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삼합·갯장어샤부샤부·된장물회…입맛돋우는‘장흥별미’
기수정의여행미학바다와육지의조화…한우주산지장흥삼합소고기육즙에키조개관자·표고버섯의향연갯장어샤부샤부로활력…구수한된장물회
특별할것없는조리법처럼보이지만신선한제철재료로세상에둘도없는 훌륭한 요리를 탄생시킨다. 전남 장흥의음식이그렇다. 장흥군이선정한 ‘장흥 9미(味)’ 중에서도△장흥한우삼합△갯장어(하모)샤부샤부△된장물회는후텁지근했던여름철떨어진입맛을살리고,지친심신을재충전하는데도그만이다.
2년째이어지는 코로나19 확산세에지칠대로 지치고,여름내이어진불볕더위탓에기력과입맛이바닥까지떨어졌을때불현듯장흥으로떠난이유다.
◆장흥대표별미‘장흥 삼합’을아시나요
장흥의대표 별미를 꼽으라면 ‘장흥삼합’을 빼놓을 수없다. 삭힌홍어와 삶은 돼지고기, 묵은지를한점씩올려먹는 그 흔한 ‘삼합’이 아니다. 홍어대신 키조개 관자를,돼지고기대신 한우를, 묵은지대신 표고버섯을 올리는이색음식이다.
장흥에처음왔을당시처음맛봤던음식이바로‘장흥삼합’이었다. ‘맛의향연’은아마도이를두고한말이지싶었다. 양질의한우, 싱싱한 키조개와 표고버섯까지······ . 모두 장흥에서나는 특산물을 활용해만든 이음식은 한번도맛보지못한이들은있어도한번만맛본이들은없을정도로별미가 됐다.
장흥 삼합은 육지와 바다의대표 별미가 조화를이룬영양만점음식이다. 한우와 키조개, 표고버섯이입안에서한데어우러져춤을춘다.
달궈진불판에빛깔 좋은 한우를 먼저한 점올린후불판가장자리에담겨나오는육수에탱글탱글한키조개관자와표고버섯을담가살짝익힌다.
한우를 씹을 때마다 나오는 육즙이바다 내음이진한키조개관자를부드럽게감싸 안고, 표고의은은한 향이입안에가득퍼지며혀끝에감긴다.
이순간이참 행복하다.조금과장을보태자면세상부러울 것이없을 정도랄까. 한우만 먹으면 조금 느끼해질수있는맛을키조개와 버섯이담백하게잡아준다. 참오묘한 매력이다.
보통 깻잎이나 상추에싸 먹기도 하지만 재료 본연의맛을 느끼기위해 처음 한 입은 위세가지재료만 올려맛보길권한다.또각재료의맛을살리려면너무바싹익히지않는것이좋다.
◆원기충전을위하여…갯장어샤부샤부한점
갯장어도 떨어진 입맛을 회복하는 데그만인 장흥의별미다. 지역에서는 갯장어를 흔히 하모(はも)로 부른다.아무것이나잘문다고하여‘물다’라는 뜻의일본어‘하무’에서 유래했다. 주로 남해안 일대갯벌에서서식하는 갯장어는단백질과무기질,비타민A가풍부하다.
갯장어잡이가시작되는5월초부터맛볼수있지만,여름철보양식으로귀한대접을받는다.
뱀장어나붕장어보다가시가많지만,맛은어디내놔도뒤처지지 않는다. 갯장어는 회로도 많이 먹지만, 샤부샤부로먹어도일품이다.
장어뼈와 대추, 엄나무 등을 넣고 된장을 살짝 풀어끓인육수에갯장어토막을살짝데쳐맛보는갯장어샤부샤부는 생양파에싸 먹으면 장어의기름진맛과 양파의알싸한맛이잘어울리고,씹는맛도좋다.
육수가끓기시작할때손질한갯장어를살짝데친후건져내양파와 부추, 된장 등과 한 쌈 싸서베어물면담백하고 고소하기 그지없다. 갯장어를 샤부샤부의진한육수를한숟가락떠서함께맛보면담백한맛은배가된다. 샤부샤부를맛본후에는죽이나면으로식사를마무리하면온종일속이든든하다.
◆구수함혀끝에감기는된장물회라니
물론장흥에서맛보는물회는우리가흔히아는그맛이아니다.구수한‘된장’이바탕에깔리는덕이다.
며칠씩고기잡이를나간어부들이육지에서가져간 김치가 시어버리자 잡아올린생선과 된장을섞어먹은데서유래했다는이된장물회는여름철집나간입맛을돌아오게하는음식으로손꼽힌다.
예전에는농어새끼를비롯해망둥이, 조기, 전어, 돔, 바지락 등 싱싱한 생선이면 가리지않고 사용했지만, 요즘된장 물회를 파는 식당에서는 비린내가 덜한 농어새끼
나 광어, 도다리,우럭같은생선을주로사용한다.
된장을 푼 물에생선을 넣고 새콤하게익은 열무김치와 신김치,양파와 풋고추,마늘을올린후매실과막걸리식초로버무려넓적하고둥근옹기에담아내면끝.
꽁꽁언얼음동동띄워내니국물한숟가락만입에떠넣어도더운속을달래는데제격이다.새콤한맛보다는된장의구수함이입안에먼저퍼지고뒷맛이깔끔하다.
된장과 상큼한열무김치가 한데어우러져아삭하면서도쫄깃한식감을자랑하고,풍미가 깊다.물회를다먹은후남은국물에면이나밥을말아먹어도좋다.
사람이추구하는행복의가치와형태는저마다다르다지만,문득이런생각이들었다.맑은공기를한모금들이마시고,맛있는음식을맛보며심신의건강함을오래도록유지하는 것, 건강함을오래도록 유지하는 것, 이것이행복이품은본질이아닐까하는.
오랫동안잊고 살았던행복의본질을 되찾은 것만 같아서장흥 여행은 더 특별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일상을 옥죄는 지금, 장흥에서맛깔스러운 음식을 즐기며누렸던소소한행복을마음속에담고힘든일상을견딜힘을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