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신성장기회”…금융·정책·제도3박자변해야
정부공들인‘해운재건5개년계획’보완민관협력투자기금조성·선박은행설립변동성대비…선주·운항분리검토해야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위기에도국내해운업계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 항로개척등을통해견조한실적을내고 있다. 아주경제신문은 모처럼 재도약의 기회를 맞은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희망찬 미래를 조망하기 위해 ‘부활하는 해운산업, 新청사진’을 주제로 특별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정부와 업계, 학계등의목소리를모아한국해운산업의새로운비전을제시하고자 한다.
“업황이모처럼좋아요.이런때를해운산업의신성장·선진화의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국내한 해운전문기업임원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선전하고있는현재를 ‘재도약의기회’라고 힘주어말했다. 그야말로부활의때가왔다는 것이다. 그간미약했던금융지원책의파이를 키우는 한편 정부가 그간 공들여온‘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되짚어봐야한다는목소리도 크다. 이와 동시에 해운기업들이 선주를고집하기보다는 제도 변화를 꾀해 과감한 혁신에나서야한다는주장도 나온다. 정부의금융지원-정책변화-제도개선 삼박자가 어우러질 때해운산업의신성장이가능하다는게업계의중론이다.
◆모처럼 살아난 해운업황… 활짝 웃지 못하는이유
해운업계는 2017년 한진해운사태를기점으로서슬 퍼런구조조정의칼바람을 겪었다. 코로나19로인해물동량이급감할 것이란 우려도 잠시, 모처럼호황이다. 사람간이동이제한되면서되레물류수요가 폭증하면서 컨테이너 운임 상승세가 이어진덕분이다. 코로나19 장기화를 우려한 주요 선사는비용 절감 차원에서항만에정박만 해뒀다. 그런데2분기들어각국의봉쇄조치해제가잇따르면서예상보다 수요가 빠르게 회복됐고, 컨테이너공급이상대적으로부족해지면서운임이오르게된것이다.
12일 관련업계에따르면 글로벌 컨테이너선 운임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30일 기준 1443.54 포인트를 기록하면서9주 연속상승세를 보였다. SCFI는 중국 상하이에서출항하는 컨테이너선 노선의단기운임을 지수화한 것으로 1300선을 넘은것은 2012년 이후 8년 만이다. 코로나19 직격탄을맞은지난 4월 말(818포인트) 대비두배가까이올랐다. 미국항로운임은 7~8월 두달간 전년동기대비 72.6% 급등했다. 여기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선박 운항 비용절감 효과까지겹치면서시장에서는하반기에도해운사들의실적호조는이어질전망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업계는 언제든 다시물동량이급감할수도있는만큼 장기적인차원에서근본적인금융및 정책, 제도개선이이뤄져야 한다고입을 모은다. 이미일부 화주(무역기업)들은 급등하는운임비인하를 정부와 관련협회등에요구하면서선주사와 갈등이증폭되는 점만 봐도, 해운업의위기는또다시재연될수있다는우려다.
◆정부,금융및정책지원…다변화시급
업계는 정부가 ‘해운재건 5개년 계획’ 등을 통해밝힌 해운업 지원책에 보완이필요하다는 주장이적잖다. 물론 HMM(현대상선의 새이름)에 대한 과감한지원은여러긍정적효과를 불러왔다.특히국내화주들이그간 해외선사에의존하면서커졌던운임부담을덜수있는한편국내조선3사의수주난도 해결할 수 있었다. 지난달 출항한 HMM의세계최대컨테이너선12척은 모두만선을 기록, ‘해운강국’의자존심을되살리고있다는평가도크다.
하지만 정책금융은 여전히 특정기업에 한정되는 데다, 정부의금융지원만으로는 국내해운산업의투자 규모를 키우기에역부족이란 주장도 거세다. 실제로 산업은행등 국책금융기관이선박금융90% 이상의돈줄을쥐고 있다. 유독해운업을상대로한민간투자가활성화되지않은이유는여러가지가 있지만, 자금회수가 십수년이걸리는데따른부담이가장 크다. 이를 해소하려면 정부가 일종의시드 머니(Seed money)를 만들어민간투자를유치해야한다는주장이거세다.
이미중국은 정부 주도로 2009년 선박산업투자기금을 29억5000만 위안(약 5000억원) 규모로 조성했고, 잇달아 민간투자기업이참여해 200억 위안(약 3조4000억원) 규모로 키워냈다. 일본도 2012년일본선박투자촉진회사를 설립, 선주와 국책금융기관이공동기금을마련했고 2012년 조선산업호조라는소기의목적을달성한뒤자동해산했다.
해운기업들은 지금 업황이 좋다지만, 영업이익률이10% 미만으로낮은상황에서보다촘촘한 정책지원이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해운재건5개년 계획에 포함된 지원책도 특정선사나 정기선 운영사에치중된 점이한계라는 지적이다. 철강 및 전력기업관련부정기선(전용선)사업을주로하는한해운기업관계자는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 가까이장기계약이이뤄지는전용선사업을영위하는기업에대한혜택은전무하다는점이아쉽다”면서“정부의부담을줄이는동시에기업의부채비율을낮추면서지속적인투자를유인할수있는 ‘선박은행’ 설립이필요한이유”라고 강조했다.
◆변동성큰 해운산업,선주-운항과감히분리
다른 산업에비해업황 변화가 심한 해운산업은각 기업의신용도에악영향을 미쳤고, 결국투자를꺼리는악순환이이어진다. 이로인해그간 국내선사들은 최근까지도 5% 이상의고금리금융이자를감당해야 했다. 다만최근 코로나19로인해국내기준금리가 총 0.75%포인트 낮아지면서다소부담이줄어들기는했다.
이는 일본 해운사가 1%대의 저금리금융이자를부담하는것과는큰 차이다. 동일한 조건이라 해도국내해운사는이자비용으로손해를보는반면일본해운사는이자 비용부담이적어안정적으로 사업을영위할수있다.
실제 2000년 이후국내해운산업은 ‘롤러코스터’로 표현될 만큼 호황과 불황의격차가 컸다. 반면일본 해운산업은 불황의큰 그늘 없이안정적으로유지되고 있다. 이를 두고 학계는 우리나라와 일본의선박 운영포트폴리오 차이가 변동성의격차를키웠다고분석한다.
국내 해운사는 모두 대규모 선주(船主)가 되길원해금융비용을감당하고 선박을늘려파산 위험이크다. 실제국내해운사는 2000년 중반호황기에선박을크게늘렸다. 하지만이후불황이닥치면서금융비용을 감당하지못해파산에이르는 경우가많았다.한진해운이대표적인사례다.
반면일본 해운사는 무리하게 선주가 되기보다는남의선박을빌려운영하는 운항(運航) 사업비중이크다. 고려대해상법연구센터에따르면지난해일본지배선대는 2496척에이르는데이중직접운송하는 대신운항사에배를 빌려주는 선주가 보유한배는 827척(33.1%)이다. 국내에서는 해당비율을따지기무의미할 정도로 선주가 직접운항을 하는것과큰 차이다.
일본선주들은선박건조이후운항을맡을해운사에10~20년씩장기간배를빌려주며용선료(傭船料)를 받을수 있다. 불황이와도용선료가 급감하지않기에큰 타격을 피할 수 있다. 운항사 역시선박건조에따른금융비용부담이없어불황이오더라도이를이겨낼수있다.
특히일본에서는 선주가 되기어려운 소형해운사만이같은운항사업에적극적인것이아니다. 오히려일본의3대대형해운사로꼽히는 NYK, MOL,케이라인 등은 다수의 선주사로부터 선박을 빌려운항사업을하는경우가 많다.이들은대형해운사란이점을활용해다수의선박을빌리는데성공, 자체선박보유에따른리스크를낮췄다.
국내학계에서는일본의이같은 선주·운항 분리운영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김인현고려대법학전문대학원교수는 “운항사들이자신이소유한 선대를 절반, 선주로부터용선한 선박으로 선대절반을 구성하는 포트폴리오가 리스크관리에 이상적”이라며 “같은 선주사-운항사 분리운영방안을 국내에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