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美경제안보외교구상,日로드맵참조하라
윤석열 정부의 실력을 보여줄 첫 시험대는 20일 방한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다. 불과 취임열흘 뒤에이뤄지는 한·미 정상회담은 윤 대통령에게 상당한부담이될 것이다. 새정부는외교비전을 ‘자유, 평화, 번영에기여하는글로벌중추국가실현‘이라고선언한터라그내용을어떻게드러낼는지가나라안팎의최대주목거리다.윤정부가내세운중추국가론은북한 핵·미사일 위협뿐아니라 미·중 전략경쟁, 우크라이나사태등복합과제를앞에두고기존의한반도중심외교를넘어국제외교무대에서주도적역할을하겠다는야심찬구상이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주의와 인권이라는공통 가치에바탕을둔 혈맹으로서‘포괄적 전략동맹 발전’이라는 개념도 준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박진외교부 장관 내정자는 “인도·태평양경제 프레임워크(IPEF) 참여는 물론, 쿼드(Quad; 미국·일본·인도·호주 안보협의체)와 다양한협력을 모색하고,미국과는바이오, 원자력, 사이버,우주등뉴프런티어분야에서경제안보·기술동맹을추진하겠다”고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20일 윤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뒤 22~24일일본에서미·일정상회담과쿼드정상회의에참석한다. 그의이번순방은대중압박행보로서이에대응하는윤정부에는외교적디테일이요구된다.여기서우리에게좋은 시사점을 주고 있는 게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정부의대미경제안보외교다.일본정부는바이든대통령의방일에앞서주요각료들이방미해양국경제안보체제강화를위한매우구체적이고상세한협력방침을마련했다.일본언론들이보도한내용들을정리해보자.
일본경제산업성과미국연방에너지부는지난 4일탈탄소와에너지안전보장의양립으로 연결되는 8개분야에서협력을 강화하기위해새로운 협의체인 ‘미·일 클린에너지안보 이니셔티브’를 설치하기로 했다. 러시아의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의 러시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도 화석연료이용을줄여야할필요성이커졌다는이유다.신재생에너지나 수소,원자력이라고하는클린에너지로의전환도 서두르기로 했다.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경제산업상과 제니퍼그랜홈에너지부장관의4일 회담에서다. 8개분야는 신재생에너지나 수소·암모니아의 보급, 원자력, 배터리등양국의관련국장급에의한 전체회의체를 설치하는 한편그아래에8개 과장급태스크포스를 두고, 분야별목표와 달성을향한 로드맵을공동작성키로 했다.보다구체적으로신재생에너지기술분야에서는태양광발전의신기술 등에대한 연구개발 지원을 목표로 한다. 원자력에서는 소형모듈로(SMR)와 고속로 등 첨단 원전을아시아와 동유럽등 제3국이도입토록 협력하자는내용도들어있다.일렉트론과 캐논 등 장비메이커가 첨단 라인 전용의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미국과일본이가지고있는기술과소재의강점을살려안정적으로최첨단반도체를생산·조달할수있는체제를갖춘다는전략이다.
일본정부는국내생산강화를위해TSMC의공장을규슈에유치했지만회로선폭이 10~20nm로 성능이 떨어진다. 첨단제품을 겨냥한이번협력은TSMC 유치이후다음단계의전략이다.
대만과 한국 기업을 2나노 제품에서따라잡고, 고성능 제품개발에서앞서겠다는목표다.또한따로제조한반도체칩을하나의기판상에서블록처럼접속하여만드는 ‘칩 렛’ 은고객이원하는제품의변화에유연하게대응할수있는이점이있다.
일본 반도체산업은 1990년께 50조원 정도에이르는 당시세계반도체시장의50%를차지하고있었지만현재는 500조원규모로불어난시장에서10% 정도의점유율에그치고 있다. 특히스마트폰 등에사용되는연산 반도체가 과제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미·중 대립을 배경으로 국제적인 수평분업모델이재검토되고있어반도체의안정조달이양국의현안이되고있다. 미국도반도체성능을결정하는회로선폭미세화에서인텔이 TSMC 등에뒤지고있다.
하기우다경제산업상은지난3일 미·일이협력해최첨단반도체연구개발에나설뜻을 밝혔다. 뉴욕주 올바니에있는 반도체연구시설을 시찰하면서미국 IBM 간부들과 논의했다.그가시찰한올바니나노테크콤플렉스는산관학이최첨단 반도체연구개발에나서는 거점이다. IBM 외에미국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도쿄일렉트론등의미·일기업이참여하고있다.경제산업성에따르면지금까지뉴욕주와기업이150억 달러(약 20조원)이상을들여거점을구축해왔다.
그는 IBM 간부들과의의견교환에서“양자 컴퓨터와 인공지능(AI)을 뒷받침하는 차세대반도체의기술을 유력국가에서개발해실용화해나가는것이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첨단 영역의 연구개발, 제조 능력을 확립하기위해동맹국인미국과일본이지금까지이상으로일체가 되어추진한다는 것이다. 미국과일본은 1980~90년대 반도체를둘러싼 경쟁에서치열하게대립했던 역사가 있다. 최근 들어 미·중의 하이테크 패권을 둘러싼대립이격화되면서미국은신뢰할수있는동맹국과의반도체공급망구축에신경을쓰고있다.이점에서미·일의협력강화는아이러니다.
하기우다 경제산업상은 방미기간 중 러몬도 상무장관, 캐서린 타이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각각 회담하고, 바이든 행정부가 창설을 목표로 하는 인도태평양경제체제(IPEF)의 조기출범이필요하다는 데의견을 모았다.
바이든정권은많은우호국들을불러들여중국에대항하는경제권을만드는것을목표로하고 있다. IPEF는 일본동남아국가들과무역과공급망으로연계해중국에대항하는경제권을만든다는구상이다.바이든대통령이 2021년 10월에 창설을 표명했다. 무역과 공급망 외에탈탄소 등이구체적인협력분야가될전망이다.바이든정권이국내반발이심한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대신내놓은 틀이다. 다만 참가국들이서로 관세를 낮추는시장 개방에는 망설이고있는 형국이다. 아시아에서는중국이참여하는 동아시아지역포괄적경제동반자(RCEP)가 출범했다. 중국은 TPP에도 가입을신청하면서주도권을잡으려하고있다.
기시 노부오(岸信夫) 일본 방위상과 로이드 오스틴미국 국방장관이지난 5일워싱턴에서회담을갖고중국을겨냥해인도태평양지역에서의힘에의한 일방적인 현상변경을 불허한다는 방침에 합의했다. 러시아의침공을근거로우크라이나에가능한한지원을계속한다는방침도확인했다.
오는23일바이든미국대통령은취임후처음으로일본에서기시다후미오총리와 회담한다. 기시다정권은대미동맹외교와는별도로‘미들파워외교’구상을추진하고있다.
두달반가까운우크라이나에서의전란은전후생긴국제질서의균열을결정짓고 안보에관한 새로운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미·일·유럽 민주주의세력과 중국·러시아 등 강권주의세력은 어울리지않고 각자의길을 걷기시작했다.일본은 “(이런 상황에서)미국에어디까지기댈수있느냐는근원적 질문”을 하면서 제2의 새로운 방책을 생각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등과함께이른바 미들파워가 국제질서를 책임지는 시대를 그리고 있다. 미들파워는초강대국에는미치지못하지만일본, 독일, 프랑스등일정한경제력과외교력을 갖고 가치관과 이념을 공유하는 세력이다. 국제질서의안정을 담당할수있는몇안되는존재다.
일본은 미들파워의연계와 이니셔티브는 영토와 주권의존중이라는 좁은의미의안전보장뿐만아니라자유무역과감염병등다양한글로벌이슈에서도 역할을 할 수있다고 판단한다. 모두가 법의지배와 다자간 협력을주춧돌로하는국제질서의유지와밀접하게연결되어있기때문이다.
특히에너지와 식량의안정공급, 기후변화나 감염증에대한 효과적인대응에관한 규칙과 제도의구축·보강과 같은 작업은 개도국을 포함한 많은국가에이바지하면서국제사회의결속을 강화하는데효과적인측면이적지않을 것이다. 일본도다른나라와보조를 맞추면서도다양한이슈에대해그어느때보다주체적이고독창적인접근을겨냥하고있다.
기시다 정권의경제정책키워드는 ‘새로운 자본주의’다. 지금까지의자본주의가 배태한 다양한 폐해를 시정하는 경제사회개혁에도전하는 것이다.성장과 분배의선순환을 실현하고 자본주의가 가져오는 편익의최대화 달성을목표로하고있다.
윤석열대통령의취임사와 새정부의할일을담은인수위 백서, 신임각료들의소견발표들을보면일본기시다 정부가추진하는새로운정책들이많은 합치점을 갖는다. 한·미·일 3국의 신 경제안보동맹 체제행보를 밝게해준다.신문협회·온라인신문협회·신문방송편집인협회회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