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베리와삼성의차이…구례운조루에답있다
추석연휴, 구례 ‘운조루(雲鳥樓)’에 다녀왔다. 이곳에서많은이들은나눔과연대를 공감한다. 운조루는 ‘타인능해(他人能解)’라는 나무 뒤주로 유명하다. ‘타인능해’는“누구든지열수있다”는 뜻이다.무엇을열수있다는것일까.바로쌀뒤주다.누구라도뒤주를 열어배고픔을 달래라는 집주인의마음 씀씀이를담고있다.
집주인 유이조(1726~1797)는 낙안군수를 지낸상류층이다. 그는 이웃과의 위화감을 최소화하려애썼다.지붕위로굴뚝을내지않은것도그때문이다. 밥 짓는연기가 피어오르면끼니를 거른이웃들이힘들어할 것이란 생각에서다. 대신건물아래기단으로구멍을 내연기가 빠지도록 했다. 쌀뒤주는사랑채부엌에 두었다. 주인을 대면하지않고도 손쉽게쌀을퍼갈수있도록배려한 것이다. 집주인은다만쌀독을채울뿐이다.
남도를휩쓴동학농민운동과 여순사건, 6·25전쟁을 거치면서도 운조루가 멀쩡했던것은이같은이유다. 세상은 바뀌었어도 이웃들은 자신들과 함께하려 했던 마음을 잊지 않았다. 주민들은 앞장서운조루를불태우는것을 반대하고, 또산에서빨치산이내려올 때는 귀띔해미리피신하도록 도왔다.세상은이렇게맞물려돌아간다. 소득양극화와불평등은어쩔수없지만공감과연대를통해어느정도완화할수는있다.
미국인억만장자 찰스 척 피니(89)는 얼마 전, 생전에전재산을환원하겠다는약속을 이뤘다. 그는자신이 설립한 자선재단에마지막으로 남은 돈을기부했다. 지난 40년 동안 기부한 돈은 80억 달러(약 9조3600억원). 노후자금 200만 달러만 남겨놓았다. 억만장자임에도 그는항공기이코노미클래스를 고집했고, 15달러짜리플라스틱시계를 찼다. 피니는 “빈털터리가 됐지만 더없이행복하다”고 소회를밝혔다.
투자의귀재워런버핏도 재산의99% 이상을환원하고 있다. 이미 374억 달러(약 43조2900억원)를내놨다. 빌게이츠도 500억 달러(약 58조5000억원)를 기부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인폴 앨런, 블룸버그 전뉴욕 시장, CNN창업자 테드터너,영화감독조지루카스,호텔재벌배런힐튼도왕성한기부로주목 받는다.이렇게모인돈은가난한사람들이공짜로 치료받고, 대학을다니는원천이다.허약해보여도미국사회가작동되는원리다.
우리주변에도 나눔과 연대를 실천하는 이들이적지않다.최근에도팥죽을팔아모든돈12억원을기부한 81세 할머니사연이보도됐다. 서울 종로에서‘서울서둘째로잘하는집’이라는 팥죽집을 45년째운영해온 김은숙씨다. 그는“형편이나은사람이돕는건당연한데그게그렇게대단한 일인가요”라며반문했다. 그런데그당연한일이쉽지않다. 김씨가기부한 돈은워런버핏의 43조2900억원, 빌게이츠의58조5000억원못지않게값지다.
스웨덴에서 발렌베리는 삼성보다 자본 집중이심하다. 스웨덴 GDP의 30%, 주식시장 시가 총액의40%를 차지한다. 그런데도 시기와 질투 대신사랑을받는다.이익의80%를 환원하고,창업이후 160년동안부패없이사회적책임을다하고 있다. 스톡홀름시청앞크누트발렌베리동상은스웨덴국민들이얼마나 발렌베리를 사랑하는지 보여준다. 서울시청앞에삼성이병철회장 동상이세워지는 것을상상할수 있을까.아마격렬한반대와비난에직면할게분명하다.
매일아침강남 삼성본사 앞을 지나 출근한다.하루도 빼놓지않고 삼성과 이재용을 성토하는 시위대를 마주친다. 발렌베리와 삼성의차이는 무엇일까. 정조는 24년 재임동안무명옷을입고반찬은다섯 가지로 제한했다. 또 즉위직후 왕실 궁녀의절반가까운 300여명을 내보냈다. 백성들과 함께하겠다는 공감에서비롯된 행동이다. 정조가 정치적약점을극복하고안정된정치를 펼칠수있었던동력도여기에있다.
코로나19로불평등이심화되는요즘,공감과연대가 화두다.전주에서시작된착한임대료운동도공감과연대다.일상에서공감과연대는불필요한소비를 줄이고, 이웃을돌아보는 것에서시작된다. 연휴기간중만난후배사업가는좋은사례다.그는지난해부터생판모르는초·중·고등학교에기부하고있다고 했다.나아가퇴직자 1000명과 사회적약자 1000명을연결하는멘토링사업후원도계획하고있다.
결국 ‘타인능해’는 서로 연대할 때 공동체는 더단단히유지된다는지극히상식적인깨달음이다.농부 작가 전우익은 생전에<혼자만 잘 살믄무슨재민겨>라는책을 썼다. 그말처럼혼자잘먹고잘살면재미있을까.
“누구라도쌀뒤주열어배고픔달래라”집주인유이조의‘나눔과연대’실천
이웃들전란속에도운조루지켜내“혼자만잘살면무슨재미…”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