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탄력성떨어진글로벌경제…정부와정치역할커졌다
글로벌경제의시선이온통미국과중국에쏠려있다. 국가마다 처한 형편이각기다르기도 하지만 공통으로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않아 시행착오를 거듭한다. 회복에대한열망을비웃기라도 하듯모나리자착시현상과 같이점점더미궁속으로빠져들어가는 형국이다. 하나가뚫리면또다른하나가 막히는돌려막기현상의반복으로 ‘상저하고(上低下高)’의 기대감마저갈수록 가물가물해지는 분위기다.
미국에쏠리는눈길은언제연준이금리인하를중단할지에집중된다. 중국으로향하는눈길은경제활동 재개, 즉리오프닝낙수효과가 언제나타날 것인가에촉각을 곤두세운다. 한편으론각국이경제적유불리에따라미국편혹은중국 편에, 때로는양진영을 넘나들면서반사이익챙기기에급급하다.
포스트팬데믹·전쟁장기화로불확실성확대
포스트팬데믹과우크라이나사태의장기화에따른경제적불확실성의확대재생산으로공적영역의기능이나역할이여느때보다중요해진다.그것을인정한다고하더라도거슬리는 것은 경제회생을 두고 정부혹은중앙은행의지나친시장 개입이나과도한대응이오히려회복을지연시키고있지않나하는 의구심이다. 일부국가주도의경제체제를가진 전체주의국가들은 이를 역이용하여정권 유지혹은체제공고화라는다른수단으로흐르고있는현상도곳곳에서목격된다.하물며회복의쌍두마차인미국과중국경제의탈동조화가확대되면서회복불능사태가장기화할것이라는우려마저확산하고있다.이러한시기에정부의오판과정치기능의미작동은 치명적이다. 잘나가는국가와그렇지못한국가의차이가의외로민간부문보다공공부문의대응능력에서비롯될가능성이여느때보다높다.
미국의경우 지나치게물가에집착함으로써실물경제에적신호가 켜지고 있는 상태다. 중소 은행들의부도 우려가진정되지않으면서기업의돈빌리기가 점점더어려워진다.대출 조건악화로 기업이나 가계의자금난이 확대, 은행발(發) 경기침체가구체화할것이라는경고음이세게울린다.설상가상으로 디폴트(국가 부도)라는 최대의위기상황마저대두되어‘전시 상황실(War Room)’까지 가동되고있을정도다. 국가빚이한도에육박해이를상향조정하는극단적인조치가 나타나지않으면재정구조가열악한 주정부부터일부기능마비가본격화될것이불가피해 보인다. 극단적 처방이 나오겠지만 만약 현실화하면 글로벌 금융시장이다시휘청거리면서세계경제의회복 속도를 크게둔화시킬것이예상된다.
중국 경제의정상화 속도도 과거와 다르게매우 더디다.팬데믹기간 중 강력하게드라이브를 걸었던 제로 코로나의후유증이의외로 크다. 글로벌수요위축으로수출이여전히부진하고수입은7개월째감소하고 있다. 내수가소폭증가하고있지만상품수요는늘지않고, 서비스부문지출만증가하는 중이다. 보복소비기대는 시기상조고, 소비의엇박자만 크게눈에 띈다. 경기회복의척도인 구매관리지수(PMI)를 보면 제조업은 하강 추세이고 서비스업만 확장국면을유지하고있다.소비자물가상승률은2년만에최저치다.대출은줄고저축이계속늘어나고있는것도경제불황의짙은그림자를 덧씌운다. 혹자는이를두고중국경제주체들의자신감상실을원인으로지적한다.거기에는분명한이유가있다.
또하나최대경제권인유럽경제도가물가물하다.다행히겨울철이상 고온 현상에힘입어우크라이나 사태로인한최악의경제위기를가까스로넘겼지만회복의8부 능선을넘지못하고 있다. 특히유럽경제의성장엔진이라고할수 있는 독일 경제가 삐걱거린다. 성장의중심축인 제조업의마이너스성장에서좀처럼벗어나지못한다.산업생산이1년사이최대폭으로감소하고있다. 고물가·고금리·글로벌교역둔화라는삼중고가 추락세를끊지못하게 한다. 독일이잘 돌아가야 유럽경제의선순환이가능하다는 점에서앞날이순탄치않을것임을 예고한다. 영국은 브렉시트(EU탈퇴)로인한부정적경제효과가두드러지고있고다른유럽국가들도크고작은국내사정으로인해불안감이가시지않고있다.
국가별회복세차이공공부문대응에달려
미국과 중국 경제가 딜레마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을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는 주변국들의 행보에 변화가 감지된다. 이들만 쳐다보고갈것이아니라는점과이들에맞추어거시혹은미시경제정책을펼치는것이더위험하다는것을자각하기시작했다.우선금리인상과관련해서미국과보조를맞추지않고독자적으로움직이는디커플링에돌입한국가들이늘어난다.자국경제상황에맞게금리인상을 적정수준에서멈추고 경제주체에활력을 더하는 당근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중국에대한 의존도가 높은국가들은중국시장에대한기대감을접고대안을찾아 나섰다.다른각도에서보면중국이나 미국등특정경제권에대한지나친의존이위기에훨씬더취약하다는 점을 감지한 것은다행스러운일이다.
한국은 어떤가. 일단 대외적인평가를보면 IMF가 한국경제의회복력에대해가장박한 점수를주고 있다. 글로벌시장이돌아가지않고있어수출의존도가높은한국에낮은점수를주는것에는수긍이간다. 그렇다고하더라도한때 글로벌 우등생인 한국을 열등생으로 전락시키고 있어기분이 상한다. 이러한 평가에 흥분하기보다 냉정하게 자구책을찾는것이더 현명하다. 지금과 같이경제적불확실성이 크고, 글로벌질서의재편에따른 정치의경제개입이불가피한 시기에 정부(정치)의 역할이커지는 것이세계적인 추세다. 그러나 무질서하고 시장의기능을왜곡하는부적절한 개입은 도리어악영향을 끼친다. 점점더똑똑한 정부, 국가간의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 경제에 대한 내·외부의 저평가가 정부 혹은 정치의실패에서비롯되고 있다는 것을인정할 때 다시 정상으로 가는 길이
보일것이다. ▷연세대경제대학원국제경제학석사 ▷Business Sc hool Netherlands 경영학박사 ▷KOTRA(1983~2014)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