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혁신금융서비스지정211건분석결과110건이중복사례‘무사통과’책임자해명에도“사실아니다”말뒤집어논란가중…차기위원장과제로
◆만3년째중복심사·선정…치적쌓기의혹
2019년 4월 첫시행이후금융위가 16일 현재까지취합한 혁신금융서비스는 모두 211건이다.하지만 본지분석에따르면 서비스 명칭과 내용이겹치는 혁신금융서비스는 110건에 이른다. 지난 2월 지정받은 ‘국내 주식소수단위거래서비스’는 한국예탁결제원을 포함한 대·중형 증권사등25개사가 참여하고,작년11월에는 21개금융투자업체가 똑같이 ‘해외증권 소수점거래 서비스’를 지정받았다.
당국설명처럼이용자편의성을확대하기위해복수금융사가동일한혁신금융서비스를실행한것이라 해도, 단일건으로집계하지않고참여회사별로총계하는것은건수를늘리려는 ‘꼼수’로밖에해석되지않는다.일례로 ‘국내주식소수단위거래서비스’를1건으로잡지않고참여하는25개사를모두산정해25건으로집계하는식이다.
주식소수점거래서비스의경우당국승인과실행날짜가 같지만, 상당수다른서비스는지정날짜가상이한데도규제유예특혜를받는것으로 나타났다. 1개금융사가 혁신성, 금융소비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업구상후당국 심사를 받고서 서비스를 내놨지만, 또 다른회사들이명칭도바꾸지않은채동일사업을줄줄이심사대에올리는격이다.
사정이이런데도 금융위는 별다른 조처없이무더기 ‘합격증’을 남발했다. ‘안면인식’ 기술을예로 들면,신한카드가작년11월에지정받은‘안면인식기술을활용한비대면실명확인서비스’는이미토스증권이1년 전(2020년 12월) 첫번째로지정받았다.
이 서비스는 앞서 △DGB대구은행 ‘안면인식기술활용비대면실명확인서비스’(2020년 5월지정) △카카오뱅크, 토스증권, 토스혁신준비법인‘안면인식기술을활용한비대면실명확인서비스’ (2020년 12월) △코인플러그‘안면인식기술 기반DID를 통한 비대면실명확인 서비스’(2020년 12월)등과대동소이한것으로밝혀졌다.
‘안면인식 비대면 계좌개설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해당 서비스가 처음 지정된시기는 지난해2월이다. 당시 KB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이금융실명거래법상 특례를 받았다. 하지만 하나은행은똑같은 서비스 명칭과 특례내용으로지난해4월지정받아서비스를출시했다.
당국의집계 방식의문제점은 이뿐만이아니다. ‘보험간편가입/해지프로세스(스위치보험)’는2019년 4월레이니스트보험서비스가처음지정받았는데, 같은해 11월 또다시지정받았다고집계됐다. 2019년 12월지정받은카사의‘분산원장 기반부동산유동화유통 플랫폼’은 같은날짜에2건이올라왔다. 정작 1개서비스이지만 각각 2개로늘려당국의‘지정건수’증가에기여한꼴이다.
금융위는 3년 동안 중복 서비스 집계를 통해규제개혁에앞장서는 이미지를 쌓았다. 2019년4월 1일부터 시행된 혁신금융서비스는 최종구(임기 2017년 7월~2019년 9월), 은성수(2019년 9월~2021년 8월) 전 위원장, 고승범(2021년 8월~)현위원장까지3명의금융위원장이재임하는동안대대적인홍보주제로만활용됐다.
혁신금융서비스는금융혁신지원특별법에의거해금융위원장과금융감독원장등당국수장들이참여하는혁신금융심사위원회(심사위)가심사를 맡는다. 심사위는법령에명시된‘기존 금융서비스와비교시충분히혁신적인지여부’, ‘금융소비자편익이증대되는지여부’, ‘금융서비스의범위및업무방법이구체적이며사업계획이타당하고건전한지여부’, ‘금융소비자보호및위험관리방안등이충분한지여부’등을고려해야한다.
◆금융위자화자찬에전문가“해체가 정답”
최초 등록자에만 혁신금융 간판, 규제 유예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상식적이지만 여전히 다수의동일·유사한 서비스들은 당국심사대를 무리 없이 통과하고 있다. 정치권과 전문가들은“대표적인 보여주기식(전시) 행정”이라고 지적수위를높인다.
금융위의중복집계가도마에오르자당국기능 상실을 우려하는 비판과 더불어궁극적으로금융위폐지론까지불거지고있다.
금융권을관장하는국회정무위원회소속강민국 국민의힘의원은 “금융위는 샌드박스가핀테크(금융기술 업체)와 스타트업성장에도움을주고 있다며성공을 자화자찬했지만 실상은 이름만 ‘혁신금융 사업’일 뿐, 정작 혁신은없고보여주기식으로 사업을 운영해 왔음이 증명됐다”고일갈했다.
같은당소속국회가상자산특별위원장 윤창현의원은“금융규제샌드박스는핀테크중심금융혁신을선도하는핵심제도”라고평가하면서도“해당 사업을지정만해놓고방치하고있는현재의운용방식에서벗어나야한다”고주문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금융위폐지여부는 뜨거운 감자가 된지 오래다. 이들은 2008년 출범후금융위가동시에권한을쥔금융정책기능과금융감독 기능을 명확하게구분해전문 기관에위임해야한다는점을꼬집는다.
특히윤석열 정부 출범이후 국민의힘이집권여당에 오르면서 여소(小)야대(大) 정국을 이뤄관련법 개정 등 금융위 해체까지 수반될 사전작업이녹록지않을수있으나,여당과정부가의지가 분명하다면 오히려가능성이높다는 진단에무게를싣는다.
전성인홍익대경제학부교수는 “‘야대’에 해당하는더불어민주당은기본적으로금융감독체계개편에긍정적인입장을보인다”며“‘여소’ 여당이나 윤석열정부가 금융위폐지안을 제안할 경우국회정무위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결사저지하는 그림은 나오지않을 것인데, 현 모습의금융위는폐지가정답”이라고 강조했다.
또 “샌드박스는 마치휴전선의철책에일부러구멍을뚫은것과같기때문에더욱철저히감시,감독할 필요가 있는데 현재 실태는 그렇지 않아잘못된일”이라고일축했다.
◆수년째묵인하고도체면치레급급
반면 금융위는 체면 지키기에급급한 양상이다. 본지취재직후인지난 13일금융위는출입기자단에 “(보도 반박) 혁신금융서비스 ‘무더기 합격증 남발’, ‘중복집계로 실적부풀리기 등’의 지
적은 사실이아님을 알려드린다”는 내용의문자와설명자료를게시했다.
취재 당시 “해결방안을 고민해 신임 장관(금융위원장)에게 직접보고하겠다”는 책임자 해명을공식적으로“사실이아니다”라고 뒤집은것이다. 앞서 사의를 표명한 고승범 현 위원장이아닌차기위원장에게관련문제와 해결방안등을보고한다는당국측설명이부연돼야 하나,보도반박에열을올리는모양새는논란만가중할것으로보인다.
결과적으로 혁신금융서비스 전반에 관한 시정은 제9대금융위원장으로내정된김주현여신금융협회장(전예금보험공사 사장)이풀어야 할현안으로지목된다.
금융위관계자는 “유사·중복 서비스가 100%문제 있다고 볼 수 없지만 사업·서비스를 가장처음심사받는사업자의혁신 모멘텀(동력)을 위축시킬 수 있는 사례들을 살펴보겠다”며 “명확한선정기준에대해서도 지속해서고민해(임명시기등을 고려해서) 신임장관에게보고할 것”이라고설명했다.
이어“기술적측면에서특허까지바라볼수있는수준이라면당연히최초 지정사업자만 서비스를출시하는것이맞을수 있다”며“지적사항들에대해심도있게논의해해결방안을찾아보겠다”고 전했다.
금융위는전체 지정건(211건) 중잠정보류등으로 분류된 ‘미출시’ 85건에서 63건이 출시준비 중으로, 나머지 22건에 대해△출시 희박 10건△출시미정10건 △중단확정2건등으로파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