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공시시대코앞…‘저탄소코리아’길찾자
정부는 지난 3월에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18년 대비 40%)를 달성하기 위한 부문별 목표의조정 내용이 포함됐다. 전환 부분의 감축 목표치를 종전의44.4%에서 45.9%로 소폭 상향한 반면 산업은 14.5%에서11.4%로 3.1%포인트 내린게 특징이다. 정부는 “산업 부문은 원료 수급, 기술 전망 등 현실적인 국내여건을 고려하여감축목표를 완화했다”고 설명했다. 화석연료를 많이사용하는 제조업의비중이높은 산업구조를 고려할 때탄소를획기적으로줄이기어려운현실을반영한정책의선회라고할수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국내외여건이이런시나리오가 먹혀들 수 있는 쪽으로 움직인다면야 만사 ‘OK’다.제조업은상대적으로천천히탄소배출을줄여나가도돼소프트랜딩의길이열리게 된다. 하지만 상황이그리만만하지않다. 유럽연합(EU)이 탄소배출을많이하는외국기업에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확정한데다 글로벌 차원에서기업의탄소 배출 공시를 의무화하는 제도가 본격적인 시동을앞두고있기때문이다.
무역장벽화한 CBAM… 철강‘발등의 불’
먼저EU로 가보자.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기후변화대응을선도하고있는 EU는 2030년까지탄소배출량을1990년에 대비해 55% 줄이기로 하고 이를 실현하기위한입법안패키지‘핏포 55(Fit for 55)’를 적극적으로추진하고있다. 이중 대표적인것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이다.이제도는 환경규제가 약한 외국에서생산된 수입제품에대해EU 제품보다탄소배출비용을적게지불한만큼관세형태의탄소가격을물리겠다는것을골자로하고 있다. 그차이만큼 수입 제품에 대해 CBAM 인증서를 구매하도록의무화해금전적부담을지우겠다는 것이다. 이제도는 EU기업이탄소규제가약한다른나라로빠져나가는것을막기위한목적을가지고 있다. 자신들은저탄소구조로전환하느라 원가가 높아졌는데다른나라의고탄소 제품이아무런규제도 받지않고 수입되는 불공정무역문제를 해소하겠다는의도도담겨있다.
CBAM과 관련해지난해말부터의미있는 진전이이뤄져 왔다. 그동안 EU 집행위원회와 이사회, 유럽의회는각자의안을내놓았는데지난해말최종입법안에대한 합의가이뤄졌고 최근 유럽의회와 이사회가 이를 공식 승인했다.핵심내용을 보면, 올해10월부터 2025년까지의 전환 기간을 거쳐 2026년 1월부터탄소국경조정제도를 본격시행하는것으로일정이확정됐다. 전환기간에대상업체들은탄소배출량을보고하면 된다. CBAM 인증서구매는 2026년부터 의무화된다. 대상 품목은 당초 집행위와 이사회는 5개, 유럽의회는 9개를 주장했으나결국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력·수소 6개제품으로 결정됐다. 다만, 과도 기간에플라스틱과유기화학품등을추가할수있는길을열어놓았다. 이제도가 적용되는 탄소 배출량에는 생산공정에서의직접배출량과 외부에서사들인열과 전기사용으로인한간접배출량이포함됐다.
CBAM은 국내기업에어떤영향을 미칠까? 비상이걸린곳은 철강업종이다.우리나라는 대(對)EU 5위철강수출국으로 그 규모가 43억 달러(2021년)에 이르고 있다. 철강업은탄소를많이내뿜는업종인만큼CBAM구매부담이생기면수출경쟁력이약화될것으로 우려된다. 전환기간중수소환원제철과 CCUS(탄소포집·이용·저장) 기술 등을 활용해탄소 배출을 크게줄여야 하는 일이발등의불로 떨어졌다. 알루미늄의 경우 연간 수출량이 5억 달러로 철강에비해규모는작지만투입재인잉곳의생산공정이탄소를많이배출해부정적영향이예상된다. 나머지비료, 시멘트,전력,수소4개품목은수출이적거나없는상태이다.
하지만 CBAM의 여파는 여기에 그치지않을 가능성이있다. EU가 앞으로플라스틱이나 유기화학품등을대상에추가하면부정적영향이우려된다. EU 수출물량이플라스틱은철강보다많은연간 50억 달러,유기화학물은18억 달러에이르기때문이다. CBAM은 탄소배출이무역장벽화하고있는사례이다.
저탄소 산업구조, 되돌릴수없는흐름
탄소 배출 감축 부담을 가져오는 대내외여건은 여기에그치지않는다. 기업들은 필요한 전력의 100%를 태양광이나풍력같은재생에너지로사용하겠다는 RE100에가입하고 있다. 현재 157개 국내기업이참여를 선언한 상태다. 목표 시점은 2025년부터 2050년까지 다양하다. 기업은 자발적으로 RE100에 가입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제로는글로벌무대해서사업을하려면‘꼭 입어야하는드레스코드’ 같은 ‘사적 규제’가 작동하고있는 탓이 크다. 앞으로RE100에 대한압박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는 기업들이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의활용을 크게줄여나가야 함을시사한다.
여기에다 기업공시의큰판을바꾸는제도적변화가임박한 상태다. 기후공시, 좀더구체적으로말하면탄소배출공시안이이미 시행에 들어갔거나 확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기업은 크게스코프 1, 스코프 2, 스코프 3 등 세가지통로를 통해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스코프 1은 기업이소유·통제하고 있는공장등 시설에서발생하는 직접적배출이다.스코프2는기업이구매하는전기와동력을생산하는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를 말한다. 스코프 3는 협력업체는물론 물류, 제품의사용과 폐기등기업외부에서의간접적배출량이다.스코프3는측정과관리가어려워기업들이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탄소배출의 70% 이상을차지하는스코프 3를 빼고 기후공시를 하자는것은 ‘알맹이’를없애자는얘기와다름이없다는지적을받고있다.
현재지속가능 및기후공시제도에서가장 빠르게움직이고있는곳은역시EU다. EU는지난1월부터이미지속가능성공시지침(CSRD)을 시행하고 있다. 5000개 EU 역내외기업에적용되는 CSRD는 스코프 1, 2, 3 모두의탄소배출공시를의무화하고있다.특히기후변화가기업에미치는영향은물론기업이기후에주는영향도알리도록하고 있다.이른바이중중대성원칙이다. CSRD는 2024년부터 2029년사이에단계적으로적용대상이확대된다.
글로벌무대에서의기후공시안도확정을앞두고 있다. 이작업을맡고있는기관은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인데6월말에최종안을공표한다음이를내년1월부터발효하겠다는일정을 잡아놓고 있다. ISSB안 또한스코프 1, 2, 3 전체의탄소배출량을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협력업체들의 자료를 수집하는 데어려움이 적지않은 점을감안해스코프3는시행시기를1년늦추기로 했다. ISSB안은최종안이나오면비교적빠른속도로각국이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G7과 G20, 국제증권관리위원회와 40개국 이상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이를 지지하고 있기때문이다.
마지막으로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 SEC는 지난해3월 상장사의기후공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대상은 EU와 ISSB의 방안과 동일하게스코프 1, 2, 3를 포괄하고있다. 다만,스코프3는상장사에‘중요한’ 경우,그리고상장사가스코프3를포함한탄소감축목표를설정한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현재이안을 놓고 찬반 논란이한창인데공화당과 일부 기업이반발하고 있어스코프 3 공시안이완화될가능성이있어 보인다. SEC안도 올해안에확정되고 2024년부터시행에들어갈것으로관측되고있다.
탄소중립, 위기가아닌기회로삼아야
기후공시는이제피할수없는대세가 됐다. 오는 2025년에 자산규모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부터 ESG 공시를의무화하겠다는계획인정부도글로벌제도화의흐름을고려해기후공시부터관련기준을마련한다는방침이다.이에앞서 내년부터 ISSB안이 시행되면 우리나라도 도입압박을받게될 전망이다. EU의 CSRD와 미국 SEC안은 현지에진출한일정규모이상의국내기업은적용대상이된다. 또미국과 EU 기업의공급망에들어있는 기업도 이를 우회할수 없다. 문제는스코프 3 탄소 배출이다. 대다수기업이이를 공시하지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특히중소기업의준비가 부진한 상황이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를 억제하기위해2050년까지탄소중립을달성해야하는일이글로벌대명제가된상태에서기업전영역에서의탄소 배출을 공시하는것은 세계적인 공감대가 모아진 실행 과제이다. 전면적기후 공시가 기업경영환경의 ‘뉴노멀’이 되는 시대가 다가오고있는 것이다. 특히기후공시는개별기업의탄소배출 ‘성적표’가 드러나는것과함께매년탄소배출을얼마나줄이고 있는지에대해시장의감시체제가 가동될 것임을 말해주고있다.
결국탄소배출감축은향후기업의경쟁력을좌우할수있는 요인이될 전망이다. 기업들은 힘겨운 과제라고 하소연하고 있지만 저탄소 산업구조로의전환은 되돌릴수없는시대적흐름이됐다. 국가의탄소감축목표와관련한기업의부담이줄어들었다고 방심하면수출시장에서그리고공시제도가 가동되는 금융 및 자본시장에서국내 기업은적지않은어려움에직면할수 있다. 다행히탄소중립을위기가 아닌기회로 인식하는 기업이많이늘어나고 있어기업가정신이주도하는 ‘탄소 혁신’에 기대를 걸어본다. 아울러정부가 화학, 철강, 시멘트,반도체및디스플레이등 4대탄소 다배출 업종의탄소중립기술 개발에본격적으로 착수한 만큼 민관의공조가 ‘저탄소 코리아’로 가는 길을 열어갔으면하는바람이다.
측정·관리어려운‘스코프3’포함…탄소배출조정제·기후공시등전세계공감대한국,산업부문감축목표하향했지만수출기업부담경감안심할수없는상황EU·美진출했거나공급망포함기업에도적용…민·관함께탄소혁신서둘러야
▷서울대 경제학과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경영학석사▷MTN대표이사사장▷YTN대표이사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