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노무현그립습니다”…정치권은신경전에‘국민통합’뒷전
盧전대통령서거14주기4500명참배여야지도부동상이몽…총리엔야유
여야 지도부가 23일 경남 김해봉하마을에서엄수된노무현전대통령서거14주기 추도식에 나란히 참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대표는 ‘돈 봉투 의혹’ ‘김남국 코인’ 등잇따른당내리스크로위기를 맞고있는상황에서지지층 결집을, 김기현 국민의힘대표는 전임대통령들에 대한 재평가를 통한 ‘국민 통합’과‘외연 확장’을꾀하려는행보로해석된다.
그러나 추모식현장은 한국 정치의구태를적나라하게드러냈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무현 정신’을 언급하며국면전환을꾀하는민주당 모습과 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보수 정권 대통령에대한 재평가를 강조하는 국민의힘모습이오버랩되면서노 전대통령 추모식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가그대로드러났기때문이다.
서거 14주기, 봉하마을 찾은 시민들… “그립습니다”
추도식이열린 경남 김해시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은추도식에참석하려는시민들로북적였다.생태문화공원입구에는‘한 송이 2000원’이라고 적힌추모꽃 국화를판매하는가판대와 노란색 모자·부채, 추모떡등을 나눠주는부스등이줄지어있었다. 추도식에는 주최측추산으로참배객4500여명이입장했다.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을 찾은 시민들은가로 약 150㎝에 달하는 방명록 위에 ‘영원한 나의 대통령’ ‘큰 뜻 깊이 새기고 살겠습니다’ ‘지금 시국이 너무 화가 납니다. 그립습니다’ 등문구를적기도 했다.
대구에서 10살 아들과 함께 온 김현범씨(35)는 “아들이역사에관심이많아함께오게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역사의 한 모습을아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참석했다”면서도”여야 정치인이‘노무현 팔이’를 하는 모습까지는
아들에게알려주고싶지않다”고 비판했다.
5개월된아이를유아차에태우고함께추도식을 찾은 유민식씨(41)는 “매년 노대통령추도식에참석했는데올해는특히더와야겠다는마음이강해졌다”고했다.유씨는“파주에서여기까지왔다. 한국정치현실에답답함을느껴노대통령이더많이생각난다”고덧붙였다.
정치의 구태 투영되기도… 韓 총리연설에‘야유’
여야는‘노무현 14주기’를 맞아일제히‘노무현 정신’ 계승을다짐하면서도상대진영에견제구를날리는등신경전을벌이기도했다.
이 대표는 노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마친뒤 기자들과 만나 “노 대통령께서 꿈꾸셨던사람 사는 세상, 반칙과 특권없는 세상을 향해깨어있는시민들과 함께조직된힘으로뚜벅뚜벅한걸음씩앞으로나아가겠다”고 했다.
반면 김 대표는 김전 대통령 생가를 찾은뒤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 뿌리를 이뤄오신김대통령의뜻을다시한번새기는기회를가졌으면좋겠다는생각이들었다”고 했다.
김대표는 지난 3월 대표에선출된이후 줄곧 전임대통령에대한 재평가를 강조하고있다. 지난달에는 서울 마포구에있는 박정희대통령기념관을 찾아 “(박 전 대통령은) 위대한역사를 만들어오신 지도자”라며 “과(過)도 있겠지만 과보다 공(功)이 훨씬 많으신 분”이라고말한바있다.
여야 지도부의‘동상이몽’을 투영한 듯추도식현장도‘국민 통합’과는거리가먼모습이었었다. 정부·여당이 ‘국민 통합’을 강조한 것과달리한덕수 국무총리추도사가 이어질 때는객석에 앉아 있던 시민들이 거세게 야유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한 총리가 추도식을 위해 무대로오르자 “내려가라” “물러나라” “꺼져라” 등야유를 퍼부었다. 노무현재단 관계자가 “노 대통령님얼굴을 걸고 하는 행사다. 자제해 달라”고 했지만 추도식에 참석한 시민들은 아랑곳하지않고한총리를향해거친소리를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