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분당설불러온‘팬덤정치’의민낯
“바닥을 쳐야 반등한다. 그런데상대가 계속 바닥을파는바람에끝없이추락하고 있다.” 최근 만난언론사후배는 우리정치를 ‘막하막하(莫下莫下)’로 규정했다.흔히 실력이 비슷해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을 ‘막상막하(莫上莫下)’라고 한다. ‘막하막하’는 더불어민주당의날개없는 추락을 이해하는 단서다. 절박해야 변화를 모색한다. 한데 국민의힘 또한 헐렁하니 그 기회조차잡지못하다고있다는 분석이다. 꽤설득력있다. 하지만보다근본적인건민주당을장악한진영논리와팬덤정치에서찾아야 한다. 극단적인탈레반 정치인들이민주당체질을바꿔놓았다.그들은민주당을극단이라는벼랑끝으로내몰고있다.
중도층밀어낸강경론자들의오만과독선
지방선거이후민주당상황은 ‘막하막하’를 떠올리기에 맞춤하다. 패인을 스스로에게찾는 대신 밖으로 돌리는 고질병이 여전하다. 이재명과 송영길의명분 없는출마는 선거결과 입증됐다. 두 사람은 대선패배에가장 큰 책임이 있다. 그런데성찰하고 자중하는 대신어설픈조기등판론을앞세웠다. 전체선거에부정적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지배적이었지만 극성지지층에의해 제압됐다. 방탄복과정치적야욕때문에출마한다는우려또한희생이라는포장으로 정당화됐다.이들은‘이재명 책임론’을 배신자 프레임으로 반박했다. 김남국과 민형배는 “상처에 소금 뿌리는 꼴” “당권에 대한 사심”이라며궤변과물타기를시도했다.
물론지방선거패인을두사람에게만돌리는건지나치다. 대선연장선에서치른 까닭에집권여당에유리했음은당연했다.또성추문이슈(박완주,최강욱의원)도악영향을 미쳤다. 지도부분열도 한몫했다. 팬덤정치와결별, 86 용퇴를 주장한 박지현 비대위원장 비판은 옳았다. 그럼에도분열과 갈등으로 폄하됐다. 선거에서패한 근본적이유는 당을 지배한 안일한 인식 때문이다.강경론자들이주도한 오만과 독선에서찾는 게합리적이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로 대표되는 자기기만과 변명이 그것이다. 21대 총선 180석, 20대 대선 0.73%패배는민주당에독이됐다.경청하고성찰하는대신턱없는오만을불렀다.
돌아보면 비례위성 정당 창당, 4·3 서울과 부산시장공천, 임대차 3법 강행 처리, 국회상임위원장 독식, 공수처장야당 비토권삭제는 독단과 오만에있다. 6·1 지방선거에서이재명과송영길 공천, 임기말 ‘검수완박’은정점이다. 문재인정부가 밀어붙인 ‘검수완박’은 중도층이등을 돌리게한 결정적계기가 됐다. 민주당은 법안처리를 위해 민형배를 위장 탈당시켰다. 또 회기를 쪼개거나 김진표 의원을법사위로 사‧보임하는 등편법과꼼수를동원했다. “우리가하는일은무조건옳다”는무오류에근간을 둔 독선이었다. 그나마 남아 있던 중도층이마지막 애정을버린것도더는감내하기어렵다는신호였다.
션스타인 교수는 <우리는 왜극단에 끌리는가>에서집단극단화를편향동화로 설명했다. 편향동화는비슷한생각을가진이들끼리의견을주고받으며편향을강화한다는 이론이다. 편향이지속되면극단화는강화된다. 반면목소리큰몇몇강경론자들로인해온건한 중도는 위축되기 마련이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들이합리적인중도를공격할때으레사용하는방식이다.지난5년 동안 민주당을 작동해온 방식도 비슷하다. 극단에치우친몇몇이당을 주도하는 동안 합리적인목소리는실종됐다. 지방선거이후 제기되는 자성을촉구하는목소리마저배신자, ‘수박 프레임’으로공격하는상황이다.
팬덤은민주당 내극단적인정치인들을추동한자양분이다. 이들은 팬덤에 기생해 극단을 부채질해 왔다.자신들과다른견해를피력하는동료의원은무차별공격했다. 겉과 속다른 수박에빗대합리적인비판을 조롱했다. 김남국은 “‘이재명 책임론’ 논의가 선거전부터계속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카더라 통신’을 남발했다. 문재인정부내내민주당 강경론자들은걸핏하면친일프레임을 들먹였다.이들은사실규명과단죄를건너뛰는 바람에역사청산이안 됐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대선과 지방선거패배책임을 규명하자는 요구에는귀를닫았다.이재명에게불똥이튈까하여배신자프레임을씌우는지독한모순만반복하고있다.
‘막하막하’의 정치판뒤집을리더십필요
강준만 전북대학교 명예교수는 <정치전쟁>에서 “환호하는팬덤이있는한무슨일이든할수있는사람들이정치인이다”면서이재명을 팬덤정치창업자라고했다. 이어“이재명은 팬덤구성과 운영에직접개입한 매우 독특하고 희귀한 ‘팬덤 CEO’”라며 ‘손가락혁명군’을들었다. 손가락혁명군은이재명을있게한열렬지지층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허구적인이재명신화가 형성됐다. 2010년 성남시장에당선된이재명은 전국 226개 기초단체장중한명에불과했다. 그가 11년 만에집권여당대선후보에오른건팬덤을빼놓고는설명할방법이없다. 이재명과추종자들이팬덤에기승해민주당을황폐화시키고있다는진단이다.
건강한조직이라면내부논쟁과비판은 당연하다. 치열한 논쟁을 토대로 견제와 책임, 그리고 변화를 도모할 수 있다. 이는 극단화를 억제하고 균형을 이루게한다. 그런데언제부터인지민주당은 당론, 배신자 프레임으로다른목소리를봉쇄했다.책임지고사과하는사람도 없다. 공론장이사막화되면서민주당은서서히괴멸해왔다.자신들이보수‧꼰대로부르는국민의힘이30대청년을 대표로 선출할 때그들은 단단한 소라껍질 속으로 들어갔다. 국민의힘보다 보수화, 기득권화되지않았다고 자신있게말할 수 있는 민주당원은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무오류와 절대선이지배하는 민주당은 분당설마저나돌고있다.
극단주의 화신 트럼프를 분석한 <억만장자 도널드트럼프의비즈니스 법칙>에는 5가지 특성이제시돼있다. “결과에상관없이이겼다고 우겨라” “뻔뻔해지는 것에인색하지 마라” “무슨 일이든 반드시 이겨라” “언제나 과대포장 해라”. 트럼프가 자기 최면과 정신승리를바탕으로 막장정치를 펼친 비결이다. 친명으로 불리는강성정치인이장악한 더불어민주당 상황을연상케한다. 지금민주당에필요한건탈레반이아닌합리적이며건강한 정치인이다. ‘막하막하’에서‘막상막하’로 반등시킬문제의식과리더십은어디에있나.
▷국회의장실 부대변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한양대학교갈등연구소전문위원▷전북대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