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확진자수서‘위중증환자’체계로…치료중심방역전환”
중증진행전자가치료등의료시스템마련내년4~5월께탈마스크생활가능할수도
1년 반넘게장기화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위드 코로나’가 코로나19의새로운 출구전략으로 급부상했다. 백신접종률이높은 영국, 싱가포르등일부국가를중심으로일상으로돌아가기위한준비를 하면서화제의중심으로 떠올랐다. 이에비해위드코로나를실현하기위해구체적으로 무엇을,어떻게준비해야하는지는여전히모호하다.
29일 감염병과 의료 정책관련전문가들은 위드 코로나실현을위한필수조건으로‘의료대응 체계개선’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위드 코로나는 결국 코로나19 대응방식을 ‘방역’이 아닌 ‘치료’에 중심을두는것이므로의료대응체계가미비해선결코현실화할수없다는것이다.
천은미이대목동병원호흡기내과 교수는이날 본지와의통화에서위드 코로나의선행조건과 관련해“이제는중증환자나 사망자를줄이는데집중해야 하는데, 현재치료 시스템은 코로나19 초기와 별반 다르지않다. 변화가필요하다”고주장했다.
이어천교수는“중증 환자가계속늘어나고있는데치료가 안 되니까 생활치료센터에서사망하는 사례가 나오지않나”라며“중증으로 가기전에생활치료센터에서격리만 하지말고 미리관리할 수있도록 치료체계를 바꿔야한다”고덧붙였다.
정형준보건의료단체정책위원장은“위드코로나는코로나19가 풍토병(엔데믹)이 된다는 가정하에접근하는방식”이라며“의료대응체계의수용력을늘리는방법밖에는없다”고 밝혔다.
정위원장은 “코로나19 중증환자를충분히치료할수있는 중환자 치료 시스템이완전히갖춰져야 한다. 수도권에만 집중할문제가아니라 전국이균등하게준비돼야한다”며“중환자 병상 진료와 케어가 가능한 의료인력을확보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홍윤철 서울대예방의학과 교수도 “의료대응 체계가준비돼야 한다”며“환자를 줄이고, 병상과인력을확보해야 한다.그것없이는그정책을쓸수없다”고 말했다.
의료대응체계를확충하는구체적인방법론에선지역사회의1차 의료대응 시스템의 코로나19 대응력을 키워‘자가 치료’가 가능할수있도록개선해야한다는견해가나왔다.
정위원장은“우리나라는1차의료대응시스템이안갖춰진국가다.지역사회기반의만성질환프로그램조차없는 나라”라며“코로나19 환자의자가치료를공적시스템에서관리해야 한다. 보건소가 혼자 그역할을 감당하기엔 힘들다. 따라서그런역할을수행할수있는지역거점의원이나클리닉을빨리확보해야한다”고주장했다.
◆‘일일확진자수→위중증환자 수’체계변경
현재방역당국의코로나19 사태를 파악하기위한 첫번째척도는 ‘일일 확진자 수’다. 매일 0시기준으로 하루치를 집계해발표하는 확진자 수 추이를 바탕으로 확산세를 파악하고, 방역대책을 수립해운영해왔다. 위드코로나가현실화하면이같은체계에도변화가생길전망이다. 방역중심이아닌치료 중심체계로 전환되기때문에‘위중증 환자’가 위드코로나체계의새로운척도가될가능성이높다.
정위원장은 “위드 코로나 체계에선위중증환자숫자가 기준이될 것이다. 하루에발생하는 중환자를 치료할수있는 의료 체계수용력이어느 정도냐를 기준으로 봐야하는것”이라고내다봤다.
◆위드코로나에서도확진자추적은강화돼야
위드코로나로방역체계가전환되더라도접촉자추적및 관리는 더욱 강화해확진자 발생을 억제하려는 노력을병행해야한다는목소리도 있다. 현재접촉자관리방안에서누수되는 지점을 IT 기술을 활용해보완해야 한다는제언도나왔다.
홍교수는“기본적으로 접촉자 관리를 잘해서확진자숫자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확진자·접촉자를관리하는인력이충원돼야한다.인력이태부족이다.누수되는 부분이많다”며“당초 K-방역에 대해얘기할 때추적관리시스템이잘 작동된다는 것이었는데, 1년 반 동안발전을못 했다. 향후엔정보통신기술을기반으로개인정보를 활용해예방하는 식으로 확진자를 억제하는 부분도강화돼야한다”고 밝혔다.
◆위드코로나에선마스크벗을까?
1년 반 넘게장기화한 코로나19 사태에서겪는 대표적인불편요소는 단연 ‘마스크 착용’이다. 마스크 착용은시간과 장소를불문하고절대원칙이된지오래다. 그만큼 ‘탈(脫)마스크’ 가능 시점에대한 관심도 높다. 하지만전문가들은위드코로나로전환하더라도탈마스크는신중히접근해야한다고입을모았다.
홍교수는“마스크는 개인방역에있어현재최대·최고의무기”라며“위드코로나는‘확진자 제로’가 아니며그건불가능하다. 적어도 확진자가 하루 100명 수준이된다면탈마스크선언이가능하다고 본다.그때까지는마스크를써야할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위원장은 “마스크는 상당히오래 써야 할 것으로본다”며“특히실내에서는한동안써야할 것”이라고전망했다.
일각에선내년봄에는 야외만 탈마스크가 가능할 것이라는전망도 나왔다. 천교수는“백신바이러스가느리게 퍼지면서사라지는 시기가 내년 봄으로 예상된다”면서“그때가 되면백신접종이원활해지고, 국민들도 면역이되어있을 테고 코로나에걸린다고 해도 치료제가 있기때문에 4~5월 정도면마스크를벗는게가능할 것”이라고봤다.
◆“위드 코로나?실체없다”…비판적시각도
위드 코로나가 급부상하면서 코로나19 사태 분위기반전에대한 기대감이높아진 가운데, 아직위드 코로나의실체가모호하다며어떤방향성을담고있는정책인지신중히지켜봐야한다는시각도나왔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말하는‘위드 코로나’가 대체무엇인가”라고반문하면서“우선위드 코로나가 무엇이고 어떤내용을 담고 있는지명확히정의할필요가있다”고 지적했다.
김교수는 “위드 코로나라는 개념 자체가 국민 모두힘든상황에서희망적인메시지로보일수있다”면서“다만, 현실적으로 보면 구체적인 시행 방안과 효과, 목표등에대한 내용이 없다. 결국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싱가포르,영국이위드코로나를하고있다고하는데전세계적으로이런용어는 사용하지않고 있다”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자체가 ‘위드 휴먼(human)’을 할생각이없는데, 왜인간이위드코로나를말하나.이는단지희망사항일뿐”이라고 말했다.
백신접종률이높은일부국가에서는일상으로돌아가기위한준비를하는곳이있다. 하지만,일상으로돌아간것은아니라는게김교수의의견이다.
싱가포르는 백신접종률이70%로 상위권이지만 여전히사람간 접촉을엄격하게통제하고 있고, 영국의경우엔 ‘프리덤 데이’를 선언했다가 다시환자가 급속도로 늘었다. 작년에는스웨덴이집단면역전략을내세워고령자만격리하고젊은사람은거리두기를안하겠다고했다가확진자가폭증한사례도있었다.
김교수는 “전파력이강한델타 변이바이러스가 기승을부리고 있고, 부스터샷(추가 접종)이필요한 상황에서위드코로나는희망 사항일 뿐”이라며“영국이나 스웨덴사례처럼전세계어느나라도위드코로나를성공한 적이없다”고 강조했다.
그는“위드 코로나에대한목표와구체적실행방안을명확히해야 하고, 이후조심스럽게상황을봐야 한다”면서“현재로서는 9말 10초에 위드 코로나를 검토한다는정부의말은 국민들을 희망 고문하는 것에불과해보인다”고 비판했다.
◆정부“방역체계완화·일상회복방향성논의”
정부도위드코로나에대한논의에착수했다.손영래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사회전략반장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위드 코로나의개념은 정의자체가불분명하지만, 코로나19 위험성이감소한 상태에서일상회복을 하고 코로나19와 함께 사회를 운영하는 상태를가리키는 집단면역과 굉장히유사하다”고 밝혔다. 손 반장은 이어“최근 위드 코로나는 집단면역의개념을 뛰어넘어굉장히적극적으로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방역조치를최소화하는경우를나타내고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우리도 예방접종 진행상황에따라 방역체계를 완화하고 일상 회복 쪽에방향성을 두면서논의를계속해야할것”이라고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