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대공사’핑루운하…中·아세안,경제협력의미래를보다
해상거리560㎞단축…동남아새관문美견제뚫는아세안새교역루트기대
13조6000억원투자134.2㎞수로건설토사량규모싼샤댐공사의3배달해
중국 광시(廣西)좡족자치구 친저우(欽州)시핑루(平陸)운하 공사 현장. 토사를잔뜩실은덤프트럭이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공사장을 오간다. 지난해8월핑루운하공사를시작한이후현재까지투입한 인력만 5800명, 굴착기·트럭·선박등대형장비만 1500여대에달한다고 한다. 핑루운하 건설에들이는 총 투자액만 727억 위안(약13조6000억원), 운하 공사로 파낸토사량만 싼샤댐공사의3배에달한다.
핑루운하는 시장(西江)과 베이부만(北部灣·베트남명통킹만)을 연결하는 수로다. 창장·황허에이은 중국 3대 강인시장은 원래서쪽 윈난성에서시작해동쪽방향으로 광시자치구, 광둥성을통과해주장삼각주로 흘러 들어간다. 그런데시장의물줄기를 남쪽으로 돌려난닝에서부터베이부만을 연결하는 총 134.2km 수로를 인위적으로뚫는것이다.
2026년 핑루운하가 완공되면 광시를 비롯한서남부 내륙 지역의화물선은 광저우까지갈필요 없이 베이부만을 통해곧장 바다에닿아 항해거리를 560km 이상 줄일수있게 된다. 베이부만항구에도착한수입화물은핑루운하를통해난닝에도착한 후 철도·도로·항공을 통해중국 전국 각지로, 더나아가 동남아·유라시아 대륙으로까지운반될수있다.
특히 핑루운하는 최대 5000톤급 선박도 운항할 수 있는 초대형수로로 설계돼주로 석탄·광물·시멘트·곡식·건설 자재와 컨테이너등의운반로로활용될 예정이다. 중국·동남아와의교역량이 늘면서 화물 수요는 2035년 1억800만톤, 2050년 1억3000만톤에달할것으로관측된다.
핑루운하는 중국과 아세안(ASEAN, 동남아국가연합) 경제협력의미래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대공사다. 기자는 지난 15~19일 베트남과 접경하고 있는 광시자치구 주요 항구와 커우안(口岸, 국경통상구)을 둘러봤다. 현장에서 목격한광시는 중국에서아세안으로 통하는 첫관문으로, 중국·아세안 경제협력의핵심지로발돋움하고있었다.
미국과 지정학적갈등을 빚는 중국이서방국의포위망을 뚫기위해주변국과의경제협력을강화하는 가운데서다. 아세안은 이미 미국·유럽연합(EU)을 제치고중국1위교역국으로올라섰다. 중국 해관총서에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의대아세안 교역액은 1조5600억 위안으로, 지난해같은 기간과 비교해 16.1% 증가했다. 중국 전체교역액 평균 증가율(4.8%)을 11.3%포인트나 웃돈 것이다. 같은 기간 미국과 유럽과의교역액이각각 18.3%, 5.6% 하락한것과비교된다.
2022년1월1일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발효는중국·아세안 경제협력에힘을더보탰다. RCEP주축인아세안은중국의핵심무역파트너이기때문.바로옆‘부자동네’광둥성에밀려그동안빛을보지못했던광시가최근아세안을등에업고빠른발전세를구가하고있는배경이다. 1분기광시자치구의대아세안교역액은 745억3000만 위안으로,지난해같은기간보다갑절이상늘어났다. 광시의 올해 1분기 지역 국내총생산액(GDP)도 전년같은기간보다 4.9% 증가하며중국전체평균경제성장률(4.5%)을웃돌았다.
베이부만에 소재한 항구들도 아세안 국가와의교역으로활기를띠고 있다. 현재이곳에는동남아지역항로만 36개가 운영돼사실상동남아지역의주요항구를대부분 커버하고 있다. 베트남 호치민·하이퐁, 태국 람차방,캄보디아시아누크 등을 오가는 화물선도 주2회이상 정기적으로 운영된다. 베이부만항의지난해화물물동량은 3억7000만톤, 컨테이너물동량은 702만TEU로전국주요항구중각각 9, 8위를 차지했다.
게다가 대다수 베이부만 항구는 철도로연결되는 철도·해운 복합운송통로를갖추고 있다. 베이부만항에서하역한화물이곧바로철도에실려중국전국 각지, 더나아가국제화물열차를통해유라시아대륙까지도운송될수있는것이다.
기자가 직접찾은 친저우항도 베이부만 항구중 하나다. 이곳은 RCEP 발효 후 아세안 지역물동량이 빠르게 늘면서 지난해 6월 10만톤급컨테이너선 전용 부두 2곳을 자동화 운영될 수있도록 개조했다. 덕분에작업효율은갑절로빨라졌다.친저우항주변으로는자유무역시험구를조성해동남아국가와의산업공급망협력도추진중이다.이곳에입주한중국전기차배터리소재기업중웨이가 대표적이다. 현재 CATL 등중국 배터리기업뿐만 아니라 삼성SDI·LG엔솔·파나소닉등글로벌기업을주요고객으로둔중웨이는 친저우항 자유무역시험구에 230억 위안을투자해총 3기공정에걸쳐삼원계 전구체, 황산니켈,황산코발트생산라인을건설중이다.
베트남과 맞닿는 광시 변경지역에서 국경간교역시장인 호시(互市)도 북적거린다. 18일 중국에서 가장 큰 육로 커우안이있는 팡청강(防城港)시 둥싱(東興)에 설치된 호시무역구를 찾았다. 둥싱은 베트남 몽까이와 베이룬강 한줄기를사이에두고마주보는접경도시다.
광시자치구 내베트남 접경지역엔 모두 26개호시무역구가 조성돼 있다. 현재중국은 접경지역주민들이하루 8000위안 어치외국제품을면세로 구매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덕분에호시는현지주민들의주요소득창출원이됐다. 호시를 통해 면세로 구매한 베트남산 과일이나농수산물을시장에내다팔아돈을버는것이다. 현재둥싱시주민만약 16만명, 이중약 4만5000명이호시에참여하고있다. 올초기준둥싱시 도시 주민 1인당 평균 가처분 소득은 4만9238위안, 10년새갑절이상 늘었다. 최근둥싱에서 매일베트남에서농수산물을가득실은트럭이 500~600대씩 분주하게오간다. 1분기에만 둥싱호시를통해모두 56억위안어치거래가이뤄졌다.전년같은기간보다3배이상늘어난것이다.
둥싱시커우안관계자는“지난18일까지교역액은 88억위안”이라며“이대로라면코로나발발이전인 2019년 교역액(170억위안)도거뜬히회복할수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호시주변으로인근 과일·농수산물 가공물류기업도들어서면서현지일자리 창출, 세수 등 지역경제발전을견인하고있다고도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