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론이죽어가는양극화사회…‘공존과통합’으로바꿔보자
제왕적대통령제·가짜뉴스·사이비지식인등증오정치유발… 6·1선거이후,정치꾼아닌‘진짜리더’부상하길
“탐욕이모든것을 정당화하고, 승자가모든것을 독식하고, 수도권만잘살고, 경쟁만이공정으로인정받는사회는결코행복하지도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이보다더정확하게우리사회를평가한말도 없다. 정파를넘어좋은평가를받았던김부겸총리가 퇴임식에서한 말이다. 그는또한언론인터뷰에서“정치를 하면한 진영에속해야 하고, 우리진영에서박수를받으려면상대편을가차없이욕해야한다”면서“지금정치를더하려면우리편은무조건옳고 상대편은 무조건나쁘다고 해야 한다. 이런 정치를 계속해야 하나?”라고물음표를던지면서정계은퇴를선언했다.조국 사태, 현정권의인사등에서보여준‘내로남불’문제를지적한 것이다.
문재인대통령과 윤석열당선인간회담이결열되었을 때도중재의힘을발휘해이들 만남을 주선한 인물도 김부겸 총리였다. 공존의 정치, 통합의힘을발휘하는것이정치의미덕이라고 생각하기때문이다. 김총리는 30년정치인생을통해한국정치의가장고질적인비합리적패거리정치의문제점을누구보다도잘 경험했고,이를퇴임하면서정리한 것이다. 한국정치가친노, 친이, 친박, 친문 등 ‘빠’시즘을 토대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증오와 반목의정치로 변질된지 오래다. 경제 10대 강국등 대한민국 외형은 번지르르해보이지만내부는곪아터지고있다.세계최고의자살률,최저출산율에다 양극화, 성·지역·세대·빈부·정파별 갈등과 대립, 반목이더욱 심화되면서우리공화국은나락으로떨어지고있다.
대한민국이왜이지경에이르게되었을까?
원인을크게5가지에서찾을수 있다. 먼저‘제왕적 대통령제’에기인하고있다.승자독식인제왕적대통령은직접수천명자리를임명하고,간접적으로수만명자리까지영향을 미치고, 수백조 원에달하는예산까지주무를수 있기 때문이다. 책임지지않고 제왕적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가장큰 문제다. 전·현 정권모두 총리·장관 청문회에서부적격판정을받아도마이웨이, 제왕적대통령권한으로임명을 강행한다. 문 정권에서청문보고서없이장관 39명을임명하는신기록을작성했다.
김대중 대통령시대에는 지금처럼반목과 증오의대립이 없었다. ‘DJP연정’을 통해수평적정권교체에 IMF 극복, 최초 남북 정상회담, 최고 한·일및 한·미 관계를 관리하던 시대였다. 전두환 전대통령부인이순자 여사가자서전에서“김대중 시대가 가장 평화로웠다”고 말했다. 이후노무현전대통령시대부터사회갈등은본격화하기시작했다.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권을 거치면서더욱 심화되었다. 통합보다 진영정치에 매몰되었다. 선진국독일·프랑스는 진정한 협치, 즉정책과인사를나누는좌우 ‘대연정’과 ‘동거내각’을통해미래로전진한다.
문재인전대통령은 “인류가 민주주의와 번영을 이룩했지만 포퓰리즘과극단주의,불평등과 양극화, 가짜뉴스,혐오와증오등도전에직면해있다”면서“생각의차이나찬반을넘어통합과 화합, 겸허한포용이절실하다”고설파했다.윤석열대통령은“국가내부의지나친집단적갈등에의해진실이왜곡되고, 각자가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힘으로 상대의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빠뜨리고있다”고대통령취임사에서말했다.한국사회문제를진단한 것이다.
하지만 국민통합의 ‘디딤돌’이 되어야 할 한국 대통령들이오히려 ‘걸림돌’이되고있다.
정치적반목과 대립의한 복판에서있는 전·현직 대통령의발언은 책임의식이부족하기 때문이다. 김만흠 국회입법조사처장은 이들 대통령에대해 “책임 당사자가 내로남불 혹은 유체이탈은 아닌지”라고 반문한다. 통합을 위해가장 책임있고 노력해야 할 대통령인데적대적공생관계를 교모하게이용하는것은아닌가하는생각이든다.
둘째,적대적정치공생구조에기생하는언론이갈등과혐오를더욱부추기고 있다. 보수언론사 기자 출신들은 현정부에서 한자리를, 반대편에서있는언론사기자들은전정부혹은의원자리를꿰차고 있다. 어제까지방송하던앵커가 오늘 대선 캠프로 옮겨도 방송사 대표가 공식적으로 시청자에게사과방송하지않는다. 시청자보다정권에복무하는 작태다. 선거와정치에서언론은 사회의목탁이자 등대이자 심판자인데오히려정파 진영의선수로뛰고 있다. 그러니대선이후신문구독과방송뉴스시청률이급격하게떨어지고있다.그만큼국민에게신뢰를잃고있기때문이다.
셋째, 날개가없는공영방송의급격한 추락이다. MBC 등공영방송에대한민영화논의까지나온다.독일에서는국민의세금을사용하는 TBS의김어준씨가편파적인뉴스를진행하는것은위헌소지가 있다. 정권이바뀌어강용석변호사가공영방송뉴스프로그램을맡는다는것을상상하고싶지않다. 김어준씨는 스스로 하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독일 공영방송에‘내적자유’라는원칙이있다.공영방송에서우파프로그램을편성하면반드시좌파 프로그램도편성해여론의다원화와 경쟁을유도하는 것이다. 사회적담론의성숙을위해서다.
넷째, 가짜뉴스가 난무하는 소셜미디어의 위력이다. 유튜브를 중심으로정파가 갈려가짜뉴스를 난발하고 있다. 필자도 지난해유튜브 방송에의해가짜뉴스 피해를 입기도 했다. 독일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는 유튜브등소셜미디어를 “분열적이고 반복적인황폐한소음의메아리공간”이라고비판했다.부족적인반(半)쪽공론장이라는지적이다.
다섯째, 폴리페서의사이비지식인 모습이다. 대선캠프에교수 수천명이줄을서고있다는보도가있다.전문가로서대선후보부탁을받고자문이나 캠프에참여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자리를 위해줄을 서는 것이반지성인의행동은아닌지반문할필요가있다.
미국 하버드대마이클 샌델 교수는 <능력주의 폭정>(한국어 번역책제목<공정이라는 착각>)이라는 책에서“포퓰리스트트럼프의등장과선거승리는오바마의능력주의폭정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오만하게행동하고학벌위주 정치로 트럼프 포퓰리즘토대를잉태시킨것이라고 지적한다. 미국과한국정치판이강자들의이익정글이된것이다.
2차 세계대전이후독일의저명한경제학자인랄프뢰프케교수는 “언론,법조계, 지식인만 바로 서도히틀러나치의부상을막을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언론이살아있는 권력에제대로 비판 기능을 하고, 법조계가 권력의불법과불의에대항해싸우고,대학교수들이제대로교육하고지성으로반지성과 싸웠다면나치가 등장할 수없었다는 가정이다. 우리 정치권·언론·지식인들이서로손가락질하면서‘초기파시즘 사회’를 닮아가고있는것은아닐까.
어떻게대한민국이나락에서다시부활할수있을까?
새로운통합을위한 ‘거대 담론(discourse)’의 시작이다. 지구온난화로에너지 전환, 4차 산업혁명으로 디지털 전환, 미국·EU vs 중·러 경제패권 전쟁으로 공급망 전환 등 ‘멀티 위기’에 대처하기위해국민통합이최우선이다. 2500년 전현인소크라테스는 ‘산파술’, 즉대화를통해자기비판과성찰을통해진리를찾아가는접근방식을 제시했다. 오늘날 ‘담론’을 말한다. 프란치스코수도회관구장을지낸윤종일신부는 “독선적이고 이기적이며, 집단적인불통사회에서상호인정함으로써소통을통해문제해결의진실을찾아가는것”이진정한담론이라고말한다.
시대적 명령은 새 정치 리더십의 출현과 국민 지지다. 지자체 선거 이후 차기대선후보 새구도가 형성된다. 탐욕의정치꾼이아닌 ‘국가지도자(statesman)’, 즉새비전과 콘텐츠를제시하는리더가부상하기바란다. 언론의질적발전과공영방송의혁신이필요하다. 패거리정치에앞장선방송프로그램들과진행자를하차시키고 새 프로, 새 장르, 새인물로국민의신뢰를받는 것이다.
폴리페서가아닌인사이트와비판 의식을 가진지성인의부활이다. 자기정파 정치인을비판할수 있고, 상대진영의리더가잘하면칭찬할수있는용기있는지성인과언론이다.
독일중도우파고급지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은 최근진보 정당 녹색당 출신정치인들을 연일높이평가하는 기사와 칼럼을 게재하고있다.대표인물이녹색당대표출신인경제에너지부로베르트하벡장관이다. 그가 러시아 푸틴이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독일의러시아 에너지종속문제를해결해가고,새담론을제시하고있기때문이다.
대한민국이미래로전진하기위해새공론장과담론을기대해본다.광주광역시이혜명전 정무특보는 “대한민국이 구존동이(求存同異), 차이를인정하고 공동의이익을 추구할 때”라고 진단한다. 공존·통합의리더십을 가진김부겸을국민이다시호출할지도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