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불안·백신지재권·수산보조금협상등담은‘제네바패키지’도출…소기의성과냈지만실효성아쉬워
지난주 초 제네바에서열린 제12차 WTO 각료회의가5일간열띤협상을거쳐‘제네바 패키지’도출에성공하며막을 내렸다. WTO각료회의는WTO최고의사결정기구로통상 2년마다 개최된다. 다만이번 12차 각료회의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열리지못하다 5년 만에 개최된 것이다. 그만큼 산적한 의제를 안고 출발했기때문에각료 합의도출이쉽지않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특히각료회의직전까지계속된실무협상에서참가국간이견이커서합의도출전망이밝지않았다. 그러나제네바에모인각료들은코로나팬데믹등으로인한세계경제위기에대응하고자 ‘제네바 패키지’를 만들어내죽어가는 WTO를 살려 놓았다. 가까스로목숨을건진WTO가앞으로다자무역질서를복원하며과거의영광을되찾을것인가?
5년만의각료회의쟁점은다짚었지만…
이번 각료회의 성과는 식량 위기에 대응한 농산물수출 제한과 팬데믹 대응으로서 코로나 백신에 대한지식재산권 유예, 수산 보조금 철폐, 전자상거래에 대
한 관세부과 면제, 그리고 WTO 개혁등 5가지로 정리할수 있다. 농산물 수출 제한은 세계적인 식량위기발생시농산물수출국에서종종행하는수출제한을자제하자는 것이다. 이에 각료회의에서되도록이면 식량수출제한을자제하자고 합의하였다. 그러나식량수출제한을자제하자는것이지수출제한을못한다는것이아니다. 즉 합의내용은 법적구속력이없는 노력조항으로되어있어실효성에의문이있다.
선진국과 개도국간코로나 백신의불평등을 해소하기위해선진국제약사들이가지고있는백신특허를일시정지시켜개도국들도백신을생산해배분할수있도록 하자는 것이백신에대한 지재권유예 문제다. 각료들은백신지재권을일시유예해주기로합의하였다.그러나 유예는 백신에만 한정되어있다. 진단제나 치료제에대한유예는 계속논의하게되어있다. 앞으로또다른 변종 코로나가 발생하면 당연히 이것은 지재권 면제대상이 아니다. 또한 지재권 사용도 공짜가 아니다.적절한 보상을 전제로 지재권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아예없는 것보다는훨씬 낫다. 다만 세계적으로코로나 팬데믹이줄어들고 있으며, 백신공급이충분한상황에서이와같은지재권면제가얼마만큼유용한지는 의문이다. 특히향후코로나변종이나온다면이는이번지재권유예대상이아니다.
수산 보조금 철폐는 부분적 성과다. 협상에서는 수산보조금을불법어업관련보조금과남획어족자원에지급되는 보조금, 그리고 과잉어획에기여하는보조금등 3가지로 나누고, 이번각료회의에서는앞의두종류보조금만 철폐하기로 합의하였다. 세번째과잉어획에기여하는보조금철폐여부는계속논의하기로했다. 그러나 전체수산 보조금중 60% 이상이과잉어획에기여한보조금이라는점은감안하면보조철폐의실효성을 비판하지않을 수 없다. 다만 ‘천 리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수산보조금철폐를 시작한 것에의미를둘수는있을 것이다.
전자상거래관세부과 면제는 1998년부터 전자적전송으로 거래되는 물품에는 관세를 부과하지않기로 한약속을 말한다. 그런데이약속이매각료회의를 통해다음각료회의시까지연장되어왔다. 최근 전자상거래에의한 물품 거래가 급격히늘어나자 이에따른 관세면제액도 대폭 증가하였다. 상대적으로 자본이부족한개도국은 전자상거래에관세를 부과하면 상당한 재정수입원을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인도를 비롯한 일부개도국이전자상거래에대한관세부과면제연장에반대해왔다.결국다음각료회의시까지연장되기는하였지만그때까지다시연장에대한합의가없으면 2024년3월 말에종료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전자상거래를 통한 거래가 증가할수록 이와 같은 관세부과 면제에반대하는개도국이앞으로늘어날가능성이있다. 무관세전자상거래가 계속 연장되기를 기대하기는 쉽지않을전망이다. 빨리디지털무역협정을 체결해야 하는이유이기도하다.
WTO개혁은다양한미사여구로표현되어있으나핵심내용은 WTO의모든기능을 개선하기위해개혁작업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내용 중하나는 기후변화를 포함한 환경적요소가 WTO 협상에 주는 영향력이 상당히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와함께WTO회원국전체가아닌일부그룹이WTO개혁논의를 주도할 수 있다는 내용이 흥미롭다. 이는 복수국가 간 형식으로 WTO 개혁을 논의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WTO개혁작업,일부국가주도가능성
이번 각료회의 성과를 깎아내릴 생각은 아니다. 세계경제가어려운가운데중요한문제에대해나름다자차원의성과를거둔 것은 분명하다. 다만 실제효과 면에서이번각료회의성과는화려한포장에비해실속은빈약한 선물과 같다. 따라서향후 WTO가 이번각료회의성과를 근거로 다자 무역체제를 복원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듯싶다. WTO 협상이 계속되기는할 것이다. 그러나이제부터는타협이가장어려운난제만남아있어협상진전을기대하기는더욱어려울것이다. 반면입장이비슷한 국가끼리는 복수 국가 간 협상을통한 WTO 개혁추진이허용되어있기때문에선진국들끼리 WTO 개혁 논의가 활발히 진행될 가능성이높다. 당분간다자무역체제복원보다복수국가간협상에대한준비를철저히하는것이맞다.
필자 주요 이력
▷美 메릴랜드대 자원경제학 박사 ▷관세청 자체평가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