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아프간재건외교‘헛수고’…美떠난자리中그림자
탈레반 정권 재장악미·중경쟁새로운무대로떠오른아프간中,우호관계파키스탄과손잡고세력확대韓,탈레반정권과관계고심등외교시험대
미군의아프가니스탄 철수에한국 외교가 유탄을 맞았다.
한국의 대(對) 아프가니스탄 외교가 사실상 한·미 동맹의연장선상에놓여있었다는점에서미군의일방적인철군이한국당국의당혹감을키웠다.
외교의빈자리를 중국이채울 것으로 점쳐지며 한국외교 당국의고심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아프간이향후 미·중 전략적경쟁의새로운 무대가 될것이란 우려마저나온다.
남북, 한·일 등풀리지않는외교과제에골머리를앓는문재인 정부에아프간 사태후폭풍이라는 난제가 하나더얹힌모양새다.
◆美공백채우는中…탈레반과‘일대일로’
16일 주요 외신에따르면 수니파 무장 이슬람 정치조직탈레반이지난 15일아프간수도카불을사실상함락하며카불 국제공항에는 탈출인파가 몰렸다. 이에따라이날 오후 모든 민항기운항이중단되는 한편인명피해까지발생했다.미군이공항에몰려든민간인을활주로에서쫓아내기위해경고사격을가하면서다.
미국등아프간 주재서방국대사관들은자국인력을이미대다수대피시켰다.한국대사관역시전날대사관을잠정폐쇄하고공관원대부분을중동지역제3국으로 철수시켰다.
다만아프간에체류중인재외국민1명의안전한 철수등을 지원하기위해현지대사를 포함한 일부 공관원이현재안전한장소에서본부와긴밀히소통중이다.
박경미청와대대변인은서면브리핑을통해문재인대통령이이날 오후 “아프가니스탄에잔류한 공관원과 우리교민들을 마지막 한 분까지안전하게철수할 수있도록최선을다하라”고관계당국에지시했다고밝혔다.
미군 철군에따른 공백은 탈레반과 함께중국이채울전망이다. 중국은 탈레반에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전해진파키스탄을고리로대아프간영향력을점차키워나갈것으로보인다.
정재흥 세종연구소연구위원은이날 본지와의통화에서“탈레반을 뒤에서암묵적으로 지원해준 국가가 파키스탄이고 중국과 파키스탄은 현재 ‘일대일로(一帶一路)’사업을함께펼치고 있다”며“중국입장에서는미군이아프간을떠남으로써자국영향력을확대할기회라고판단할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왕이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외교부장은지난달 28일 탈레반 2인자 물라 압둘 가니바라다르가이끄는탈레반대표단을톈진으로불러들여아프간의평화와재건방향에대해논의했다.
중국이아프간을일대일로전략의새로운거점으로삼을것이라는관측도있다.
중국의일대일로 전략은 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을연결하는 육·해상 실크로드다. 파키스탄 등 140여개국이참여하고 있다. 탈레반역시경제개발과 재건사업이필요한상황이어서중국과의일대일로사업을통해‘윈윈’을꾀할가능성이크다.
◆‘美따라아프간재건’ 韓, 오리알신세
이런가운데한국입장만 난처하게됐다. 한국이그간한·미동맹강화차원에서아프간재건에힘써왔다는점에서다. 아프간에서의 미국 주도 대테러 정책이 사실상실패하고 중국 영향력이 급부상하면서아프간이 미·중패권 경쟁의또 다른 무대가 될 수 있다는 분석까지나온다.
정연구위원은 “기존의 미·중 갈등 상황을 고려할 때미국과 탈레반의관계가 안 좋아진다고 하면한국을포함한 서방국가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한국정부와탈레반간협상과정에서과거한국군파병문제가불거질가능성도있다.
김흥규 아주대미중정책연구소장은 “한국 외교 당국으로서는새로이수립된탈레반정권과적대관계로불편하지않도록잘관리하는게필요하다”고조언했다.
아프간 등 해당 지역에대한 중국영향력이커지면커질수록미국의인도·태평양 전략, 쿼드(Quad) 전략전개도힘들어질전망이다.
정연구위원은 “중국, 파키스탄과앙숙관계인인도입장에서미국편에서는데대한압박이커질수밖에없다”며“인도가흔들리면미국전략전체가흔들리게되는것”이라고판단했다.
내년3월 대선을앞둔문재인정부로서는풀리지않는외교 과제에당분간 고심할 전망이다. 최근 해빙무드를보였던남북 관계는 재차 얼어붙었고 한·일 과거사 갈등역시돌파구를찾지못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