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발사그이후펼쳐지는K-우주시대
쉽게표현하자면 로켓-발사체는 일종의 ‘탈것’이다. 우리가물건이나사람을한곳에서다른곳으로옮길때사용하는 자동차, 버스, 택시, 트럭과 같은각종운송수단처럼로켓은, 발사체는우주 버전의운송 수단이다. 여기에태우는것이물건이면위성이나 탐사선이고, 사람이면우주인이된다. 우리가 지구에서무엇인가를옮길때는어느한 지점으로 이동시키지만, 우주에서는 궤도라는 선으로 된 곳으로이동시킨다. 즉, 지구 주변의한곳으로 옮겨진무엇이충분한 속도를 가지면그 무엇인가는어떤고도에서지구로 떨어지지않고우주의한궤도를돌며머물게되는 것이다. 이때지구에서우주로옮기는역할을 로켓, 발사체가하고그래서우리는 이를 우주수송체혹은 우주수송선이라고 부른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그동안 우주로 갈 수있는 차량을만들기위해노력해 왔고, 이번주 (24일) 예정된누리호3차 발사를 앞두고 있다. 이미 2022년 2차 발사에서누리호는궤도투입확인용검증위성과 초소형위성4기를 700㎞궤도에성공적으로투입했고,이번3차발사에서는차세대소형위성2호와 큐브위성7기를 궤도에투입한다. 즉, 누리호1차 발사와 2차 발사가궤도투입연습이었다면,이번누리호 3차 발사는 실제 위성을 최초로 발사하는 실전인셈이다. 이후에도 누리호는 서너번더발사가 예정되어있다. 이를 통해우리나라는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신뢰도 높은우주차량을가지게된다.
발사 순간의화염과 굉음이주는짜릿함을많은이들이기억하고있을 것이다.이번에도우리는성공적인점화와이륙 순간에또 궤도 투입순간에열광할 것이다. 그러나 좀더생각해보면로켓발사는발사그 자체, 궤도투입그자체 거기까지일까? 대학 입시에서 합격은 순간의기쁨이고이후어떤대학생활을하느냐가더중요한것처럼지난 20여년간몇번의발사를경험하면서필자는점차발사성공그너머의것에주목하게되었다.
내일3차발사성공의의미
우주개발과관련된몇가지활동을차례대로생각해보자. 우리는위성을만들고로켓을만들어서일단궤도에올린다. 그러면 위성은 예를 들어 항법, 통신, 이미지와 같은각종데이터를지구로내려보낸다.이데이터는지상에서유의미한 정보로 가공되고 이때 우리는 최고의 부가가치를만들어낼수있다.
일반적인산업생태계가 제조생산을1차 산업, 물류를 2차 산업,서비스를3차산업이라고하듯이위성과발사체를만들어서발사를 하는 부분이1차 산업, 위성이우리에게전하는데이터들을 저장하고 배포하고가공하는것이2차산업, 마지막으로 우주 정보를 이용해서우리일상생활이보다 편리해지고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 분석으로 부가가치가올라가는서비스가3차산업에해당할 것이다.
특히우주 분야에서는 위성과 발사체를 우주 공간으로올리는것을업스트림산업, 위성에서데이터를 내려보내고이를 가공하여서비스를 창출하는 것을 다운스트림산업이라고 부른다. 전자가 하드웨어에 가깝고, 후자는소프트웨어에가깝다.다른사업군들과마찬가지로우주산업에서도 업스트림보다 다운스트림시장이거의 10배 가까이크다. 휴대폰기기보다는통신사업이또애플리케이션시장이훨씬큰것처럼말이다.
신기술로팽창하는다운스트림분야
누군가는 한정된자원을 고려할 때대부분의우주 시장을차지하는다운스트림에만집중하는것이더효율적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일면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업스트림없는 다운스트림의성장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내트럭, 내 버스, 내자동차가없는데어떤 물류, 어떤 여행, 어떤서비스가 가능할수 있겠는가. 물론외제차를이용할 수도있다.
그런데만약 내가 한참 부가가치를 올리고 있는데, 외제차를 구매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이후의전개는 독자들상상에맡긴다.물론세계모든나라가자동차를생산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동차 생산능력이없는 국가와 자동차 생산능력을 갖춘 대한민국의경제자유도를 생각해본다면나는하향평준화를지지하고싶지는않다.
일단 업스트림을 갖췄을 때비로소 다운스트림분야의본격적인성장이가능해진다.새로운우주시대에다운스트림은무수한임무를창조해내며업스트림의발전을자극한다. 최근에는 반도체소자기술의발달로 위성은 과거보다작아지고 제작 비용이 과거 대비 10~100분의 1 수준으로낮아지면서설령최종 임무 완수에실패하더라도 위험부담이용인할만한수준이되었다.
그 덕분에무수히많은 도전적인 시도들이가능해졌고위성제작과 운용, 데이터활용기술의발전은몇단계씩점프하며도약 중이다. 지구에서이미사용중이거나 검증완료된최신기술들을우주에서도시도해보는도전적인사례들이점차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는 궤도에투입되어잘 작동하는 위성도 위성운용 프로그램을 고객이원하는 대로수정하고 업데이트하는 위성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런 위성을 ‘software defined 위성’이라고 부른다. 이기술은 과거에도 있었다. 단지과거에는 이런 작업이자칫위성상태를 재기불가능하게만들수도있어서얼마 전까지는 시도되지않았을 뿐이다. 그러나 이제는 지구에서사용해본기술들을우주버전으로사용하는과감한시도를보다쉽게해볼수있게되었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로 대표되는 우주 탐사 부분까지확대하면탐사에요구되는 각종기술들을개발하는데있어더다양한 업스트림, 다운스트림기업이추가되고, 그리하여우주산업생태계는 더욱 풍부해진다. 지금껏 생각해보지못했던서비스를 새로 만들어내고, 무모할 수도있는도전적임무를시도하기위해다운스트림이주요고객이되어보다저렴한우주궤도탑승권과보다자주출발하는우주 차량을 요구하며, 심지어는 우주 공간 내 한 궤도에서다른궤도로이동하는궤도수송을요구하는등고객이업스트림의발전을 견인한다. 누구나 쉽게위성을 만들어누구나쉽게우주궤도에올릴수있는우주접근의보편화는뉴스페이스 시대의 한 특징이다. 이렇듯 다운스트림과 업스트림의자체 혁신, 그리고 상호연결성으로우주산업생태계의선순환구조가완성된다.
우주산업도순환해야지속가능
지난 30여 년간 대한민국우주역사에서많은 사건들이있었다.우리나라도무궁화 통신위성을,저궤도아리랑위성을, 정지궤도에는 천리안위성을 배치했고이위성들이지구로내려주는 위성정보를바탕으로 재난·재해와 같은사회문제를 비롯한 여러이슈들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또 우리나라는 우주인도 배출했고 우주탐사선 다누리호를 달로보내는데도 성공했다. 그리고이제우리발사체로우리위성을 우주궤도에
투입하는 실력을 보유
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우주 분야에서도 업스트
림과 다운스트림영역에몇몇기업
들이탄생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어떤
변화가생길까?
2023년 2월 정부가 발표한 제4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서민간주도우주개발의기조를읽
을 수 있다. 뉴스페이스 시대에말하는 민간 주도는 한마디로 ‘내돈내산’이다. 기업이우주기술을 개발하는 데있어세금에크게의존하지않고민간자체투자를하고시간과 비용의효율을 극대화하여경쟁력을 높이는 것이핵심이다.국내에서는차세대중형위성처럼이미민간에서위성을만들기시작했고, 발사체와 관련해서는 최근 소형발사체시험발사라는성과를내놓는기업들이등장하고있다.
국내 우주시장에서 수요자와 공급자가 점차 다각화하고 있다. 발사와 궤도 투입을 미리 경험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정부는 이들이성장할 수 있도록 기술과 정책적인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 국내우주 기업들이해외시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비용 경쟁력 있는 기술을 과감하게적용하여한단계더점프하기를 희망한다. 더나아가위성활용분야와일반산업분야가융합되어기존산업의가치를 상승시키는 다양한 솔루션들이 제시되길 희망한다. 그리하여이제는이런솔루션을 제시하기위해어떤탑재체가 어떤 조건으로 어떤 데이터를 모아야 하는지, 이를위해 어떤 방식으로 발사하는 것이 필요한지를 요구하는보다 고객 중심적이고 임무 중심적인 우주 개발이정착되기를 희망한다.
위성활용에서요구한소형위성군집운용방식은우주부품의대량생산시대를열었다.위성이건발사체건양산을하면가격혁신은 또 한 번 가능해진다. 그리고 저렴한 하드웨어의사용료는다시금새로운소프트웨어활용방식을창조하는 등 이런 과정이반복되며우주 생태계는 성장한다. 모든 생태계는 순환하며지속성을 확보한다. 우주산업생태계또한순환해야지속 가능하다.이는민간금융이투자하여개발하는뉴스페이스시대에서는더욱그러하다.
누리호의짜릿한이륙순간을곧다시만나게된다. 10년넘는시간을바쳐탄생한우리의피조물이우주공간을향해멋지게 질주하기를, 대한민국에새로운 우주 개발 시대를열어주기를간절한마음으로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