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안보시대,기업인홀대하는한국
삼성그룹의이재용 부회장이나 현대자동차의정의선회장은군복입고총을쏘는군인은분명아니다. 그러나이들은한국의어느장병못지않게국가의안보를책임지고 있다. 이 점은 지난달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한국을 방문했을 때절실하게실감할 수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의방한 첫 일정을 평택의 삼성전자 공장에서시작했고 현대자동차와의만남으로 마지막 일정을마무리지었다.한국의안보에필수적인동맹국미국의 지도자가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했다. 즉 경제가안보이고안보가경제라는얘기다.
한미동맹, 경제·기술 차원으로진화
바이든대통령의이러한행보는물론국내정치적타산에 기인한다. 중요한 중간선거를앞두고 고물가 등으로 인해 날로 추락하는 자신의인기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삼성이나 현대의대규모미국투자가 절실하다. 이를통해일자리를확보하고지역경제를활성화시켜선거에도움을얻겠다는것이그의계산이었을 것이다. 그러나그이면에는초강대국미국의지도자도움직일수있는 한국 기업의 위상이 눈에 띈다. 미국 대통령에게한국의대기업은한국정부지도자이상의중요성을갖는다.
신냉전 시대를 맞아 날로 중요시되는 경제 안보의차원에서 봐도 이는 당연한 현상이다. 미국과 중국이경제및기술패권을위해대결하는가운데신자유주의시대의 세계 경제는 차츰 분절화되고 이는 한국 같은수출주도형경제에큰도전이된다. 혼란스러운탈세계화의와중에서미국역시우방국을중심으로무역체계및 공급망을 새로 구축해야 할 과제가 있다. 러시아의우크라이나침공으로인해미국에게나토및유럽국가와 결속은더욱 시급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이도쿄에서천명한 인도 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역시같은배경을안고출범했다.
일본, 호주 등과 함께한국이이런 체제에 참여하게된것은 미국 등 다른 참가국들에게한국의기업과 기술이그만큼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와 맞서는 민주주의 및 시장경제 국가 연합에있어한국의협력은 필수적이다. 삼성, 현대, LG, SK등 대기업이보유한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5G 기술등은미국 등 주요 국가의경제를 돌리는 데필수적인요소가 되었다. 그런의미에서 한·미 동맹은 과거안보 차원에서이제는 경제, 기술차원으로급격히진화하고있다.미국으로서는경제,기술의이유만으로도한국의안보및방위에기여해야할이유가있는 것이다.
대만에 TSMC 같은기업없었다면?
미국의이러한 정책방향을 확인할 수있는 또다른사례는대만이다.중국이대만침공위협을계속하는상황에서바이든 대통령은 유사시미국이대만을군사적으로돕겠다는의지를최근몇차례표명했다.백악관의일부부인이있었지만그의의도는명확해보인다. 이는1979년 미·중 외교수립후미국이인정해온하나의중국원칙에위배되는것이고그동안미국정부가취해온전략적모호성도포기하는 것이다. 이배경에는역시반도체등첨단분야에서대만의협력이미국에게는꼭필요하기때문이다. 만일대만에 TSMC 같은세계적인첨단기업이없었다면대만의안보는지금보다훨씬더불안해졌을 것이다. 러시아의우크라이나 침공을발판삼아중국은대만침공위협을더욱노골화했을것이다.
급변하는경제안보시대에한국기업은밖에서그만큼중요해지고환대받고있지만국내에서는아직도홀대받고있는 상황이다.재벌및대기업에대한규제는쉽사리풀리지않고기업인들은아직도따갑고부정적인시각에시달리고 있다. 부도덕한부패와비리의온상으로지목받기도한다.물론이는한국기업이자초한일이다.오랜기간권력과밀착하여특혜를통해사업을확장했고그과정에서노동자를탄압했고환경오염등많은사회
적인문제를야기했다.아직도몇몇대기업및기업총수들은이러한문제로인해법과여론의심판을받고있다.
그러나이런점은과거에비해많은개선을보이는것도사실이다.윤리경영을실천하고이익의사회환원에힘쓰며환경문제등의해결에도앞장서는소위ESG 경영을채택하는기업도늘고있다.그럼에도아직한국에는반기업정서가강하고특히대기업을보는시각은매우부정적이다.이는어찌보면한국문화가오래간직하고있는사농공상의전통과도관련이있다. 재물을얻기위한상업행위자체를천시하는정서가아직도사회곳곳에남아있다.자본주의체제를채택하고그성과와결실을향유하고있는한국으로서는의아한일이아닐수없다.
타계한 삼성그룹 이건희전회장은 1995년 소위북경발언을통해한국사회를발칵뒤집은적이있다. 한국 기업은 2류, 한국 정부는 3류, 한국 정치는 4류라는충격적발언을 통해 정치권의미움을 한 몸에산 적이있다. 민주화와 개혁을 통해지금 현재한국 정부와 정치는 아마 3류, 4류를 충분히벗어났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기업은그보다더욱 발전,진화하여이제1류로도약했다.문제는이를아는사람들이한국밖에서보다한국안에훨씬적다는점이다.
▷연세대 언론정보학 박사 ▷AP통신 특파원 ▷뉴스위크한국지국장▷서울외신기자클럽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