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조선사들5조손실떠안을판…금융권까지리스크전이우려
원가상승분미반영2년전가격고집에선박한척당482억비용손실감수해야조선3사적자상황속부실위험높아져
수주 규모만 총 24조원에 이를 정도라 국내조선산업의최대성과로 평가됐던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 프로젝트’가 최근들어조선업기반을흔들암초가됐다는평가가나온다.
카타르측이현재원자재가격급등을고려하지않고 2년 전선가를고집하고있어협상결과에따라국내조선사가 최소 5조원대 선가 하락을감당해야하기때문이다.아울러조선사에무조건 선수금환급보증을 담당해야 하는 금융권에서도 리스크 전이 우려와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하락문제로고뇌하고있다.
18일 조선업계에따르면 국내조선사와 금융사들이카타르 에너지와 진행하는 협상에서돌파구를찾지못해셈법이복잡해지고있다.
협상의핵심은 ‘선가’다. 세부적인계약 내용이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2020년 6월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3사는 카타르와 100척 안팎(변동 가능)에 대해수주계약을 맺으면서수주 규모가 23조6000억원에달한다고밝혔다.
이는 수주계약을 맺은 2020년 글로벌 LNG운반선 신조선가인 1억8600만 달러(약 2360억
원)를 기준으로 100척을 계상한것과유사한규모다.
그러나 본계약이 지연되는 2년 동안 원자재가격이 급등했다. 코로나19 확산과 올해러시아와우크라이나전쟁등외생변수가 겹치면서원자재가격이그야말로천정부지로치솟았다.
원자재가격급등에선가 산정의기준이되는글로벌신조선가도크게올랐다. 영국 조선·해운시황분석 업체인 클락슨리서치가 집계한 지난달 말 기준 LNG운반선 신조선가는 2조2400만달러(약 2839억원)를 기록했다.이는 2020년 1조8600만 달러 대비 3800만 달러(약 482억원)나상승한수준이다.
그러나현재카타르측은 2020년 6월국내조선빅3와체결한협악서에언급된선가를지금그대로반영해달라고요구하는것으로알려졌다.
이는통상선주사가조선사에선박발주를결정한 뒤설계와 철강재·기자재 구입비용이 최초가격과차이가있을때이를합의한선가로본계약을체결하는관례와차이가 크다. 이에조선업계일각에서는국내조선사가 2020년 당시일감이적어매우불리한조건으로계약을하지않았느냐는추측도나온다.
대형 조선 3사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결국국내조선사가 2020년 기준으로 산정된 선가로LNG운반선을 만들게된다면선박 한 척당 482억원 정도 선가 하락을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100척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5조원에이르는 손실을보게된다.
이는 지난해 대형 조선 3사 전체영업손실보다 더 큰 규모다. 지난해 한국조선해양은 1조3848억원, 대우조선해양은 1조7547억원, 삼성중공업은 1조3120억원 등 나란히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추가로대규모손실이발생한다면조선사리스크가급증하게된다.
조선3사 관계자는“아직협상이진행중이므로최대한빨리합의를이뤄낼수있도록최선을다하고 있다”며 “다만 카타르 측과 협상하면서서로의견충돌이있는것은사실”이라고말했다.
카타르측이주장하는요구를그대로받아들이면조선사뿐 아니라 금융권에도 리스크가 확대될수 있다. 24조원에이르는 LNG프로젝트의안정성을 위해국내금융권이필수적으로 선수금환급보증(RG·Refund Guarantee) 등 선박금융을제공해야하기때문이다.
선주는 완성된 선박을 인수받기전까지건조비용 중 약 40~50%를 선수금으로 단계적으로미리 지급한다. 선박이제대로 인도되지못하면조선사를 대신해 은행이 선수금을 돌려주도록마련된 장치가 RG다. 카타르 전체발주 금액이24조원에 이르는 상황이라 RG 규모가 약 10조원에이를것으로보인다.
다만국내금융권은워낙 RG 규모가큰상황에서리스크확대를우려하는 기색이다. 국내조선사가대규모적자를보는상황에서카타르측주장대로 LNG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면 조선사에부실리스크가 커질수밖에없고이것이금융권으로전이될수있다는시각이다.
은행은 BIS 기준자기자본비율관리도부담이될수 있다. RG도 여신(대출)으로 취급되는상황에서 재무건전성이 좋지 못한 조선사에 대규모RG를 해줘야한다면 BIS 비율이악화될수있기때문이다.
통상 RG는 위험이 거의 없어 보증수수료도1% 수준으로 매우 낮은 상황이다. 은행으로서는기존RG보다리스크는높지만그렇다고보증수수료를상향조정하기도어려운상황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가 손해를보는 상황에서 LNG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면거기에보증을해주면그만큼리스크가 커지게된다”며“이익을 보는사업구조가확보된다음선박금융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