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강온양면카드…복잡해지는연말남·북·미셈법
신형ICBM공개하면서대남유화메시지대선이후대미협상서남측도움구할듯
북한이지난 10일 노동당창건75주년을 맞아진행한열병식에서덩치를키운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대내외에과시하면서도미국에대한직접적언급은피하며도발수위를낮췄다.
동시에김정은북한국무위원장은열병식연설에서대내 행사에서는 이례적으로 남한을 언급하고유화 메시지를 발신했다. 미국대선이한달도채남지않은 상황에서북한이강온양면전략을구사한셈이다.
이를 두고북한이새로들어설미국 행정부의대북정책윤곽이드러날때까지‘숨 고르기’에들어갔다는분석이나온다.결국연말연초한반도를둘러싼 남·북·미셈법은더욱복잡해질전망이다.
◆北 “전쟁억제력, 선제적사용안 해”
11일 조선중앙TV의열병식녹화중계및노동신문 보도사진 등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자정 평양김일성광장에서 개최한 열병식에서 신형 ICBM과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4호’ 등 전략무기를공개하면서도 전쟁억제력을 강조했다. ‘핵억제력’이라는용어사용도피했다.
특히북한이공개한 ICBM은 길이와 직경이이전보다커져미국본토전역을타격할수있는능력을갖춘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전날 공개된무기들이그간실험된적은없어중간개발단계수준에머물러있는것으로 보인다. 미국에큰위협이되지않는무기들인셈이다.
김위원장역시신형무기공개에앞서연설을진행, “우리의 전쟁억제력이결코 남용되거나 절대로선제적으로 쓰이지는 않겠다”, “우리는 그 누구를겨냥해서우리의전쟁억제력을 키우는것이아님을분명히 한다”고 밝히며 대미(對美) 경고 메시지의수위를조절했다.
그러면서김위원장은국제사회의대북제재와코로나19 사태, 태풍으로인한수해등이른바 ‘3중고’를 직접언급하며인민들에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거듭역설했다.
아울러남측을 향해서는 “사랑하는 남녘동포들”이라며유화 메시지를 띄웠다. 나아가 코로나19위기가극복되면경색된남북관계를복원하겠다는의지도드러냈다.
홍민통일연구원북한연구실장은이날본지와의통화에서“김 위원장이연설에서전략무기를 지속해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자위적방어를위한 차원일뿐누구를특정해공격하기위한수단이아니라는 점을 애써밝히려고 했다”면서“미국 대선이후까지북·미관계를 지켜보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홍 실장은 “연말이나 연초에 코로나19 백신 또는 치료제가 나올 경우 남북 관계를 재활성화하겠다는취지를밝힌것은긍정적으로볼 상황”이라고덧붙였다.
◆“남북 관계, 연초당대회이후가시화”
북한의 대남(對南) 메시지를 두고 11월 초 미국대선이후 북·미협상을 재개하는 과정에서남측의조력을얻으려는사전작업이라는분석도제기된다.
김인태국가안보전략연구원책임연구위원은 “당창건 행사임에도 한국을 직접거론했다는 사실을고려해야 한다”며“짧은 메시지지만, 북한이전하고자하는내용은모두담겼다”고강조했다.
국가 최고 존엄인김위원장이인민들앞에서내놓은 메시지의무게감이결코 가볍지않다는 지적도있다.
예상치않은 대남 메시지에청와대는 이날 오후외교부와 통일부 등 관계부처장관들과 함께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향후 남북관계복원과관련한동향을면밀히주시해나가기로했다.
외교부와 통일부는 특히김위원장의이번연설이한반도 평화와 남북 관계발전으로 이어지기를기대한다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한반도 종전선언등에북측이호응하기를바란다고전했다.
이가운데내달 미국 대선이라는 빅이벤트가 예정돼있어남북, 북·미관계를예단하기는쉽지않다.
북한은미국대선결과는물론차기정부의대북정책이어느정도윤곽을드러내는시점에이르러서야남북관계를개선하는움직임을보일것으로관측된다.
홍실장은“아마연초8차 당대회이후까지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종전선언등의카드가 북한의호응을 적절히이끌어내는 수로 쓰일수있을것”이라고내다봤다.
일각에서는북한이이른시일내에 대남, 대미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움직임을 보일 것이란 전망도존재한다.
김연구위원은 “김위원장이열병식연설을통해대외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그만큼북한이대내적으로어렵다는 얘기”라며“북한이여건이 조성되는 대로 대외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노력할것으로 보인다. 당장연말에아무변화가없을 것이라고 예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