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원자재‘슈퍼스파이크’를대비하라
쌀가격이 오르면, 김밥 가격을안 올릴 수 있을까? 쌀뿐만 아니다.달걀도햄도김밥재료값이모두오르는데, 김밥 가격을안 올릴방법이 있나. 가격을올리면손님이줄것같아 걱정이지만, 안 올리면남는 게없으니올릴 수밖에. 모든 식료품 원자재가격이오르면서, 라면, 빵, 과자등가공식품가격도오르고 있다. 전반적인소비품목의가격이오르는이른바인플레이션의시대다.
인도네시아發팜유수출금지파장
인도네시아가 팜유 수출을 금지하는 일이 벌어졌다. 2022년 4월 인도네시아 정부가 자국의식용유 품귀현상을 막기 위해 내린 조치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팜유 생산국으로, 팜유산업이구조적으로수출에집중돼 있었다. 2021년 세계 식용유 국제가격이 급등하는추세 속에, 2022년 들어발생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더치솟으면서인도네시아팜유업체들이수출에만주력하게된것이다.
세계 식용유 쇼크가 벌어졌다. 팜유는 세계 식용유소비의약 31.8%를 차지하는데, 팜유 공급이원활하지못해 가격이 오르면 대체재인 대두유 등의 식용유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식용유의34.2%를 차지하는 최대 생산국이다. 더구나 전쟁으로인한 우크라이나의해바라기씨유 공급 차질이나 식료품 물가 안정화를 위한 주요국의 식량 보호주의 확산등을 고려하면 식용유뿐만 아닌 식료품 전반에 걸친가격상승세가우려되는시점이다.
자원 수출국이면 원자재 가격급등이불안 요소가아니다. 기회의 요소다. 자원 빈국이기 때문에, 농산물가격강세가 불안하게느껴지는 것이다. 더구나인도네시아가 보여준 자원민족주의는 긴장감을 주기도 한다.식용유뿐만아니라농산물전반에걸친가격상승압력이한국경제의하방압력으로작용한다.
세계 3대농산물원자재가격이치솟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2020년 각 원자재가격은 저점을 기록했고, 이후추세적으로상승해왔다. 옥수수는 2020년 저점에서 161.8%나 올랐고, 대두나 소맥도 각각 101.5%, 131.4% 상승했다(2022년 5월 6일 기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후 더치솟고 있고, 가계소득이정체된 상황에서서민에게얼마나큰부담으로 작용할지, 우려의감정을감추기어렵다.
식료품 원자재의슈퍼스파이크가 세계경제를 위협할 전망이다. 슈퍼스파이크는 원자재가격이 4~5년간급격히 상승하는 단계를 가리키는 말로, 통상적으로20년 이상의장기적인가격상승추세를뜻하는원자재슈퍼 사이클(Commodities Super-Cycle)과는 차이가있다.원자재전반에걸쳐장기상승세를이어가는슈퍼사이클을 전망할 단서를 찾을수는 없다. 그러나 2020년 4월 원자재 지수(CRB index)가 저점을 기록한이후현재까지상승세를지속하고있고, 2023년~2024년까지도식료품원자재가격만큼은상승압력으로작용할요인들이상당히많은상황이다.
식료품원자재가급등다섯가지이유
2020년 2분기이후 식료품 원자재가격이급등한다섯가지배경들을중심으로향후슈퍼스파이크가현실화될지진단해 보자. 첫째, 국제유가 상승이식료품 원자재 가격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국제유가 상승은 전통적으로석유화학을기초로하는화학비료등의가격을상승시켜식료품원자재가격을상승시킨다.우리몸의 70%가 물이듯, 소지품의 70%는 석유다. 원유가격이오르면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오르고, 이를 가공해 만드는 비료와 농약 등의가격도 오르기 마련이다. 특히,농산물 생산단가에서비료와 농기계용 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크기 때문에,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농업에상당한 부담을 준다. 미국 에너지 정보청(EIA,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의 전망에따르면, 2022년2분기에국제유가가고점을기록하고이후하향안정화추세를보일것이지만당분간고유가 시대는계속될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식료품 원자재슈퍼스파이크 가능성에무게를둘수있게하는근거가된다.
둘째,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가 식료품 원자재가격의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 지구온난화는이러한 재해를 빈번하게하여농산물 공급을 불안정하게 한다. 글로벌이상기후는 주요 식료품 원자재생산국들에최악의홍수나 가뭄을 가져왔고, 대두, 옥수수, 밀, 보리등의원자재가격을 폭등시켜 왔다. 근래들어동아프리카와서아시아지역에는메뚜기떼가기승을 부리고, 라니냐(La Niña)는 브라질,아르헨티나등곡물수출국들의생산과 수출을 가로막았다. 세계적으로 탄소저감을위한노력을가속화하고 있지만, FAO(유엔 식량농업기구) 등과 같은 주요 기관들은 단기간 안에지구온난화를막을수없다고 관측하고 있고, 이러한 점에서당분간곡물가격상승압력이유지될것으로전망된다.
셋째, 화석연료를대체하는바이오연료가부상하면서, 대체에너지로서주요곡물수요가구조적으로증가하고 있다. 바이오에탄올, 바이오디젤 등과 같은 바이오연료의사용확대는세계적인 추세이고, EU, 미국, 캐나다, 브라질, 인도, 태국등많은국가가화석연료와혼합하여사용하고 있다. 온실가스를감축하고탄소중립을이행하기위한 움직임의일환인 것이다. 한국은『신재생법』상 바이오디젤혼합의무비율을 규정하고 있고,현재자동차용 경유에바이오디젤 혼합의무비율이약3.5% 수준에서점차 상향하여 2030년까지 5%로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세계적으로많은기업이바이오연료개발을 신산업으로 추진하고 있고, 국내에는 최근 GS칼텍스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팜유를 활용한 친환경바이오디젤사업진출을추진하고 있다. 바이오연료의원료에해당하는 옥수수(바이오에탄올)나 대두 및 팜유(바이오디젤)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최근국제유가상승으로대체재인바이오연료수요가더욱증가하고있다.
넷째,러시아의우크라이나침공은원자재가격에‘기름 붓기’에 비유될 만하다. 전쟁은 일시적으로 원자재전반의가격을 급등시켰지만, 전쟁이종식될지라도 식료품 원자재가격에는 중기적인가격상승효과를가져올 전망이다. 러시아는원유나 천연가스와 같은에너지자원강국일뿐 아니라, 세계최대밀수출국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도 못지않다. 우크라이나의식료품 원자재수출량은 세계옥수수의 14%, 밀의 9%, 해바라기유의 43%를 차지한다. 전쟁으로상당수의우크라이나농경지가 훼손되었고, FAO는 기존의 28%에서만 재배가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문제는단기간안에해결될과제가아니다.
다섯째, 글로벌식량안보경쟁이식료품원자재가격을더욱요동치게할 것이다. 식료품보호무역주의는러시아전쟁이전부터 일었다. 코로나19의 충격으로 식량안보경쟁이시작되어세계각국은식량 재고를축적하기 위한 움직임을 단행해 왔다. 2021년 아르헨티나는옥수수를 비롯한 주요 농산물 수출 금지조치를 단행하고, 러시아는소맥수출쿼터제와 수출세를 도입했다.세계경제는초인플레이션시대에놓였고, 각국정부는물가를 안정시키기위한 노력을 집중할 것이다. 식료품물가안정을 위해자국의농산물수출을 막고, 해외수입을추진하는이른바 ‘식량 전쟁’으로이어질가능성도작지않아 보인다.
국제유가상승·지구온난화·바이오연료부상·러시아침공·식량안보경쟁여파식품원자잿값오르면한국경제에하방압력…실물경제충격완화할정책절실
글로벌식량전쟁시대를위한준비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센터 본부장 ▷한양대 겸임교수▷전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전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한국경제산업연구원경제연구실장신문협회·온라인신문협회·신문방송편집인협회회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