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에선한국형기본소득
‘한국형’이 유행하고 있다. 한국의코로나19 방역이세계적인 찬사를 받으면서 ‘K-방역’이 국내에서는하나의개념으로 자리잡는 사이에봉준호 감독의‘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고, 방탄소년단의‘다이나마이트’가 빌보드 핫100 차트 1위에 올랐다.명절마저온라인으로맞이해야하는국민들에게는손흥민의골잔치도 짜릿한 기쁨이되고 있다. 정부와정치권이이분위기에편승하면서‘K-방역’, ‘K-안전’에이어‘한국판 뉴딜’, ‘한국형 기본소득’, ‘한국형재정준칙’등이난무하고있다.
코로나방역중심에선재난지원금
코로나19 감염이장기화하면서기본소득이예상보다 빠르게한국 사회에서자리를 잡아가고 있다.원래한국사회는복지에적대적이었다. 경제성장에매몰되었던당시에복지는곧 ‘복지병’이었다. 협력보다 경쟁을 우선하는 능력주의가 한국 사회에만연하게되었다.당연히복지로서의기본소득에대해서도 비판적인 분위기가 우세했다. 게다가 핀란드의실험이실패했다는 과장된 보도와 함께스위스에서는국민투표로부결되었다는소식은기본소득에대한 논의마저봉쇄하는 분위기였다. 추가적인 복지수요가 거의없는 세계최고의복지국가에서구해진 실험결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악의복지국가에그대로적용되었다.그러나 코로나19 감염병이장기화하자 선별적이나마행동에가장앞장선것은 전주시였다.이재명경기도지사가국제학술대회개최등으로 여론몰이를 하다가 코로나19 국면에 ‘재난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할 것을 제안하면서전국적인화제가 되었다. 명칭은통일되지않았지만 두 차례에 걸친 지급으로 재난지원금은코로나19방역의중심에서게되었다.
코로나19의장기화는 4차 산업혁명으로 초래될사회경제적변화의속도를 더욱 높일 것이라는 예상이설득력을 얻고 있다. 신자유주의의‘노동시장유연화’로 인해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분단된 한국 노동시장이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의장기화로인해취업자와 실업자의분단으로 중첩될 전망이 우세하다. 그 결과가 불평등의가일층적인심화로 나타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당초 간단할 것처럼보였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여당의해법은 전혀예상치않았던 ‘공정성’ 시비에휘말리면서정권의국정철학마저도전을 받고 있다. 이재명지사는 3차, 4차 재난기본소득의필요성을 벌써부터주장하고 있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기획재정부이다. 기재부는 특히1차 재난지원금에서당한 수모를3차 재난지원금을저지할제도적장치로풀고자‘한국형재정준칙’을 구상했다. 하지만‘한국형재정준칙’을 2025년부터 적용하려는 방침도 ‘재정건전성’ 달성을 차기정부에떠넘기던 과거의무책임한관행을반복하려한다는비판을받고 있다. 국가채무비율 60%, 통합재정수지–3% 중하나만 맞추면준칙을 충족한 것으로 설계돼있어준칙의실질적인구속력도의문시된다.재정수지–3%는유럽연합이채택하고있는 기준이라지만, 국가채무비율 60%는 문재인 대통령의질책을 받았던예전의 40%와마찬가지로아무런근거가없다.마치국가채무비율은 상승할 뿐 하락할 수 없는 것처럼설계한 것도이해하기어렵다. 재정준칙이기재부의정책시야를넘어서는 복지정책제안은 잘라버리는그리스 신화의‘프루크루터스의침대’가 돼서는안될것이다.
개인노동시간공정분배가핵심과제
놀라운 것은 야당 비대위원장의 행보이다. 그가당 정강·정책에가장 먼저강조한 기본소득을 개념
에 근접
하게 지급
하려면 막대한
재원이 소요될 것
이다. 인공지능과 로봇
의 투입이 확산될수록 이
재원을 마련하는 생산에서인
간의노동이설 자리는 좁아질 것
이다. 크게본다면 선택지는 노동시장의외부유연성과 내부유연성 둘뿐이다. 경제전체의노동량(총노동시간)이줄어드는데개인별노동시간을유지하면실업자는양산되고(외부유연화) 생산물의공정한 재분배가 핵심과제가 될것이다. 반면에 총노동시간이줄어들 때 내부유연화로개인의노동시간도줄어들면고용량은유지될수 있을 것이다. 핵심과제는 개인 노동시간의공정한 분배가 될 것이다. 외부유연성이선택되면 진보적어젠다인기본소득은대량실업으로극우의어젠다로 변질될 것이다. 여당이추진하는 ‘비정규직의정규직화’가 진흙탕에빠져있는 사이에노동시장유연화문제를야당비대위원장이정면으로거론하고나선것이극우버전을향한 사전작업이라면한국 사회에는 좋지않은 시나리오이다. 이시나리오가 우려되는 것은그가 ‘5·18정신’과 ‘태극기 부대’에양다리걸칠수있다고착각하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