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소련해체이후서방국‘인도우군만들기’대결속러와군사협력유지·美와교역확대하며中·러밀착경계어느편도아닌美·中·러사이등거리외교로국익최대화
러시아의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EU 등 서방이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러시아에대해서는 금융·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다.하지만 인도는 러시아의 침략 자체를 비난하지않을뿐더러서방의제재를 비웃듯이러시아에서원유를 저렴한 가격으로 계속 사들이고 있다. 또한 무역·금융 거래에서달러화 대신 러시아 루블화와 인도 루피화로 결제하는 추세를 강화하고 있다.그동안 인도의 이러한 친러 행각은 국제사회의 단호한 제재로 크렘린 재정에 막대한 타격을 가하고싶은 미국에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중국을겨냥한인도태평양전략의핵심파트너로꼽히는 인도를 자극한다면향후 득보다 실이더클것으로 우려하며 비난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다.인도는 이러한 미국의 딜레마를 이미 잘 간파하며갈수록치열해지는열강들의대결틈에서국익을최대화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1991년 소련의해체로막을 내린 20세기 냉전이후 우크라이나가 ‘신냉전’의 최전선으로 변하고 있는 가운데인도를 우군으로 만들기위한 ‘구애’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있다.향후인도의대외정책방향이국제사회에서큰주목을받고있는이유다.지정학적관점에서인도의대외정책변천사를 먼저살펴보기로하자.
1947년 수세기에걸친영국의식민지배에서벗어난인도는미국등서방세계에대한불신과경계심은그뿌리가매우깊다.지리적으로인도는북쪽으로거대하고험준한‘세계의지붕’히말라야산맥에의해가로막힌섬이나마찬가지다.미·소냉전시대인도는식민지를 겪었던나라들끼리서로뭉쳐서국제적이데올로기분쟁에서벗어나자는비동맹노선의맹주역할을 했다. 냉전이후에는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을 확보하는가운데미·중·러사이에서등거리외교를택했다.그러나현실적으로는미·중에비해힘이약해진러시아와우호관계를 강화했다. 장기적으로세력균형이인도국익에유리하다는판단에서다.인도는러시아를오랫동안껄끄러운관계인중국의견제세력으로보고 있다. 특히인도는미국을겨냥한러시아와중국의밀착을경계하고있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적대적 관계와 미국·러시아·중국 등 열강의개입은 지역안보에복잡한 상황을연출시키고 있다. 종교적 갈등 때문에 영국의 식민통치에서분리독립된인도와 파키스탄은 카슈미르지역영유권을 둘러싸고 2차례전쟁을 치르기도 했고 핵무기개발 경쟁등을 벌이며날카롭게맞서왔다. 인도는 비동맹운동의주도국이었지만 1971년 8월인도·소련평화우호협력조약을체결하는등서방보다는 소련에 가까웠다. 러시아는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카슈미르영유권등외교적분쟁에서파키스탄보다는인도편에 섰다. 반면미국은 1970년대 중반부터인도와 소련 간 밀착을 견제하고자 파키스탄을 경제적·군사적으로 지원했다. 알카에다의 9·11공격이후 조지부시전 미국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서미국이전개한 대(對)테러 전쟁에협조한 파키스탄과 전략적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미국의첨단전투기판매까지허용했다. 이러한 미국과 파키스탄의 협력은 오랫동안 인도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인도는 히말라야 국경수비대를 포함 자국 군대를 중무장시키기위해각종러시아제무기를 도입했다. 세계최대무기수입국인인도의병기중 절반이상을러시아측에서공급한것으로 추정된다. 2018년에는미사일방공체제를위해러시아와 50억달러규모의무기공급에서명했다. 이런러시아산무기의압도적비중뿐 아니라 러시아에 대한 우호적 국민 정서로인해 인도 정부 또는 정당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행위를비난하는데는한계가 있다. 최근인도무기시장에서러시아산무기에대한비중이다소줄고있지만당분간인도·러시아 군사협력은지속될전망이다. 인도는 러시아가 주도하는 유라시아경제동맹과 자유무역협정도 논의 중이다. 최근 토니 블링컨미국국무장관은미국이인도의파트너가되지못한시기에 러시아와 인도의관계가 수십년에 걸쳐발전했다고인정하기도했다.
인도의 군비 증강은 파키스탄은 물론 히말라야산맥을가른국경을 맞댄가깝고도먼이웃 중국과의충돌과 군사 위협에대비한 것이다. 인도와 중국은 14억이 넘는 인구 대국이며 신흥 경제 대국이자핵을보유한군사 대국이다. 1962년 중·인 전쟁이후인도가 중국과 사이가 벌어진소련과 손을 잡자 중국은인도의앙숙인파키스탄의절친이되어소통과왕래를 강화했다. 21세기 들어미국과 패권을 다투는 G2로 급부상한중국은미국의아시아중시전략(Pivot to Asia) 전략에맞서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펼친다. 파키스탄은 정치적·지리적으로 ‘일대일로’의 핵심루트다.인도로서는 중국이미국에대적할 정도로 몸집이커지자 미국과 적극적으로 관계 개선을 모색한다. 특히 2014년 나렌드라 모디총리가 집권이후 인도와 서구의관계는 급속도로 진전된다. 미국과 인도의연간 무역 규모는1100억달러규모에이른다. 이는러시아와인도 간 80억 달러를 압도한다. 최근에는인도는미국산무기의주요고객이기도하다.
‘일대일로’의 핵심 전략으로 파키스탄 및 스리랑카, 그리고 북아프리카 지부티 등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소위 ‘진주목걸이’라는 별칭의 ‘해상실크로드’ 구축이 꼽힌다. 중국의입장에서는 ‘일대일로’가미국의혹시모를 ‘해상봉쇄’ 가능성에대한 자구책이기도하지만인도는자국안보에심각한위협으로받아들이며인도양 지역에대한 감시를위해러시아첨단 전투기도입을 늘렸다. 수년전국경문제로인도와 중국군이 갈완계곡에서 집단 난투극을 벌인이후양국관계는 악화됐다. 이후인도는중국을겨냥해미국이주도하는 4자 안보대화인 쿼드(Quad)에 적극 합류한다. 지난해 3월에는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이화상으로첫쿼드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달 20~22일 한국을방문한 뒤일본에서열리는 미·일 정상회담과 쿼드정상회담에참석한다. 미국은쿼드의성패가인도의
적극적인 협력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의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중국의 침묵에 대해 미국행정부가 비난을 쏟아냈지만인도에대해서는 비교적관대한이유다.
최근인도는 미국·호주·일본과 함께군사훈련에매년참여하는등인도·태평양판나토(NATO)를꿈꾸는미국의기대감을불러일으켰다.그러나남아시아지역역내균형자역할에집중하는인도가실질적으로‘반중국자유주의국제질서’를향한움직임에적극참여할의지가있다고단정하긴힘든일이다. 1990년대이후시장을개방하고경제적교류를확대하면서지금인도와중국은떼어놓기힘든무역파트너이기때문이다.당초바이든행정부는세계최대민주주의국가인인도가미국은물론서구와도관계증진을모색하면서우크라이나침공과관련한러시아규탄과제재에동참할것이라고 믿었다. 이번러시아의우크라이나침공이후인도가보여준행동을보면적어도정치적으로미국이인도를적극적협력의파트너국가로변모한다는것은시기상조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사태가진행되면서나렌드라모디인도총리가볼로디미르젤렌스키우크라이나대통령과통화를하거나러시아군의전쟁범죄에대해서는인도가강하게비난하며공개적인조사를촉구하는모습은우크라이나전쟁에대한인도의태도에미묘한변화를암시한다.그러나전통적으로주요열강에취해온인도의헤징정책이근본적으로변하지않고있다는사실은미국에피로감을더해주고있다.모디총리와바이든대통령은지난달11일인도의러시아산원유수입과관련해영상회담을했지만인도의태도변화약속을받지못했다. 이후양국간외교와국방수뇌들이참석하는 ‘2+2 대화’를개최했지만13쪽에달하는공동성명에는우크라이나침공에대한언급이전혀없었다.양측이지난수십년간조심스럽게구축해온관계가궤도를벗어나는것을원치않고있다는방증이다.
기본원칙상식/진리정의자유/인간문화자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