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걸음질치는‘그린전환’
그린전환은디지털전환과더불어글로벌사회가맞닥뜨린 도전과제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디지털 전환과 달리처음에는 호기있게출발했던 그린전환의앞날은 최근 점차 그 가능성이불투명해지고 있다. 세계각국이앞다투어탄소중립을선언하고나섰지만이를실현하기위한주요선진국의정치적기반과 강력한 정책 의지, 그리고 국제적공조 기반은여전히취약한것처럼보이기때문이다.무엇보다도 에너지의안정적공급에대한 우려가 높아지고있다는점을주목해야 한다. 그결정적인계기는말할 필요도없이러시아의우크라이나 침공이다. 이에대가로서러시아는 서방세계의혹독한 경제제재를 받고 있다. 그리고러시아에대한서방의경제제재는다시부메랑이되어서방세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에너지가격의급등이바로그것이다.주지하는바와같이유럽은러시아의석유, 석탄,천연가스에크게의존하는에너지공급구조를형성해왔다.러시아에의한에너지공급은유럽의경제적번영에기여하였다. 값싸고풍부한에너지를러시아가공급해준결과로서유럽의풍요가있을수있었기때문이다.그러나러시아를둘러싼유럽의안보 지형이변화되면서유럽은 에너지정책을 근본적으로전환해야하는처지에놓이게되었다.그동안원자력발전을 폐기하고 재생에너지보급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오던 독일조차도 기존의에너지정책으로는 안정적인에너지공급이어렵게되었기때문이다. 이제는폐기하려던석탄발전소도다시돌려야하는상황에내몰리게 되었다. 러시아산 화석연료를 대체하기위해 미국,중동, 호주 등 다른 지역의에너지자원을 확보해야 하는과제도안게되었다. 갑자기화석연료에대한개발수요가증가하고있다.이러한급격한상황변화는환경과사회에대한 배려,그리고투명한지배구조를지향하는투자행태즉 ESG투자에도 변화를 촉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석유,석탄, 천연가스등화석연료의공급이급해졌기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수익을 내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되던화석연료관련 자본설비(이른바 좌초자산)들이갑자기수익을내는자본으로다시살아나고있기때문이다.역시자본은 이익을 따라 흐른다. 그동안의 ESG 투자는고상한이념을좇아이루어진것이아니었다. 돈이되는방향으로 돈이흘러간 것일 뿐이다. 이제다시옛적사업의수익성이좋아질것같으니슬그머니그쪽으로돈이흘러가기시작한다.이러한경향이얼마나강하게나타날것인지지켜볼일이다.글로벌 인플레이션은 그린 전환과 국제공조를 지지하는주요국의정치적기반을약화시킬우려가있다. 요즘에발생하고있는인플레이션은 특정국가에국한된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사회 전체에 발생하는 매우 보편적인현상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사용된 무분별한 통화 및 재정정책의남용이그 근본 원인이다. 필자는여기에서이러한대책을비난할의사는없다. 다만 이제부터그 대가를 지불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있다는 점을 언급하고자 한다. 매일 치솟고 있는 휘발유가격으로인하여미국민들의정부에대한 불만은높아만간다.바이든행정부의지지율은이미낮아질대로 낮아져 있다. 이런 상태로 과연연말의중간 선거를제대로치를수있을지걱정된다. 마크롱프랑스대통령은가까스로결선투표에서재선에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많은언론은이를 축하하기보다우려하는목소리를더높이고 있다. 격차가 축소되고있기 때문이다. 다음 대선에서다시국제공조를 중시하는 정치세력이계속해서집권할수있을것이라는자신감이떨어지고있다.미국에서도그렇고또유럽에서도 그렇다.이에반해국제공조보다는 자신의 국가, 자신의국민을 중시하는인기영합적정치세력은앞으로더욱더그 세력을확대해갈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은 이러한 국제정치의거대한흐름을더욱드세게할 것이다.구매력을갉아먹는 인플레이션은 시민의합리적인 정치적판단력도 갉아먹는다.전자보다후자가더욱위험하다.경제안보와 공급망 안정성확보의중요성이높아지면서에너지정책은 필연적으로 수정될것으로 보인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화 시대는 종언을고했다. 이와 더불어 에너지, 자원, 그리고 식량은 이제‘경제적 재화’의 성격과 더불어 ‘안보적 물자’의 성격도가지게 되었다. 이는 세계화 시대에전개해왔던기존의전략과 정책의수정을 예고하는 것이다. 석유, 석탄, 천연가스등에너지자원의조달선다변화와비축이이루어질 것이고 원자력의사용은 다시확대될수 있다. 화석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정책은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인플레이션이얼마나 지속될것인지는알수없으나인플레이션의확대는 재생에너지보급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린 전환을저해하는 도전과제가 여기저기에서크게늘고 있다. 해는지고있는데갈길은아직멀고넘어야할산들은더많아졌다.
필자주요이력▷서울대 경제학과 ▷히토쓰바시대학(一橋大學) 경제학연구과경제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