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이후글로벌격차,백신주권이가른다
델타, 람다 등 변이바이러스의확산으로 팬데믹의끝이다시묘연해지고 있다. 다소 섣부르긴 하지만 이미예고된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가 점점현실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비난이거세긴 하지만 백신을세번이상 맞는 부스터샷까지등장한다. 백신접종과관련한부익부 빈익빈, 즉 ‘백신 디바이드(격차)’가 더욱기승을 부릴 태세다. 한편으론 경제활동이크게위축되면서코로나로 죽으나, 굶어죽으나 매한가지라면서불평불만이최고조로치닫고 있다. 자연스럽게사회적거리두기와 같은일상에대한강력한규제가 합리적인선택인가에 대한 의문이 증폭된다. 방역과 경제라는두 마리토끼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기보다는 양날이동시에작동하는방향으로선회하는국가들이늘어나는추세다.
그나마 백신 접종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국가들에국한된현상이다.백신접근이어려운국가들에게는이마저도 사치스러운 이야기로만 들린다. 결국은 포스트코로나로꿈틀거리고있는미래먹거리시장에서백신접근에수월한선진국에유리하게돌아갈것이라는주장이설득력을 얻는다. 실제로 전국민 50% 이상 1차 접종을 완료한 미국이나 유럽국가들은 경제를 더는 위축시키지않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오로지백신접종률을 높이는 데에 올인한다. 이를 통해지속해서감염률과치명률을낮추겠다는 계산이다.일상에대한 통제가 최고의선택이아니라는 사회적합의가만들어지는 분위기다. 정답은없지만지난 1년 반동안의축적된경험을바탕으로새로운접근이시도되고있는것으로보인다.
상황이장기화하면서민심도흉흉해지고있다. 특히백신이부족한국가일수록정부에대한국민의불신이높아지면서일촉즉발의긴장감마저감돈다. 상당수아시아 국가들에서보이는 ‘정치 방역’ 구설수다. 금지·단속위주의방역에치중하다보니국민의인내가한계점에 달한다. 장기독재나 정통성이취약한 정권들이코로나를오히려정치로악용하면서벌어지고있는촌극이다.두드러지게공통적으로나타나고있는것이언론에대한재갈 물리기다.중국정부는초기단계부터‘가짜 뉴스’ 단속을빌미로 관계기관을총동원하여여론을통제하고있다.중국뿐만아니고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등다수아시아 국가들이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에대한 압박이도미노처럼번진다.
코로나발생이전만하더라도21세기는아시아의세기가될것이라는전망이지배적이었다.세계경제의중심축이대서양에서태평양으로이동하면서나온 시나리오다.그러나팬데믹을극복해나오는과정에서양극화의심화로 생겨난 ‘코로나 디바이드’가 국가나 지역간의힘의이동으로 옮겨붙는 중이다. 힘의 기울기가다시반전되고있는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자연스럽게불거진기후변화에대응하는탄소중립관련이슈도대서양 국가들이선점하면서이니셔티브를 확보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굵직한 뉴노멀에대한 기준(글로벌 스탠더드)을 서방 선진국들이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경제의가치사슬재편이예고되면서코로나이전에아시아국가들이확보했던영향력이급속히상실되고있다.
현재태평양지역국가들이대서양연안국가들보다밀리고있는 근본적이유는 코로나 극복 과정에서비롯되고 있는 정치적위기가 결정적 원인이다. 특히중국·일본·한국 등이지역을 선도하는 국가들에서리더십의약화가 현저하다. 중국은 사회주의체제를 더공고히하면서자본주의색채를빼는데열을 올린다. 민간기업에대한당의통제가 강화되는소위‘변이자본주의’가 기승을 부린다. 중국 경제의장래에대해우려하는 차이나 리스크가 다시대두되기 시작했다. 일본은 우여곡절 끝에올림픽은 마무리했지만, 국론 분열로갈팡질팡한다.한국도대선정국에돌입하면서연이은 정치포퓰리즘으로 정국이갈수록 혼란스럽다. 동남아국가는물론이고견고하던인도의모디정권까지방역실패로흔들리고있다.
이에비해미국과 유럽국가들은 다시똘똘 뭉친다.위기를기회로역전시키기위해감추었던국가이기주의의발톱을 내민다. EU는 탄소국경세를 꺼내들었고, 미국은‘바이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을대폭강화하고나섰다.미국이나유럽에물건을팔려면수출이아닌자국영토에들어와공장을지으라는압박인셈이다.이는글로벌공급기지로수출이절대적비중을차지하는중국이나아시아국가들에절대적으로불리한환경이다. 동맹은끌어안되대척점에있는국가들은밀어내겠다는 계산
이다.독일출신으
로 ‘히든 챔피언(글로
벌 강소기업)’ 신봉자인
헤로만 지먼이 최근 언급한
“수출로 먹고사는 시대가 코로
나이후에끝난다”는 예언이적중할
수도있는판세가만들어지고있다.
여하튼 코로나라는 팬데믹으로 글로
벌지형이다시전환되고있음을 현실로인정하고받아들여야 한다. 기존의‘코로나 디바이드’와 ‘백신 디바이드’가 ‘포스트 코로나 디바이드(Post-Corona Divide)’로 연결되는 조짐을 감지해야 한다. 당분간 격차를 벌리려는 자와 줄이려는 자의피말리는 사투가불가피할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이경쟁에서어정쩡한 위치에놓여있다. 자칫하다가는 후미에뒤처져남의꽁무니를쫓아가야할신세로전락할수도있는판세다. 다른아시아 국가들과 유사한 형태의방역올무에서벗어나지못하고 있고, 백신 확보도 오락가락한다. 백신을우선하여챙겨야 하고,이른시일안에백신주권을확보해야 한다. 그리고망하는줄이아닌흥하는줄에서는통찰력과지혜가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