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 Business Daily

나는‘쳇바퀴골퍼’다

“빨리쳐라”캐디의‘소몰이’진행옷입는순간경기독­촉…18홀도는동안에도‘빨리빨리’회원예약은광속마감…한국골프물가,세계최고수준

- 이동훈기자ldhli­ve@

대한민국의일개골퍼로­서유감스러운세상이다.골프장에도착하면절로­한숨이난다.천정부지로솟는골프장 이용료(그린피)와 카트 사용료(카트비), 캐디피때문이다.라커룸키를 받고, 옷을갈아입으러들어가­면빨리나오라는독촉이­시작된다.카트를타고18홀을 도는동안에도‘빨리, 빨리’다.캐디는말은안해도흘기­는눈으로눈치를 준다.눈칫밥을‘꾸역꾸역’넘긴다.가져온음식을먹었더니“음식가져와서여기서드­시면안돼요” 라는지적까지한다. 30만원이넘는돈을내­고,목동의채찍에몰이당하­는소처럼잔디밭을뛰어­다닌다.경기가끝나고캐디는 “4시간30분이나걸렸­다.빨리치셔야한다”고타박을준다.올해10월평균회원권­가격은 1억5000만원 선.회원이라고다를바 없다.늦은밤골프장부킹을위­해서눈을켜고모니터를­바라봐야 한다.잠시라도늦으면예외는­없다.“전화로하세요.찾아오지마시고요.”골프장을방문해서담당­자를만나려해도만나주­지않는다.

그야말로유감이다.우리는어쩌면골프장이­만들어놓은쳇바퀴속에­서사는지도모르겠다.

“대한민국골퍼여러분쳇­바퀴잘굴리고계십니까.”골프장쳇바퀴1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골프장 내장객이대폭 증가했다. 감염병탓에하늘길이막­히면서야외인골프장이‘청정 지역’으로 평가받았기때문이다. 덕분에 골프 붐이 일었다. 이름하여 ‘골프 신드롬(Golf Syndrome)’. 이러한 상황에서그린피, 캐디피, 카트비는 ‘따상’을 노리는엔터사주식처럼­올랐다. 대중골프장의가격도더­는‘대중적’이라 부를수없는상황에이르­렀다.

그린피가 25만~30만원인 골프장이수두룩하게생­겼다. 카트피는 13만원, 캐디피는 15만원까지 치솟았다. 골프를 치기위해서는 비싼 골프장을 기준으로1인58만원­까지납부해야하는상황­이다.

“4인 232만원을 줄게”라고 외쳐도부킹하기가하늘­의별 따기다. 골프장은 인산인해다. 카트를 타고나가는사람의수와 카트에탑승하는사람의­수가비슷할 정도다. ‘마르지않는 샘물’처럼 말이다. 이때다 싶은 골프장들은 ‘물 들어올 때노를 젓겠다’는마음으로돈이될만한­것은모조리값을올렸다.

울며겨자 먹기로비싼 비용을낸골퍼들은그린­을밟자마자소몰이를당­한다.

캐디도 귀에걸친 무전기를 통해캐디마스터에게압­박을 당한다. 결국캐디들은 “빨리, 빨리”를 외칠수밖에없다. 한팀이라도더받아야수­익이늘어나기때문이다.

골퍼는 생각한다. 내가왜58만원이라는 돈을내고소몰이를당해­야하는가.그래도큰대안은없다.한곳만이아닌많은골프­장이단체로비용을올렸­기때문이다.그런그에게한사람이이­야기한다. “골프를 싸게치고 싶으면회원권에투자해­보는 것은어때”라고 말이다.

골프장쳇바퀴2명절기­차표예매보다힘든부킹

국내회원권 평균 가격은 약 1억5000만원. 남부권보다 중부권이더비싼 건 당연하다. 골퍼B씨네회사는서울­강남구에서가까운A골­프장의회원권을보유하­고있다.이골프장의회원수는약 800명.

추석연휴였던지난9월­30일밤11시부터1­0월1일새벽1시까지, B씨는 모니터를 지켜봤다. 고향으로향하는기차표­를예매하려던것이아니­다. 골프장 부킹 때문이다. 두 달 뒤인 11월 예약이자정에열리기때­문이다.

찰나의순간.좋은시간대를모두 빼앗겼다.다음날 중요한 미팅이있는 시간대로 변경하기위해골프장에­전화했지만,어쩔수없다는대답뿐이­다.

결국골프장의회원담당­자를만나러가기위해나­섰지만, 프론트에있는직원은“찾아오지마시고,전화로하세요.못만납니다”라며차갑게응대했다.

며칠후 B씨는 다시골프장에전화를 걸었다. 해당시간부킹이가능하­냐물었더니“가능합니다”라는대답을들었다.이어서그직원은“그린피는 20만원입니다.” 결국 내가 원했던시간은 비싼 그린피를받는비회원을­위해남겨져있었다.

B씨는 느꼈다.회원권이있어도비싼그­린피를받아야해서비회­원을우선시한다는것을.

1980년대 중반 개그맨 부부가 개그 프로그램에서퍼뜨린유­행어가 떠올랐다. ‘난 봉이야~’ 결국회원은 ‘봉’이었다.

골프장쳇바퀴3시중3­배가격의‘그늘집’음식

지난 2009년 있었던 일이다. 이역시도 A골프장에대한 이야기다.골프장회원인골퍼들이­싸온음식을먹다가‘벌점’을 받았다.

벌점을 받으면일정기간 골프장 부킹이불가능했기에,해당골퍼들은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이의를제기했다.

당시그들의주장은 이랬다. “그늘집에서시중보다 평균 3배이상 비싼 음식을팔고 있어서, 음료수나초콜릿등가벼­운음식을 가져왔다. 그런데그걸본골프장에­서부킹을금지했다”고 했다.

이는음식도가져오지말­고, 골프장에서파는것만 먹으라는 골프장의 ‘갑질’이다. 사실이조항은많은골프­장홈페이지에서확인할­수있다.

당시공정위는 “골프장 사업주들이우월한 지위를 이용해이용객의권익을 부당하게침해하는 행위에대한감시를강화­할것”이라고이야기했다.

11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A골프장은 외부 음식물 반입을 허용했다. 그러나 대구에위치한 D골프장등대다수골프­장은여전히외부음식물­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D골프장 홈페이지에는 ‘우리 클럽에서는외부음식물­반입을금하고있습니다’라는글과함께사진이게­재돼있다. 긴사진이지났지만,바뀐것은전혀없었다.

대한민국에서골퍼로 산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비싼 금액을 지불하고, 소몰이를 당한다. 어렵사리회원권을 사도 수강 신청과 귀향길기차표 예매처럼모니터에서수­도없이키보드의F5(새로 고침)를눌러야만겨우예약할­수있다.

회원담당자를 만나려해도 만날 수 없다. 찾아오지말고 전화로 하란다. 좋은 시간은 모두 비싼그린피를 내는 골퍼들의 몫이다. 밥도 마음대로 먹을수 없다.우리는‘노비’이기때문이다.결국우리는골프장이만­들어놓은 ‘쳇바퀴’를 열심히굴리는골퍼다.

악랄하고 악질적인 쳇바퀴가 과연 왜 만들어졌을까. 이는 바로 정부의 안일한 탁상행정 때문이다. 2000년 정부는 ‘골프 대중화’를 외쳤다. 문제는 말만 대중화지, 골프장 사주들의 배만 불리는 데 일조했다.

세금은 감면하는데, 골프장 이용료는 오히려올라갔다. 신기한 일이다. 카트비는 렌터카를 빌리는 돈보다 비싸다. 원가는 훨씬 싼데 말이다.캐디피는 어떠한가. 10만원부터 쭉쭉 성장하더니 15만원 선이 됐다.

대중 골프장이회원제 골프장보다 비싼 경우가허다하다. 아무리금액을 올려도 내장객은 넘치니‘배짱’이두둑해졌다.

골프장쳇바퀴4수도권­주말이용료,미국의2.7배

사람들은 물가를 비교할 때전세계에체인점을보­유하고 있는 햄버거 전문점이나, 커피 전문점의한메뉴를기준­으로 한다. 2014년 한프렌차이즈커피숍의­커피가격이뉴욕에서판­매하는 가격의두배여서많은이­들을놀라게한적이있다.

그럼골프물가는어떨까. 각국가에서가장유명한­골프부킹애플리케이션­을통해확인해봤다. 미국은 Golf Now(골프 나우), 일본은 GDO(골프 다이제스트 온라인), 중국은 BaiGolf(바이 골프)를 통해진행했다.장소는각국가도심근처­로하고날짜는주말(일요일)인10월25일로 잡았다.

골프나우로 ‘미국 캘리포니아’를 검색해서나온가장 비싼 골프장은 아이언 밸리 골프 클럽이다.카트비를 포함해 79달러(약 9만원)에 이용할 수있다. GDO로 ‘일본 도쿄’를 검색했다. 소부 컨트리클럽이나왔다.

같은기간 내에비용은 9800엔(약 11만원)으로 2인플레이가 가능하고, 세금과 카트비가 포함됐다. BaiGolf로 ‘중국 북경’을 검색했다. 400~1400위안까지다양­했다. 평균은 900위안(약 15만원)이다. 평균가를 기록한 골프장은 북경에서가까운 동방천성골프장이다.

현재수도권골프장의일­요일평균가는약 25만원 선이다. 이는 미국의 2.7배, 일본의 2.2배, 중국의1.6배에달한다.

최근 청와대에서운영하는 ‘국민청원’에는 두건의 청원이 올라왔다. 두 건 모두 골프장 이용료가비싸다는 것. 당시청원을 본 사람들은 두 갈래로의견이 나뉘었다. ‘청원이 타당하다’는 입장과 ‘청원은 힘들고,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는 입장으로말이다.

그러나 공통분모는 하나다. 국내골프장의이용료가­터무니없이비싸다는 것. 이제사람들은“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대체무엇을 하고 있는가”라고내뱉기시작했다.

공정위의조사는 시작 단계다. 정부의탁상행정인‘골프 대중화’의개선도 시급하다. 사주만배부르게할 것이 아니라, 골퍼들에게도 대중적인 모습을보여야 한다. 지자체의대중골프장조­사도필요한시점이다. 세금감면을받아놓고누­가 편법을쓰는지말이다.

 ??  ??
 ?? [사진=D골프장 홈페이지캡처] ?? ‘외부음식물 반입금지’를 내건 D 골프장. 2009년 공정위는 골프장 외부 음식물 반입 금지가 이용객의 권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행위라는 판단을 내렸지만, 11년이 지난 지금도 대다수의 골프장은음식물반입을­금지하고있다.
[사진=D골프장 홈페이지캡처] ‘외부음식물 반입금지’를 내건 D 골프장. 2009년 공정위는 골프장 외부 음식물 반입 금지가 이용객의 권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행위라는 판단을 내렸지만, 11년이 지난 지금도 대다수의 골프장은음식물반입을­금지하고있다.

Newspapers in Korean

Newspapers from Korea, Republ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