다. 하나는 바로 하느님이며, 하나뿐인 신(유일신)이다. 이경전은인간이쓴문체가아니라,신이직접쓴듯한문체로읽히도록해놓았다. 일시무시일은, ‘하나가 시작되었으나 하나가 시작된것이없다’라고 풀면, 이경전이지닌콘텐츠전체를놓치는것과 같다. “하나가 시작되었으나시작은없었고그냥하나가이미있었다.”이런의미다.만물의태초가시작되기전에말씀이있었다. 성경첫구절이다.류영모는이점을표현하기위해, ‘없 비롯 한’이라고한자의어순으로그대로풀었다.마지막의‘일(一)’이핵심이었기때문이다.이미있었던‘하나’를 표현한풀이다. ‘셋 가장’은 천지인 3극(極)을 표현한 말이다. 왜3극부터나오느냐하면, 이경이하늘과땅과인간이나눠가진증표였기때문이다. 천지인을저마다나무장작처럼쪼개봐도그뿌리까지다팰순 없다. 그뿌리가바로시작할때부터원래있던그‘말씀’이기때문이다.
하늘하나한(天一一)땅하나맞둘(地一二)사람하나세웃(人一三)하나그득밀썰되다함없이된셈임(一積十鉅無櫃化三)
필자하늘은하나의첫째이며,땅은하나의둘째이며,사람은하나풀이의셋째이다.하나가쌓여열로커져도.없는궤짝이셋일뿐이다(본질은아무리더해도더해지지않는다)
신의뜻안에있는천지인의본질은,아무것도없는 텅빔이다. 순서만있을 뿐이다. 아무것도 없는 순서를 쌓는다고 늘어나는 건 없다. 텅빈궤짝처럼그냥빈것일뿐이다.사물을세는 산수(算數)를하자는게아니라,숫자속에들어있는진리를읽으라는얘기다.
하늘맞섯(天二三),땅맞섯(地二三),사람맞섯(人二三),한셋맞둔(大三合)
필자하늘은둘이면서셋이다. 즉하늘은 지인(地-人)이면서 천지풀이인(天地人)이다. 땅은둘이면서 셋이다. 즉땅은 천인(天-人)이면서천지인(天地人)이다.사람은둘이면서셋이다.즉사람은천지(天-地)이면서천지인(天地人)이다. (하늘과땅과사람은모두천지인과같은것이며,각자는다른요소들을품고있다.)천지인은모두그안에하나를지니고있기에그셋이크게합쳐야한다.
새로나온숫자는 2다. 천지인을말하는 1(하나)이자 3(삼극)은, 둘씩짝지으면2가 된다. 그러니까, 1과 2와 3은 결국같은것이쌓여1과 다름없는 빈궤짝을이루는 것이다. 당연히앞으로의숫자들도 빈궤짝으로1의 쓰임(用)이며확장일뿐이다. 4와 5도 새로운숫자가 아니라, 4는 천지인(3)에 하나(1)가 합쳐진 것이고, 5는 천지인(3)에 둘(2)이 합쳐진것일뿐이다.
여섯스니일곱여둘업아업생기다(六生七八九)옮기어셋네모로쳐이룬고리,다섯이룸(運三四成環五七)
필자육은 칠팔구(7,8,9)를 낳고 삼사(3,4)를 움직이며 오칠(5,7)풀이을주위에 두른다. 6은 천-천 천-지 천-인 지지인-인 지-인이란 6개경우의수를 말한다. 6은어떻
게 7,8,9를 낳는가. 6에서 1을 더하면 7(6+1=7)이며, 2를더하면 8(6+2=8)이며 3을 더하면 9(6+3=9)가 된다. 6은어떻게3,4를움직이는가.육은바탕숫자인3과4를더해7(3+4=7)을만들고4와4를더해8(4+4=8)을만들고3과
3과3을더해 9(3+3+3=9)를 만든다. 5,7을주위에두른다
는것은,앞과뒤에5,7이있다는얘기다.
이얘기를왜하느냐 하면, 6은 절반을넘어서서변화를만들어내는 숫자이기때문이다. 6은 변화가 힘을얻는 시점이며새로운 것이만들어지는 터닝포인트다. 천부경의글자 배치를 보면 세로로9자이고가로로 9행이다. 합쳐서81행인데, 그중심에육(6)이있다.변화의중심을쥐고있는숫자라는의미다.
하나고이노닐음잘가고잘온데갈리어쓰이나,꿈쩍않는밑둥밑둥맘밑둥(一妙衍萬往萬來用變不動本本心本)
필자풀이
1만은 만상(萬象)을 뜻한다. 천지인의하나가 만상을이룬다는뜻이다. ‘하나(1)’는 여러가지쓰임으로바뀌지만그본질인 ‘하나(1)’가 변한적은없다.그것이‘하늘의뜻’이며본심이기때문이다.빈궤짝을쌓아봤자텅빈허공일뿐이라는얘기와 같다.
태양뚜렷밝아사람간데하늘땅하나한마침없는 하실(太陽昻明人中天地一一終無終一)
필자풀이하나는묘하게확장되어1만이가고1만이온다.쓰임이바뀌어도본질은움직이지않는다.본질의마음은본질이다.태양을우러르면밝다.사람속에천지가있으니하나이다.하나가끝나도끝난건없다.하나는그대로다.
인중천지일(人中天地一)이란 말을 주목하라. “사람 속에하늘과땅이있으니 하나다.” 류영모는이말에서 ‘예수’를 느꼈을 것이다. 성령이천지인으로분리된셋이아니라, 천지인에게공유된 ‘하나’라는 사실을이렇게명쾌하게밝힌글이있었던가. 천부경은 ‘하나’가 어떻게확장되느냐를 보여주는 탁월한 사상논서이다.하나가 만상을 만들어내면서도 어떻게‘하나’를 유지하는지를보여준다. 하나는하느님이며성령이며얼나이다. 그것은 모두 하나이며 사라지는법이없으며생겨나는법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