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다한조직은해체가답”…목소리커지는금융위폐지론
대한민국 금융사(史)를 뒤흔든 초유의 대규모 시중은행 횡령 사건이 정부 직제 금융위원회 무용(無用)론의 기폭제가 됐다. 이번횡령뿐만아니라금융위가출범한지 14년 동안크고작은금융사고가잇따라터지면서최고금융정책·관리기구로서제역할을못하고있다는지적이끊이질 않는다. 정치권을중심으로금융위폐지를촉구하는목소리가 커지는 반면, 금융위 설치와 운영 등에 관한 현행법 개정부터 정부조직 재편까지는녹록지않다는진단도따르고 있다. 사실상폐지가불가능하다는의견이상당수인가운데 10일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할 새정부 첫 금융위원장에 누가 오를지 이목이쏠린다.우리銀600억대횡령못막고KDB생보매각무산등무능이유국민의힘의원들“금융정책은기재부,감독기능은금감원이관”여소야대로법개정쉽지않고금감원정부직제편입어려워난망◆“수명 다한 금융위”… 정책·감독 기능 분리촉구
윤석열정부출범에따라집권여당이된국민의힘소속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금융위폐지론에무게를싣는 분위기다. 서민금융현실을좇지못한 채금융사고 노출 수위가 갈수록 심각해져당국으로서금융소비자 보호기능을 발휘하지못하고있다는비판이제기되면서다.
이들 의원은 금융위를 겨냥해 “수명이 다한조직은 해체가 정답”이라고 수위를 높인다. 국회정무위원회소속강민국국민의힘의원은 “새 정부출범을맞아지속해서한계를 드러내는금융위를 해체해야 한다”며 “금융산업 정책과 금융감독정책기능은 기획재정부(기재부)로, 감독기능은 금융감독원에이관해 전문성을 강화하는것이필요하다”고밝혔다.
현 금융위는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당시 재정경제부(현 기재부) 금융정책국과 금융감독위원회(현 금감원)를 합쳐 출범했다. 강 의원등은금융위출범직후부터무리한통합과이에따른무용론이지속됐다고설명한다.
강의원과같은당소속의성일종국민의힘정책위원장과 윤창현 국회 가상자산특별위원장등도금융당국조직개편을비롯한금융위쇄신이필요하다는것에동의하는것으로전해졌다.
이들이꼽는금융위출범이래발생한대표적인 사고는 △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저축은행사태△동양그룹 사태는물론수조원대대규모 투자피해 논란이지속되는 △사모펀드 환매중단사태등이거론된다.
특히10년간 묻혀있다가 지난달 처음세간에알려진우리은행의600억원대 횡령사건은기존금융감독체계상 도저히 금융소비자 보호를 제대로할수없다는비난의결정적계기가 됐다.
강 의원은 “우리은행 직원의 600억원대 횡령사건은 금융위금융감독업무가 얼마나 무능한지를보여주는최종 완결판”이라며“횡령이발생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금감원은 11차례 종합및부문 검사를 했고 지난해말부터올해초까지현장 종합감사까지했으나 횡령사안을발견하지못했다”고 꼬집었다.
또 금융위는 모든 금융 관련 사항들을 결정하는권한을가진채공정성과 객관성이결여된운영방식을 고수해 시장 전체의 신뢰를 잃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8년째 매각이이뤄지지않은 KDB생명보험매각과관련해강의원은 대주주변경승인심사를현재까지1년가까이결론내지못하고있는것을금융위무능함을대변하는사례로지목했다.
이와함께금융위는국민체감도가높은대출문턱을 여전히높게잡고있는 시중은행들에대한규제가미흡한 상태다. 자본주의시장 원리에따라 정부 개입을 최소화해야 기본 원칙에는 공감하나은행등금융회사가갖는공공성을고려한다면적정수준의대출관련규제가 뒷받침돼야한다는견해다.
강의원은 “천문학적수준의예대금리차로벌어들이는 시중은행 수익을 보고서도 금융위는금리 결정에 대해 정부가 직접적으로 개입하기어렵다며수년째수수방관해왔다”며“예대금리차로 지난 4년간 168조원이라는 수익을 올렸다는것은결국은행이국민들의빚으로자신들만배를불리고있다는것”이라고 말했다.
이어“국내금융당국 체계에대해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까지도 금융감독의독립성과 자율성을강화할것을권고하고있다”고 덧붙였다.
◆여小야大속법개정험난…정부직제개편도난제
이처럼금융위를향한부실 관리·감독 책임을묻는 쓴소리는 계속 나오고 있지만 폐지까지는난관이 예상된다. 우선 현행법개정이여소야대형국에서쉽지않을전망이다.
금융위원회의설치등에관한 법률(약칭금융위원회법)상 금융위 지위는 ‘중앙행정기관으로서그권한에속하는사무를독립적으로수행한다’고명시돼있다.
동법은 또 금융위위원을 위원장과 부위원장을포함해기획재정부 차관, 금융감독원장,예금보험공사 사장, 한국은행 부총재, 금융위원장이추천하는 금융 전문가 2명,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추천하는 경제계 대표 1명 등 모두 9명으로구성해야한다고돼있다.
금융위원장이 중앙정부 장관급 지위를 갖고국무총리소속으로 짜인상황에서만약 폐지가추진된다면, 이를 대체할 새로운 조직구성까지수반될행정력에대한문제도발생할수 있다. 강의원구상대로금융감독기능을현금감원에전면위임해전문성을높인다해도정부기관이아닌금감원을 공식기관으로 편입시키는 것도 쉽지않다는관측이다.
금융당국관계자는“현재는 금감원이금융위통제를 받지만 금감원은엄연히 무자본(無資本)특수법인, 즉민간독립기구로서색깔이짙다”며“금감원 소속노동조합과의의견조율도진통을겪을 가능성이크기때문에금감원을 정부 직제로 구성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고전했다.
윤창현 의원 측은 이같은 현안을 놓고 금융위폐지시나리오를 그린다면, 과거금융감독위원회 체제로 바뀌면서 향후 금융감독위원장이현재의금융감독원장을 겸임하게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감독위원장이 국무위원으로 배석할경우자연스럽게장관급예우를받을거란예상이다.
다만 윤 의원측은 “다음 달 바로 지방선거가있고, 이에따른 여론 동향 파악과 신임금융위원장 후보자 인사 청문, 그의청사진 등 고민해봐야 할 것들이한두 가지가 아니다”면서 “이런복합적인것들을모두 생각해야 하는 것이라입법이결코쉽지않다는것이고어느하나라도삐끗하면안된다는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사람이하는 일이니까 일하는 방식을바꾼는것이선행돼야하고그다음에조직을 바꾸는 것이좋다고 본다”며 “시스템화, 분업화, 전문성화, 내부 혁신 등을 조언하고 싶다”고덧붙였다.
업계전문가들도 금융위폐지가 어렵다면 새정부 첫금융당국 수장의1순위 과제로 금융소비자보호망을좀더촘촘히꿰어야한다고입을모은다. 크고작은금융사고가 매년발생하면서현행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을 손봐야 한다는의견과현재증권관련소송에만도입된집단소송제의범위를 늘려야 한다는제언도 궤를같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