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꾼’비난내로남불…제대로사과해야
2020년 내내대한민국 구성원 모두가 코로나19와전쟁을 치르는 와중에, 정치권은 추미애법무부 장관아들군휴가 문제로 시끄럽다. 올초의혹 최초제기,이어9월말검찰수사결과발표이후현재진행중인국정감사까지벌써10개월 동안 국력을낭비하고있다. 모든국가적에너지를 총동원,힘을합쳐바이러스발 생명·생계 위기를 극복해야 할 시기에국회전력(戰力)은곳곳이구멍이다.
법무부역시 ‘K-방역’에 어깃장을놓고방해하는불법세력을 엄단하는 데집중해야 함에도 장관이여당 대표 시절있었던개인사 때문에어수선한 분위기다.
팩트만놓고보면관련자들이재판에회부(기소)될정도의법률적인잘못은없는 듯하다. 추석연휴직전검찰이발표한내용도그렇다.
서울동부지검이벌인8개월동안진행했던수사결과의핵심포인트는△추장관아들휴가는규정대로 이뤄졌고 △다만 상급부대의승인내용이아래로 잘 전달되지않았으며△추 장관이보좌관에게해당 부대장교 전화번호를알려줬고△보좌관은그장교에게전화를했으나법을위반한특혜가없다, ‘무혐의’였다. 즉, 안 되는일을억지로 되게만든부정한 청탁이아니라 단순한 해프닝, 법적으로문제될게없다는말이다.
아들軍휴가문제10개월째국력낭비
이의혹이불거졌을초기부터“이건은 단순하다.법률적으로 큰 문제가 없어보이는 사안”이라고 기자는 말해왔다. 추 장관 아들과 시기는 다르지만문제가 된 카투사(주한 미군에 배속된 한국군)로군 생활을 했고, 언론사 정치·경제·사회부에서 적지않은시간기자로일한경험에서나온판단이다.
검찰이내놓은 결론을 일찌감치, 한참 전에예상했다.그러나법률적인측면이그렇다는얘기지정치적인판단은큰차이가 있다. 과연‘정치인’ 추미애가어떤말과행동을했는지가관건이었기때문이다.
추 장관아들 의혹과 관련, 보수야당은이번국정감사까지이의혹을 확대 재생산, 정치적으로 공격해 재미를 보는 측면이 크다. 검찰개혁이라는 대의명분에저항하는 검찰 일부 세력의노림수도 있는듯하다.일부언론이본질과무관한사안까지파
헤쳐의도적으로 사건을 키웠던 것 역시부인하기힘들다.
어쨌든추장관은검찰 수사,사법적인잣대를통해법적면죄부를받았다.하지만법을어겨‘잘못’한일과 정치인으로서‘잘 못’한 일은 완전히다른 차원이다. 추미애장관이정치를 할 때불거진일이기때문이다. 특히추 장관 아들 서모씨카투사 복무기간은추장관이민주당대표임기와 많이겹친다.주목할사실은아들이입대할때는야당대표,휴가가 문제가 된 2017년 6월 당시에는 여당 대표라는점이다.
대한민국에보좌관을 둔, 정치하는 엄마가 몇이나 될까. 그런 엄마가 국회의원인 아들은 더 적을터. 보좌관을둔 5선 국회의원의그아들이입대해육군에복무중인경우는보다더적을 게다. 그아들이건강이안 좋아 수술을 했고 휴가 문제가 생겨엄마의보좌관이아들군상급자에게전화를한경우는 더더욱 드물 것이다. 그 엄마가 2017년 5월대선에서대통령을당선시켜야당을일약집권여당으로만든당대표인추미애현법무부장관이다.
병사의휴가는부대지휘계통에따라정상적으로이뤄지면끝이다.그러나그중간에거물정치인의보좌관이개입했다면특혜논란이나올수밖에없다.
게다가 추 장관은 보좌관이개입한 팩트에대해말을 계속 바꾸고 있다. 지난 몇달 동안 국회에서“소설이다→ 그런사실이없다→확인하고 싶지않다→ 모른다”고 했다. 검찰이카카오톡으로보좌관
에게장교전화번호를 전한 사실을공개하자 “기억나지않는다”면서다시장편소설이라고되돌아갔다.
추 장관의본캐(본질적 캐릭터)는 거물 정치인이다. 장관은 부캐(부수적 캐릭터) 중 하나에불과하다. 여당 대표와 장관을 지낸추 장관이앞으로 도전할큰자리는 서울시장, 국무총리, 국회의장, 나아가최종적으로대권뿐이다.
그런추 장관이아들휴가와 관련해서정치적인늪에 빠졌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고, 스텝은 계속꼬이고 엉켰다. 깔끔하게, 짧고굵게사과했으면될일을계속크게만들었다.
이번일은 1997년 대선,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탄핵등추장관의정치사(史)를돌아보게한다.
자신이당선에일조한두번째대통령(첫 번째김대중, 세번째 문재인)인 고 노무현전대통령과 결별한 후 불거진 탄핵정국 초기, 추 장관은 탄핵에반대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사과를 제대로 안 했다”며돌연탄핵찬성으로 돌아섰다. 이후 그는 삼보일배를 돌며 반성했고, 일생일대 최악의 정치적선택이었다고자책했다.
아들건과관련해서추장관본인이제대로사과를했다면어땠을까.가장늦었다고생각할때가가장 빠른 때, 끝날 때까지끝난 게아니라는 생각을왜하지 못할까. 또 한 번최악의정치적선택을 하고있는건아닌지.
1996년15대총선에서당선되며정계에입문한추장관의정치적아버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추장관은
‘영남의 딸,
호남의 며느리’
로 불렸다. 추 장관
은정치초년병시절, 처
음대통령선거를치르며병
역문제의 무서움을 누구보다
잘알게됐다. 1997년 대선에서이회
창 한나라당 후보가 두아들의병역면제스캔들로다잡은대권을놓친걸생생히목도했다.아들의병역관련문제가불거지면어떻게될지너무나잘알고있을정치인이다.
“군대에안 가도될아들을군대에보냈다”고 말하는이유가 바로여기에있다. 이번에불거진아들관련의혹에서용산 배치, 통역병선발등도비슷한맥락. ‘손을 쓸 수있는 충분한 위치에있었는데일부러안 했다’는 투로 대응했다.일부여당의원들도동조했다.추장관아들과관련한의혹이마치미담(美談)사례인양.
그러나 이는 정치적 떳떳함, 결백을 입증하려는의도와는멀어도한참 멀다. 도리어또다른방식의부정한 청탁, 대한민국 군대와 병역체계를 우습게보는 권력의오만함을 암시한다. 우리징병시스템에서현역으로입대하는 건누가 원해서넣고 빼고할수없는 일이다. ‘군대 가(야 하)는 아들’, ‘안 가도될아들’을부모가판단할수는없다.
김대중전대통령이한국정치에내린유훈(遺訓)중 많이인용되는 문구는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이다. 추 장관은 탄핵후 노무현전대통령을정치꾼이라고비난했다.문제의식없는책상물림과 현실감각 없이돈만 밝히는 장사치가 합쳐지면그게바로최악의정치인,정치꾼일텐데,추장관은이발언을 사과하고 삼보일배로 자신의잘못을 뉘우쳤다. 그어떤법률적잘못을저지르지않았지만그렇게했다.정치인이기때문이다.
1997년 여름,국회의원회관에서추미애초선의원과 정치부초짜기자가 점심약속을잡으며나눴던대화가 생생하다. 그는정색하며“진짜 5000원짜리점심먹어도돼요?”라고물어기자를당황케했다.
“부정부패한 정치판을 세탁하겠다”며판사를박차고나온 세탁소집둘째딸이초심으로돌아가는추미애장관의정치적리부트, 새출발은 불가능한일인가.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