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사라진다…아이가없어서
지난해출생아수81만명‘역대최저’과거엔육아환경이유로출산주저요즘젊은세대출산의욕조차체념최대원인은젊은층낮은임금수준기존저출산대책만으론해결못해경제환경획기적인개선만이희망
지난 5월 프랑스에서열린 제75회 칸 영화제에서일본 영화 ‘플랜75’가 관객들의주목을 받았다. 영화 내용은 이렇다. 일본 정부는 무료 프로그램을 통해 75세 이상인 시민들이자발적으로죽도록권장한다.나이가75세를 넘은사람은누구나 무료 안락사를 선택할 ‘기회’를 갖는 것이다. 정부는안락사를권하는캠페인을 펼치고,안락사에동의한 노인에게는 소정의돈을 지급한다.단체장례식서비스도무료로제공한다.
AFP통신은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위해노인들에게안락사를 권하는 ‘플랜75’는 “매우 현실적인문제를기반으로 한다”고 평했다. 플랜75감독인 하야카와 지에는 AFP와 인터뷰하면서영화 시나리오가오늘날일본현실과얼마나가깝냐는질문에“10중 8”이라고답하며일본젊은층에주목했다.
그는“대부분젊은이는이미인생의끝이어떻게될 것인지를 걱정한다”며 “(젊은이들은) 노인을 부양하기위해열심히일하지만 자기차례가오면부양해줄 사람이아무도없을 것이란 생각에답답해한다”고덧붙였다.
고령화 문제해결책을 안락사로 접근하는 이영화의근저에는 젊은 세대가아이를낳을가능성이없다는일본사회전반의팽배한인식이깔려있다고볼수있다.
◆출생아수역대최소…일본정말사라지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이 저출산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고 최근 보도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따르면지난해일본출생아수는총81만1604명으로 전년 대비 2만9231명 줄었다.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899년 이후 122년 만에가장 적은 수준이며, 1차 베이비붐시기인 1949년 출생아 수(269만6000명) 대비30%에불과하다.
특히합계출산율은 2021년 기준으로 1.30으로전년대비0.03%포인트낮아졌다.합계출산율이란한여자가 가임기간(15~49세)에낳을것으로기대되는평균출생아 수다. 해당수치는 2005년 역대최저치(1.26)를 기록한뒤회복세를보였으나 2019년에하락세로전환한뒤계속악화하고있다.
저조한 출산율이계속되면일본은 사라질수있다.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사인연)는최근 충격적인전망을 내놨다. 출산율 1.29가 유지되고 외국에서인구 유입이없다고 가정할 때일본 총인구는 2340년에 100만명을 기록한 뒤계속 밑돌다가 3300년께 일본 열도에는 아무도살지않게된다는것이다.
◆코로나때문에결혼미뤘다?
일각에서는코로나19로인해결혼시기가미뤄지면서출산율이감소했다고지적한다. 2021년 기준으로혼인건수는 50만1000여 건으로, 코로나19가발생하기직전인2019년 대비10만건가까이줄었다.혼인건수증감은출생아수와직결된다.
그러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코로나19가 결혼·출산에 마이너스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젊은 층이 결혼·출산을 꺼리는 경향은코로나전부터확산하고있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일부 나라에서는 코로나가 잠잠해지면서출산율이회복세를 보인다. 2021년 미국출산율은 1.66으로, 전년 1.64에서소폭 상승했다. 프랑스도 2020년 1.82에서 2021년 1.83으로 높아졌다.
싱크탱크겸경영컨설팅회사인일본노무라종합연구소는이들나라의강력한저출산대책이출산율회복으로이어지고있다고분석했다.프랑스와영국등은불임치료비용을국가에서전액지원한다.일본은올해4월부터불임치료에보험을적용하기시작했지만일과가정의양립을고민하는사람들이많다.게다가불임치료를받기가수월한환경이아니기때문
에보험적용효과는제한적이라는지적이나온다.
◆젊은 세대, 결혼도출산도의욕이없다
후지나미 다쿠미일본종합연구소 주임 연구원은 출산율감소의 주요 원인은“젊은 세대의출산 의욕이 감퇴했기때문”이라고분석했다.
과거에는아이를 낳고 싶어도 육아 환경이충분히갖춰지지않은이유등으로인해출산을주저했다면 지금은 “아이를 낳고 싶다”는 의욕 자체가 완전히 꺾였다는 설명이다. 이는 어린이집을 늘리거나 아빠의육아 휴직장려등을 골자로한기존저출산대책만으로는출산율을끌어올리는효과가크지않다는뜻이기도하다.
출산의욕이사라진요인은여러가지가있지만가장큰요인으로꼽히는것은젊은세대의낮은 임금 수준이다. 현재 40대 후반 대졸 남성의평균실질연봉은10년 위세대가 40대후반이었을때보다약150만엔(약 1400만원)이나 적다.
살림살이가팍팍해지니남자들역시결혼상대방의조건으로여성의경제력을최우선으로보기시작했다. 사인연조사에따르면결혼 상대방의
조건으로중시하는항목중경제력을꼽은비율은1992년27%에서2015년42%로높아졌다.
후지나미연구원은“남녀불문하고젊은층이결혼 자체를 상상하는 것조차 어려워져아이를가지는것을체념하는것같다”고 말했다.
특히비정규직에결혼이나출산은먼나라얘기다. 닛케이아시아에따르면일본경제단체연합회가 3월 조사한 결과 첫직장을 정규직으로 시작한여성가운데63%가 배우자가 있고, 57%가자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비정규직은각각 34%, 33%로 정규직과비정규직간격차가큰것으로집계됐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0~34세여성의노동 참여율은 2020년 79.6%로, 2015년대비 5.5%포인트 증가했다. 육아휴직을 사용한여성들이 적극 직장으로 복귀하고 있으나 비정규직이 많다. 일하는여성중 42.4%만이 정규직이다. 남성근로자의 65.2%보다 훨씬 낮다. 무엇보다비정규직은정규직보다수입이적다.
◆아기낳기어려운나라만든정부,반성해야
가장 큰 문제는 아이를 낳기 어려운 나라로만들어버린데대한 반성이정부에희박하다는점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기시다 정권은내년 봄 어린이가정청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각부처에흩어져있는어린이관련정책을한부처에일원화하는게골자다.
그러나 닛케이아시아는 새 부처를 만드는 것만으로는저출산문제를해결하기에는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저출산은 완전히새로운 국면에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대책은 아이는갖고 싶지만 육아 환경이미흡해출산을주저하는 부부에 대한 지원이 중심이었다. 어린이집을늘리거나 아빠의육아 참여를 독려하거나 육아휴직취득을강조한것이전형적이다.
이들 지원역시중요하지만 출산율저하의가장 큰 근본 원인은 “자신의 경제환경으로 인해낳고 싶다는 의욕 자체가 사라진 것”이라며 “결혼과 출산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드는 노력이필요하다”고 닛케이아시아는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정부와 재계는 젊은 층의 취업·수입 환경을개선하는데심혈을기울여야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역시 효과 있는 대책을 새로 다시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젊은 층의경제 환경을호전시키는게첫번째과제라는것이다.마쓰다시게키주쿄대교수는“정규직중에도임금이부족한사람이많다”며“젊은 층에대한경력지원이결혼과출산으로이어질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