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업기술빼가기꼼수…‘배드프렌드’에골머리앓는국내기업
5년새99건유출, 22조손해추산…한국주력산업노린中소행이대부분인력·기술동시탈취수법서특허장비유출·무관한회사에유출자채용도
#지난달 삼성전자 반도체부품(DS)부문 파운드리 사업부 소속 A씨는 반도체 ‘핵심 기술’ 등내부 기밀을 외부로 유출하려다 적발됐다. 해당기술은 삼성전자가 차세대 먹거리로 육성하기위해지난수년간수십조원을투자한반도체위탁생산(파운드리)관련기술로알려졌다.
삼성전자 원격업무시스템(RBS)은 캡처가 불가능한데, A씨는 모니터에보안 자료 수백건의파일을 띄우고 이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한것으로 전해졌다. 회사에선퇴사를앞둔이직원이재택근무 도중 다수의보안자료에수시로 접근한 점을 수상하게 여기고, 해당 직원을 불러내사하면서이런 사실이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최근반도체업계를 충격에빠뜨린대표적인 기술 유출 사건이다. A씨가 외부로 유출했는지여부는알려지지않았으나퇴직후중국등경쟁국 기업에해당 기술을넘길우려가있어검찰조사를받고 있다. 현재는산업통상자원부와국가정보원까지가세해수사를지원중이다.
◆핵심 기술은 국가안보 자산… 국외유출 3분의2는중국行
16일 관련업계에따르면최근글로벌공급망문제로 반도체가 국가안보 자산으로 여겨지기시작하면서 정부에서도 이런 사안을 심각하게받아들이고있다.
특히이번삼성전자 기술 유출 사건은 메모리반도체에이어시스템반도체까지세계1위를 노리고있는와중에벌어진일이라업계안팎에충격이더큰상황이다.
국정원에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 2월까지적발된산업기술국외유출사건은모두 99건이다.이들 기술이외국으로 넘어갔다면 22조원에 이르는 연구개발비와 매출액을 손해봤을 것으로추산됐다. 유출될뻔했던기술 99건은 디스플레이 19건, 반도체 17건, 전기전자 17건, 자동차 9건, 조선·정보통신·기계 각 8건등이며모두한국주력 산업이다. 앞서국정원은 유출된 산업기술중 3분의 2가 중국으로 향한다고 밝힌바 있다.산업기술 유출은 은밀하게이뤄지고 실제 적발하기쉽지않다는점에서실제사건은이보다더많을것으로보인다.
산업계에서는 이러한 기술 유출은 어제오늘일이아니라고본다.특히중국의기술유출시도가 심각하다는 판단이다. 지난해1월 SK하이닉스의반도체핵심기술을중국에유출하고,삼성전자와 자회사 전직직원들을통해장비도면을빼돌린 SK하이닉스 협력업체연구소장 등이기소된 사례가 있었다. LG전자는 최근 미국 텍사스동부지방법원에자사 TV관련특허를침해한중국 가전업체 TCL을 상대로소송을제기한 상태다. LG전자가 문제삼은기술은 TV 사용자인터페이스(UI)와 영상,음향처리기술등 6가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경쟁력유지를 위해 지식재산권(IP) 카드를 꺼내서적극적으로기술을홍보하고 있다. 중국기업들이자사 다이아몬드 픽셀 기술을 유출하려는시도에맞서기위한 조치다. 글로벌 3위 LED(발광다이오드) 기업인 서울반도체도 수년째중국기업때문에골머리를 앓았다. 중국계기업 AOT는 2006년 서울반도체와 진행한 특허침해소송에서 패소했으나 10년이 넘도록 제품 부품번호만바꿔유사품을판매한바 있다.
◆인력·기술 넘어‘장비 자체’ 유출도… “정부종합대책시급”
업계관계자는 “과거에는 중국 기업이우리나라인력과 기술을 동시에탈취하는 방법이보편적이었는데 최근에는 아예특허 장비를 유출하거나전혀관련없는회사에유출자를채용하는꼼수등을통해기술을빼가고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 측 비호도 중국 기업에 의한 특허침해가 횡행하는이유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정부는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겠다며 지난해자국 특허법(중화인민공화국 전리법) 고시에최대 5배 손해배상 조항을 신설했으나, 실제적용은미미한것으로알려졌다.
이에맞서삼성전자와SK하이닉스등국내주요 기업들은 이미 핵심 기술 유출을 막을 보안정책들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내부 직원에의한
유출 시도나 해킹사례가잇따르면서현재보안정책으로는부족하다는지적이적잖다.
또다른업계관계자는 “핵심기술유출은기업측 피해뿐만 아니라 국가적인손실로 이어질수 있지만 현재로선 뾰족한 대책이 없다”며 “정부차원에서물리적인기술유출뿐만아니라 해킹등사이버보안등종합적인대책마련이시급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