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위기돌파구‘가상출국여행’
과거‘호캉스(호텔+바캉스)’가 여행트렌드로 자리잡았을때, ‘잠이라면집에서자도충분한데왜집을놔두고굳이하룻밤에몇십만원씩지불하고호텔에서머물기만 하다 돌아올까’ 하는 의문을품었던적이있다. 무릇여행이란많은것을보고들어야한다는생각이바탕에깔렸던듯하다.
많은이가의아해하고낯설어하던호캉스지만,반응은예상을 깼다. 많은이가호텔안에서즐길거리를 찾고, 호캉스를통해삶을 재충전하기시작했다. 소설가 김영하는이렇게이야기했다. “호텔에는우리일상의근심이없다.호텔에선언제나삶이리셋되는기분이다.일상사가골치아플수록여행지의호텔은더큰만족을안긴다”라고.
그말이딱 들어맞았다.호캉스는힘든일상의돌파구가 됐고, 호캉스를통해심신을 회복했다.호캉스가여행트렌드를 선도할 정도로많은인기를 끌자, 호텔업계는 저마다 호캉스 패키지를출시하며고객몰이에주력했다.
이렇게호캉스에익숙해져갈 때쯤 우리는 여행트렌드가 시대와역사의가치에맞게한단계더진화한 것을 경험했다. 코로나19 확산세로뚝끊긴해외여행길을열어주는기상천외한여행상품을통해서다.
최근공항으로가비행기를타고상공을떠다니다 다시공항에착륙하는 여행상품을 판매한다는얘기를듣고고개를 저었다. 실제여행을하는것도 아닌데, 여행수요가있겠느냐는 생각이앞섰기때문이었다.
이번에도 ‘실제로 여행을 떠나는 것도 아닌데몇십만원을 내고 이상품을 구매하겠어’라고 생각했지만,반응은역시나예상을뒤집었다.
최근대만관광객120명이우리나라를 찾았다.한국관광공사타이베이지사와대만의한여행사가 기획한 ‘가상여행 상품’을 통해서다. 대만에서출발해착륙하지않고 제주도 상공을 떠다니다회항하는‘이색’항공체험상품이었다.
자국민의해외여행욕구를충족시키는동시에코로나19 여파에어려움을 겪는 업계회복 차원
에서기획한이상품은판매시작 4분 만에매진되며큰화제를낳았다.
열기가 식기 전에 하나투어도 내국인을 대상으로 가상 해외여행상품을 출시했다. 이름하여‘스카이라인 여행’이었다. 아시아나항공 A380 항공기를 타고 강릉과 포항, 김해, 제주 상공을 떠다니다 오후 1시 20분 인천공항에도착하는 이상품도역시나불티나게팔려나갔다.
그냥비행기안에앉아하늘을떠돌다다시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에 불과했지만, 이여행상품은 총 320석 중 응급환자용 좌석을 제외한 284석모두판매당일완판을기록하며호응을얻었다. 비즈니스 좌석과숙박을합한상품은1분 만에 마감됐고, 예약 가능한 인원의 4배가 대기예약을할정도로인기는상상을초월했다.
가상여행상품은 호캉스 트렌드가 처음등장했을 때보다 더낯선 느낌이었다. 여행지에발을내딛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이왜이토록 뜨겁게반응하냐고 묻는다면, 여행이주는 설렘과 가치가환경에맞게진화한것이라전하고싶다.
일상의근심이없는 호텔이라는 공간에설렜던 것처럼, 이상품을통해공항이주는 설렘, 비행기가이륙할때의긴장감, 그리고 기내식까지···여행의설렘과 가치는 이것으로 충분하다. 어떤이에겐낯선이여행이어떤이에겐코로나 블루(우울증)에서해방될최고의여행이아니겠는가.
낯설든, 반갑든 가상여행체험상품의등장은업계에도활기를불어넣었다.
코로나19장기화로여행업계는고사직전에내몰렸다. 대형여행사들도 지속되는 경영난에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면세점과 호텔사업등을접으며위기극복에안간힘을쓰고 있지만, 점점버틸힘을잃어가고 있다. 항공사역시해외노선이대부분중단되면서경영난에시달리는것은매한가지다.
해외여행에매달렸던다수여행사가 국내여행에눈을 돌렸지만, 단순히국내여행만으로어려움을 극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해외여행에목마른 고객들을 위한 가상 방한여행상품이나스카이라인여행같은 이색아이디어상품이필요한이유다.
여행의형태는 역사적·시대적 변화에따라 함께변화한다. 우리는점점여행에목말라한다. 잠재한 여행수요를 겨냥한 이색여행상품은 분명여행사와 항공, 호텔등여행업종이함께코로나19 위기를버텨낼힘의원천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