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0.75%인상쇼크…신흥국희생양삼아美만살아남나
브라질·사우디등잇따라금리인상발표심각한인플레이션·외인자금이탈우려멕시코, 8회연속이어추가인상움직임1994년‘테킬라위기’재연염두에둬야
신흥국들이다시미국 경제안정을 위한 희생양이될위기에 놓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5일(이하 현지시간)인플레이션통제를위한 강력한 조치에 나섰다. 기준금리를한번에 0.75%포인트 올리면서자이언트 스텝을 내디딘 것이다. 그러나물가를내리기위한연준의발걸음이 신흥국 경제마저 짓밟아 놓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연준의금리인상 효과는 국경을가리지않기때문이다.
당장 연준이기준금리인상을 발표하자 브라질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도미노 금리 인상을 발표했다. 외화유출을우려한 움직임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뒤경제회복이제대로이뤄지지않은 상태에서취해진강력한 긴축은이들국가의경제를압박할우려가있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라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곳은 브라질이다. 미국이금리인상을발표한이후브라질중앙은행은몇시간만에금리인상을 단행했다. 브라질은 기준금리를 12.75%에서13.25%로 0.5%포인트 올렸다. 이로써브라질기준금리는 2016년 12월(13.75%) 이후 가장 높은수준을기록하게됐다.
브라질의 심각한 인플레이션도 금리인상을부추겼다. 5월과 4월 브라질 물가상승률은 각각 11.73%와 12.13%를 기록했다.
이날사우디아라비아등자국통화가치를달러에고정한달러페그제를실시하는중동산유국들도자국기준금리를올렸다.
인도, 멕시코등국가에서도추가적인금리인상이이어질수있다고외신은 전했다.인도정부는 소비자물가지수가 7.79%까지 올라가자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4.9%까지올렸다. 미국 금리가 올라간 만큼 인도 역시도금리인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멕시코 중앙은행도인플레이션을억제하기위해8회연속기준금리를 올려 7%까지 인상했다. 멕시코 역시 23일 통화정책회의에서 0.75%포인트 금리인상이높게점쳐지는상황이다.
미국연준의금리인상으로달러화부채가많은국가들이가장큰고통을 겪을 수 있다. 이들은 10년간 저금리시대를 향유했지만이제는 치러야할비용이늘어났기때문이다.
이미 2013년 연준은긴축을시도했을당시신흥국경제는발작과같은반응을 보였다.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와 같은 ‘안전한 피난처’인 달러로이동하고 신흥국투자규모를 급격히줄였다.당시인도에서는 미국 달러가 너무 빨리유출돼루피가 3개월 만에 15% 하락해인도 중앙은행이금리를인상할수밖에없었다.
이 밖에도 러시아, 브라질, 터키, 인도네시아와 기타 소규모 신흥국 경제도 상황은 비슷했다. 2013년 당시이머징마켓 채권은 가격이 10%나 하락했다. 올해 초 시장분석가들은 신흥국 대차대조표가 당시보다는 개선됐으며 올해내내전반적으로 양호한 경제성장 전망으로2013년과 같은혼란이다시찾아오지는않을것이라고 봤다.
그러나우크라이나전쟁뒤상황은크게변했다. 인플레이션으로인한 경기위축이신흥국상황을더욱힘들게하고있다.게다가미국의공격적금리인상으로신흥국들은 코로나19 이전수준으로경제를되돌리는것이더욱힘들어졌다달러부채비중이높은인도네시아,브라질,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등을비롯해극악한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고있는 터키등은이번자이언트 스텝에가장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는 국가들로꼽힌다.
연준이촉발한대표적인글로벌경제위기로는1994년 멕시코 ‘테킬라 위기’가 꼽힌다. 1994년 2월연준은 기준금리를 3.0%에서 3.25%로 인상했다. 이후미국기준금리는 6차례더올라불과1년 만에 6.0%까지 상승했다. 연준의기습적금리인상으로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이른바 채권‘대학살(Bloodbath)’ 사태가 발생하면서채권시장이급락했다.
미국으로 자금이급격하게 쏠리면서 멕시코,아르헨티나등중남미국가주식도 폭락했다. 멕시코는 결국 외환위기로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다. 주가가 1년만에 50% 이상 폭락해 중남미 금융시장이 흔들렸고 신흥국 경제에도 연쇄적으로 타격을 줬다. 테킬라 위기는 1997년 아시아 위기로 번졌으며, 1998년 러시아 루블화 위기, 1999년 브라질위기까지영향을미쳤다.
1994년과 같은상황이반복될가능성이높지는 않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시장이 금리인상을 예측해 충격이 덜하고 과거보다 신흥국시장의달러부채비중이나 외화보유액규모 등이개선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신흥국경제력에대해너무낙관해서는안된다는경고목소리도나온다.코로나19충격회복및경기부양과관련된막대한비용으로인한 성장타격이아직완전히사라진것은아니라는지적이다.
카발짓싱인도공익연구센터소장은올해초알자지라에 “테이퍼 탠트럼(긴축발작) 2.0을 무시하는 분석가들은 팬데믹을 겪은 신흥국 경제력에대해너무낙관적견해를가지고있다”고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