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 Business Daily

삼한시대비밀왕국…‘조문국’을아시나요?

- 기수정기자viole­t1701@

“조문국 알아요?” 지인이 물었다. 나는 “누굽니까? 가수조문근은 압니다만, 친척인가요?” 물었지만, 이내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조문국(召文國). 사람 이름이아니라, 한 나라의이름이라니. 기록조차 많이없어아직은 많은 이가 모르지않겠냐며방어했­지만 구겨진 체면, 말씀이아니었다. 여행기자를몇년 했지만, 조문국은아스라한정도­가아니라, 아예기억속에없는 이름이었기에 더없이부끄러웠다.

조문국 사적지는 지난해‘강소형 관광지’에당당히 선정됐다. 한국관광공사는전국여­행지중인지도는낮지만 성장가능성이높은지역­관광지를강소형관광지­로선정하고,지방자치단체와협력해­새로운 관광명소로육성 중이다. 지역별로 균형있는관광발전을위­해향후인기관광지로성­장할가능성이있는 곳을 발굴하고 체계적인 마케팅을 통해유망관광지로육성­할계획이다.

의성하면가장 먼저뇌리를 스치는 것이 ‘마늘’과 ‘컬링’이겠지만, 삼한시대부족국가중화­려한문화를꽃피웠던 조문국(召文國)을 빼놓고 의성을 설명할수는없을것이다.

기록을 속속들이찾았다. 대동지지(大東地志)와읍지(邑誌)에는 현재 의성군 의성읍에서남쪽으로2­5리 떨어진 금성면일대에조문국이­있었다고 나와 있었다. 또삼국사기에는“벌휴이사금이조문국을 정벌하였다”고 짤막하게정리돼있었다. 이를통해삼한시대의성­지역에서번성했던국가­가바로조문국이었고, 벌휴이사금때신라에복­속됐다는것을추정할수­있다.

인공지능(AI)시대를 살아가는 2020년이지만, 발길닿는곳곳에서조문­국의역사와그흔적이오­롯이남아있었다.

의성금성산 고분군(국가지정문화재사적 제555호)에오니이곳이나라였다­는사실이더확실해졌다. 금성면대리리와 탑리리,학미리에는 5~6세기경만들어진것으­로추정되는고분 374기가 흩어져있는데, 이것이바로 조문국이의성 지역에독자적인문화를­형성했음을시사하는부­분이었다.

국도 28호선을 달리다 보니조문국 사적지표석이등장했다.차를세우고고개를돌리­니가슴이뻥뚫리는 듯한 풍광이드넓게 펼쳐졌다. 표석이없었다면산책로­까지잘 갖춰진공원으로 착각할 정도였다.하늘을향해이어진길을­따라천천히걸으니,의성의유구한 역사가 가슴속으로 들어오고, 초록빛고분과 붉은배롱나무의조화에­코로나우울증까지치유­되는듯했다.

동행한 문화해설사는 “봄에 오면 더 좋다”고 귀띔했다. 5월에는작약꽃단지가­무척아름다워여행객발­길이끊이질않는단다. 비단봄뿐아니라 계절마다 매력넘친다고. 워낙풍광이아름다워최­근에는 웨딩사진촬영지로인기­를얻고있다는얘기도덧­붙였다. 흥미로운얘기에푹빠져­듣고 있는데, 해설사의말이“고분군이아름다운것은­알겠는데왜무덤에서결­혼사진을 찍을까?”라고 반문했다. 얼른“결혼은 무덤이라서그런 것이 아닐까요?”라며 농을하니“그말이맞네요”하며껄껄웃는다.

여담은 그만, 이제조문국사적지얘기­로다시넘어가기로 하자. 이곳에는봉분 40여기가 있는데, 유일하게주인이알려진­고분이1호분(경덕왕릉)이다.둘레 74m에 높이 8m로, 봉분아래화강암 비석과상석이있다. 경덕왕릉앞에는봉분 모양 조문국고분전시관이 있다. 2009년 발굴한 대리리 2호분의내부 모습을 재현한 곳으로, 순장 문화와 출토 유물을생생하게볼수있­다.

금성산 주변 고분군은 대부분 원형의봉토분이다. 봉토를이루고있는엄청­난양의흙은이지역의흙­색과는달리순수점토로­이뤄져있는만큼막대한 노동력을 투입해다른 지역에서운반해왔을것­으로추정해볼수 있다.이부분에서도당시조문­국을 통치하는 우두머리의정치적영향­력이어느 정도였을지짐작이가능­하다. ‘잃어버린 대왕국’이이곳봉분에곤히잠들­었으리라.

사적지에는5월중순부­터피어나는작약꽃,가을께면배롱나무와 분홍쥐꼬리새(핑크뮬리)가 여행객의마음을 사로잡는다.이곳을더넓게조망해보­고싶다면전망대에올라­보는 것도좋은 방법이다. 금성산과함께어우러지­는멋진풍경을볼수있다.

조문국에대해더알고 싶다고 하니의성조문국박물관­을 추천했다. 과연조문국의화려한문­화와의성역사의변천사­를한눈에확인할수 있었다. 지난 2013년 문을연박물관은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이뤄졌는데, 2층상설전시실에조문­국관련유물이전시돼있­다. 여러유물 중에서도 특히대리리고분군에서­출토된 금동관모는 우리가 흔히알고있는 신라의금관과 확연히다른 생김새로 눈길을끌었다. 5세기 후반 것으로 추정되는 금동관모는‘장식봉’이달렸는데,이것을통해조

문국의독자적문화를가­늠할수

있었다.

1층에는 어린

이들이 실내에

서유물을발굴·복원하는 과정을체험해보는어린­이고고발굴체험관이, 야외에는 대형 놀이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금성산 고분군을 한눈에감상할 수 있는 스폿을찾는다면박물관­옥상정원이제격이다.

조문국 사적지만 둘러보고 가기엔 아쉬움과 미련이 컸다. 이곳에왔으면평창동계­올림픽당시‘영미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의성을 알리는 데혁혁한 공을 세운 종목, ‘컬링’을 한번 체험해봐야 하지않겠는가. 일행을 유혹했고, 의성읍 컬링센터를 찾았다.

이곳은 전문 컬링팀의 전지훈련장으로 사용되고있었다.컬링은메달신화 ‘팀킴’도 이곳에서훈련했다. 동시에일반인체험·동호회모임도할수있는­시설로확대돼누구나체­험을할수있다.

마침 그곳에 있던 이슬비 해설위원에게 컬링을배워보기로 했다. TV로 봤을 때는 컬링만큼 쉬운종목도없을것 같았는데, 막상배워보니발을내딛­는것조차너무어려웠다.

장비교육부터 경기장·경기 규칙을 간단하게익힌후약 45m 되는빙상장을왕복하며­슬라이딩(미끄러짐) 등 컬링기본 동작을 반복했다. 컬링전용빙판은 꽤예민하고 미끄러웠다. 선수들이쉽게하던동작­도 직접따라 해보니우스꽝스럽기그­지없었다.

온몸의 근육과 신경은 바짝 긴장을 했다. 체력소모도 엄청났다. 20㎏에육박하는스톤을 움직이는것도여간힘든­일이아니었다.이슬비위원은“어느 정도 익숙해지려면 최소 3개월에서 5개월 정도꾸준히훈련하는것­이좋다”고 귀띔했다.

이외에도의성에는올해­6월국내최대규모로개­관한 펫월드부터, 경북도 산업유산인‘성광성냥’ 공장과 성냥을 주제로 한 벽화 골목, 전통마을인 사촌마을등관광매력이­넘쳐난다. 조선최초통신사인박서­생이일본에타고 갔던배를 재현한 의성군의신규관광콘텐­츠까지풍성하니, 가는곳곳마다새로운 매력이여행자를 설레게하는 고장임이분명하다.

하나더고백하자면사실­의성방문은이번이처음­이다. 떠나기전 ‘과연 여행매력이있을까?’ 하던의심은 온데간데없고, 감동과 행복만이남아 지금까지마음을 즐겁게 한다. 자세히보아야 예쁜 곳,찬찬히보아야 그가치를알수있는 곳, 바로이곳의성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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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 컬링센터에서는 일반인도컬링을체험할­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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