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추가?사이즈업?…국적불명합성어에커피주문‘진땀’
외국음식점크게늘며일상화… “우리말쓰면고루” 언어사대주의생소한용어세대단절부추겨…테이크아웃→포장,빌지→계산서로히쓰마부시하나요?테이크아웃?
②커피전문점·식당서도외국어남용
김용미씨(61세·가명)는 얼마 전 손녀와 함께커피전문점에 갔다가 낭패를 봤다. “커피 하나마시는 데선택사항이너무 많았다”며 “샷 추가,사이즈업그레이드등등커피한잔주문하는데선택사항이너무 많았다. 대체무엇을어떻게주문해야할지몰라난감하기만했다”고 토로했다.그는 “요즘은 식당에가도 마찬가지다. 식은땀부터 난다”며 “주문하다가 보면 여기가 한국인지,외국인지헷갈릴때가많다”고 꼬집었다.
◆식당·커피전문점서남용되는외국어
양식·일식·중식은 물론, 베트남·태국·스페인·터키등에이르기까지다양한 현지식을 우리나라에서도어렵지않게경험할수있다.현지인이직접운영하는 곳도 적잖다. 세계각국의대표음식을맛볼수있는식당은전국각지에둥지를틀기시작했다.국내커피전문점도넘쳐난다. “밥은안먹어도 커피는 마신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정도로식후커피문화는우리일상이된지오래다.
이처럼각종 해외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과음식점이 급증하면서 일상생활에도 외국어가넘쳐나기 시작했다. 주문 시 ‘테이크아웃(take‘리필(refill)’ out)’, ‘세팅(setting)’, ‘오더(order)’, 등의외국어가 빈번하게 사용된다. ‘빌지(bill+紙)’라는 정체불명의 합성어도 식당에선 이미굳어졌다.
낯선이국 음식들, 그안에서통용되는단어들은여전히생경하기만 하다. 특히외국음식을판매하는 식당이나 커피전문점방문이어색한 중장년층에게는더더욱어렵게느껴질수밖에없다.
테이크아웃은 ‘음식을 포장해 가져간다’라는의미인만큼 ‘포장’, ‘포장 구매’ 등쉬운우리말로충분히바꿔쓸수 있다. “세팅해드릴까요?”라고묻는대신 “접시와 수저를앞에놓아드리겠습니다”라고 할수 있고, “리필해드릴까요?” 또는 “리필해주세요”는 “(음료를) 더 채워드릴까요?” 또는 “더 채워주세요” 등으로 충분히 바꿔 쓸 수있다.빌지는계산서로바꾸면된다.
일식당에 가면 ‘히쓰마부시’나 ‘돈부리’ 외에도 ‘스키다시(つきだし, 츠키다시)’, ‘와사비(わさび)’, ‘나베(なべ)’, ‘우니(うに)’ 등의단어를어렵지않게볼수있다.모두일본어다.
스키다시는 주 요리인회가 나오기전에나오는밑반찬을 뜻한다. 와사비는 고추냉이로 바꿔부르면 된다. 나베는 ‘냄비’라는 뜻이다. 우리가부를 땐 ‘냄비 가락국수’ 정도로 써도 무방하다.우니는성게알로바꿔부를수있다.
◆진땀나는주문사례…외국어대신우리말
#-1. 퇴근 후 일식당을 찾은 직장인 김미영씨가메뉴를한참들여다보며고민한후드디어주문을 시작한다. “히쓰마부시하나 주세요.” 그러자 직원이묻는다. “네 손님. 히쓰마부시하나맞으시죠? 드시고 가시나요, 테이크아웃 하시나요?”
#-2. 카페를 찾은 대학생 최수희씨가 주문을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샷 추가해서 하나, 카페모카휘핑크림듬뿍올려서하나 주세요.”
직원이생긋웃으며주문을확인한다. “아이스아메리카노샷추가 하나, 휘핑크림올린카페모카하나주문 받았습니다.트레이에담아준비해드리겠습니다.스트로우는뒤편에있습니다.”
우리가식당또는커피전문점을방문했을때흔히경험할수있는사례들이다.더는낯설지않은 광경이지만, 왠지거북함이드는것도 사실이다. ‘히쓰마부시’, ‘돈부리’, ‘스트로우’, ‘트레이’…….충분히우리말로 바꿀 수있음에도 공공연하게남용되는 단어들이다. 외국어가 서툰 노년층은물론, 젊은 세대조차 받아들이기에낯선이름이많다.
그럼,언급한사례속등장한외국어를우리말로쉽게바꿔보기로한다.
#-3. 퇴근 후일식당을 찾은 직장인 김미영씨가 차림표를 한참 들여다보며고민한 후 드디어주문을 시작한다. “장어덮밥 하나 주세요.” 그러자 직원이묻는다. “네 손님. 장어덮밥 하나맞으시죠?드시고가시나요,포장해가시나요?”
#-4. 커피전문점을 찾은 대학생 최수희씨가주문을 한다. “차가운 커피 하나요. 조금 진하게해주시고요, 모카커피생크림듬뿍올려서하나주세요.”
직원이 생긋 웃으며 주문을 확인한다. “차가운 커피진하게한 잔, 생크림올린모카커피한잔 주문받았습니다. 쟁반에담아 준비해드리겠습니다.빨대는뒤편에있습니다.”
남용되는 외국어를 우리말로 바꿔보았다. 어색할수는있지만,이해하는데전혀어려움이없다.
쉽고 바른 우리말 사용을 통해 세대 간·계층간 격차를 줄일 수도 있다. 외국어나 외래어, 신조어등을우리말로바꿔표현하려는의식확산이필요한이유다.
◆전문가들“언어 사대주의, 지양해야”
쉽게 쓰고 부를 수 있는 우리말이 있는데도굳이외국어를 남용하는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외국어가 우리말보다 우위에있다고 생각하는‘언어사대주의’때문”이라고 지적했다.이런외국어가 시대흐름을 선도하는 최신의언어라는착각도남용에불을지핀다.
한 커피전문점에종사하는 A씨는 “커피 이름을 비롯해주문 시에도 지나치게많은 외국어가사용되는것을직원모두인지하고 있다. 직원조차 어려워하는 음료 종류도 상당수”라며 “이런단어를 써야 소위‘있어보인다’고 생각하는것같기도하다”고 전했다.
한식당대표 B씨는 우리말로쓰면 ‘고루’하다고 느끼는 이들이많은 것 같다. 그래서점점외국어사용이빈번해지는것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넘쳐나는 외국어 사용은 ‘언어사대주의’에서비롯된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음식이나 커피 이름, 또 식당 안에서사용하는 말들이대부분 외국어로 이뤄진 것이사실이다. 처음에는 생소하던것도 나중에는 그것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게우리말을 경시하고 외래어를 중시하게될 것”이라고꼬집었다.
아울러“중·장년층과 어린아이는외국어로점철된음식이름이낯설고 어렵게느껴질수밖에없다.외국어남용은세대단절의원인이될것”이라며“외국어를우리말로바꿀수없다면옆에부연설명이라도표기하는등업계자정노력이필요하다”고입을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