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發탄소세고지서가날아온다
금년처럼무더운여름은없었던것 같다. 최근유엔산하기후변화에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금까지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2℃ 상승했다는조사결과를 내놓았다. 또 지구온난화의가속화로 인해세계적으로 폭염과 가뭄, 태풍 등 기후재앙이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에너지사용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과다 배출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알려져있다. 우리가 무더위를 식히기위해서는에너지를다시소비해야 하는 셈이니, 이는참으로묘한에너지순환체계라고하겠다.
오염수출하던선진국,탄소중립압박
지난달 유럽(EU)이 명칭도 폭탄처럼 들리는 시뱀(CBam·탄소국경조정제) 도입을 공식 발표했고, 미국민주당도환경부담금을외국산제품수입에매기는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표했다. 이름이야 어떻든 탄소 배출 상품에대해서페널티를 부과한다는 것인데,언젠가는 아예일정기준 이상 탄소 배출 상품의전면수입금지도검토될지모를 일이다. 본말이전도되듯가격, 환율, 품질등전통적인요인보다환경에이어노동,인권등이국제무역을좌지우지할날도머지않았다.
선진국은 산업혁명이후 환경오염이필연적인 제조업생산과수출을늘리면서성장했다.경제발전에발맞추어가치사슬의아랫단인일부제조업종을해외로이전시킴으로써깨끗한공기와개도국산저가제품을소비하는 일석이조의효과를 얻었다. 이제중국을 선두로 개도국들이경쟁자로 떠오르자, 과거오염을 수출하던선진국들이이제오염을무기로개도국들을압박하고 있다. 이를모르는사람들이누가 있는가. 그러나개도국이선진국에대해 환경음모론을제기하는것은부질없다 선진국 음모론 제기가 실속이없는 이유는국제규범의주도권을선진국들이쥐고있기때문이다.환경·노동·인권등의보편적가치는미국과유럽이오래전부터양국 간에, 메가 FTA에, 다자간 무역협정등으로규범화했고대세로자리잡았다. WTO 협정문들을보아도방어가어렵다.
한국,제조업·무역의존…이중타격우려
첫째, WTO의 협정문에서도 환경보호와 지속가능한 자원개발을 천명하고 있다. 둘째, 제조과정의차이에불과하고 최종 상품과 무관한 경우(NPR-PPM)에는 경쟁조건의 보장이중요한 같은 상품이기때문에국경에서국가 간 세금차이를 조정할 수없다는것이현재까지WTO 판례와 통설로볼수 있다. 그러나, 환경운동 등이본격화되면서판례가 바뀔 가능성이높다. 소비자들이어린이노동 등을 착취한 커피와 그러지않은 커피(Fair trade)를 구분해다른 상품으로인식하기시작한 것도같은 맥락이다. 즉, 소비자들이탄소배출의차이로써상품들을차별화적으로인식한다면, 탄소 페널티제도 또는 탄소국경조정제를 큰 저항없이적용할 수있다는이론이성립될수 있다(내국민대우및최혜국대우예외 가능). 셋째, EU와 미국은 환경보호를 위해서는 같은 상품에대한 차별적규제를허용하는 GATT의 일반적 예외(제20조)를 들어탄소국경조정이나 환경부담금 부과를 방어할 것이다. 교토의정서, 파리협약 등 환경보호를 위한 국제적준거는이미충분히많다.
우리는에너지를다소비하는 제조업을중심으로국제무역에의존하는경제구조를가지고있어국제적탄소 페널티는 우리에게이중 타격(double blow)이다. 탄소와 에너지, 산업구조의미래에대한 갑론을박이치열하다.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사정에맞도록대처해나가야한다는대전제하에몇가지방안을제시해보고자한다.
에너지·산업구조전환논의서둘러야
첫째, 우리의탄소배출권거래제를 EU 수준에맞추는방안을검토해보아야 한다. 우리는 2015년부터EU제도를우리식으로변형해운영하고있지만 시행기간도 짧고 결과도 다르다. EU는 잘하는 기업을 기준(벤치마킹)으로 기업군을나누어인센티브·페널티를 주는제도인 반면, 한국은 목표관리제를 근간으로 하고있다. EU가한국의배출권거래의일부분만참작해준다면, 우리기업들로서는 자칫국제부담까지추가로 져야하는상황이올수있다.
둘째, 에너지전환의방향은옳지만 속도의완급조절과 다양한 방법의모색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온실가스는에너지분야가 87%, 발전분야는 34%를 차지하고 있다. 발전 비중은 석탄 36%, 원자력 29%, 가스26%, 신재생7%, 양수1% 등이다.논란이많은원전문제는차치하더라도미래에너지기술의발전을감안할필요가 있다. 탄소배출을 감축하기위한 여러시나리오가 나오고 있지만 탄소배출이적은 발전원만을 무한정늘려나갈수는 없다. 재생에너지기술의빠른발전속도를예상하듯,탄소 포집활용기술(CCUS)의이용과 철강분야의수소환원제철도고려하고기저발전을이용해밤에양수발전을 하는 방법도 검토해야 한다.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부각되고있는 수소에너지의활용도적극추진해나가야한다.
셋째, 에너지소비도줄여야 한다. 2030년 주요 10대국의1인당 탄소배출량은 한국이1위로 추정되고 있다. 세계인구 28위(5000만명)인 나라에서세계수출 7위를차지하고있으니우리나라의온실가스배출이높은 것은 당연하다. 에너지소비감축을 위해서는 에너지기기의효율이향상되고에너지절약의금전적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 예컨대 전력의 수요반응 시장(DR)을 현재의기업중심에서모든가정이실시간으로참여할수있도록전력시장과가격정보를모든소비자에게오픈해야한다.
넷째,에너지수급이시장에서조정되도록에너지규제를 개혁하고 시장 기능을 제고해야 한다. 우리나라는유럽과같이전력망(Grid) 등이연결돼있지않은에너지 섬이다. 그만큼 어려운 처지에놓여 있다. 그러나그렇다고 해 현재와 같은 독과점에너지기업들의 생산및유통 구조가 급변하는 에너지환경에서언제까지지속될수있을까.에너지가격의거시경제적인운용보다는, 에너지투자에대한 보상보다는, 기존 기업들이퇴출되고새로운기업들이들어와경쟁할수있도록에너지원 간, 기업들 간, 공급자와 수요자 간의칸막이와 각종 규제를 허물어야 한다. 시장이작동하면에너지를소비하는부문과업종들이변하고공급도시장이원하는방향으로조절될 것이다. 선진국들이에너지와환경분야에서한발앞설수있는이유는개도국들이에너지를 다소비해상품 생산에열중해온 동안에에너지산업의경쟁과 혁신을유도했기때문이다. 그리고그것들은톱다운방식으로에너지산업을규제하고있는다른나라들이따라가야할 정책의경쟁력우위로이어지고있다.
필자주요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경제학 박사 ▷산업통상자원부 부이사관 ▷통상교섭민간자문위원회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