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깜깜한터널을벗어나는법
고물가·고금리로 신음하는기업·가계…경기회복위한긴급처방셋
뿌리가 쓰더라도열매는 달다. 시작은 초라해도좋은결실을둬야한다.그런데신정부출범이라는달콤한기대감과함께뿌리가 내려졌지만, 1년이훌쩍지난지금의열매는쓰기만 하다. 고물가의부담은장을보는주부의마음을짓누르고 있고, 고금리압력은 자영업자의얼굴을 그늘지게만든다. 꿈을 그리기보다 주판을두들겨보는 기업가의마음은 얼어붙어있고, 하나의일자리를 놓고 수백명이경쟁하는 청년의어깨도 축늘어져있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경제현상들도그렇지만,가계와기업의심리마저얼어붙어있다.
주력산업인 반도체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휘둘려 재고만 쌓이고,삼성전자 2023년 1분기영업이익은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이후최저수준이다.앞으로도전망이좋을수없는 것인지, 삼성전자가 내린반도체감산 조치는 1997년IMF 외환위기이후 처음 내려진 결정이다. 2차전지는 중국의기술추격에불안한 상황이고, 전통산업들은 기술-산업패러다임변화에뒤처지고있다.동맹국이라는미국은한제경제를 악용하려는 듯하고, 중국은 언제든 경제보복을 해도이상하지않을만큼의상황으로치닫고있다.
2023년 상반기경제가 바닥이라고는 하는데, 정말 하반기부터는회복을시작할것인지의문투성이다.뭐라도좋은게있어야 기대를 해볼 텐데, 기회를 포착하기위해준비할수있지않은가? 정부는 가계와 기업이멋지게춤출 수있도록 무대를 마련해야 한다. 튼튼하고멋진무대를 만들기위해서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것부터시작될 것이다. 지난 1년여 경제를 회고하고, 한제경제에당면한 가장 중대한과제가무엇인지를진단해야할 시점이다.
커지는스태그플레이션압력
한제 경제는 L자형 경기침체 국면에 놓여있다. IMF는2023년 한국경제성장률을 1.5%로 전망했다. 한국의잠재성장률 2%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2023년한제경제가 1.4% 성장에그칠것으로 전망했다. 1.4%는 역대 4번의 경제위기(1980년 오일쇼크의 충격(-1.6%), 1998년IMF 외환위기(-5.1%),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0.8%), 2020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대내외적으로 경기침체와 외교안보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가운데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 간 협치는 실종된 상태입니다. 시장경제 복원을 위한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도 아직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주경제는 1년 전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함께 잘사는 국민의 나라’라는 국정 목표와 함께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대내외적 성과를 분석·평가하고앞으로남은과제와나아갈길을제시하는기획칼럼을연재합니다.년 팬데믹 경제위기(-0.7%))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의경제성장률이다.
더큰 문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이다. 통상 경기침체 국면에는 저물가가 동반되는데, 2023년에는 인플레이션이해소되지않은 채고물가-고금리의하방압력이작용하는 모습이다. 2023년 상반기는 0%대 성장률과 4% 수준의고물가가 동반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규명될 만하다. 한국은행은 2023년 경제를 ‘상저-하고’로 보고 있는데, 사실상 ‘상극저-하저’로 표현하는게적합할지모른다. 상반기와 비교하면하반기경기가개선될것으로본다는의미에서‘상저-하고’이겠지만, 상반기가 ‘극심한 저’일 뿐하반기도녹록지않은침체국면의‘저’로 평가된다. 특히, 하반기에잠재하고있는 대내외리스크가 어떻게전개되는지와 스태그플레이션의소용돌이로부터빠져나올수있는지에따라서 ‘상저-하저’의흐름이될수 있고, 이러한최악의시나리오를배제할수없는상황이다.
주력품목휘청…이례적무역적자행진
‘15개월 연속 무역적자’는 한국 경제의 단면이다. 사실2022년 2월도 반짝 무역흑자를 기록하며, ‘17개월 연속’이라는수식어만 면했을 뿐, 상당한 기간의무역적자 행보다. IMF 외환위기당시를 제외하면, 이런일은한국역사에찾아볼 수도 없다. 1995년 1월부터 시작한 무역적자 행보는1997년 5월까지장장29개월에걸쳐지속하였고, IMF 외환위기를몰고온주된원인중하나로손꼽힌다.
무역적자가 지속되는 이유 중 하나는 주력산업의 수출부진이다. 한국의10대 주력수출품목을보면 반도체, 석유제품, 석유화학, 자동차,일반기계, 철강제품, 자동차부품,디스플레이, 선박, 무선통신기기로 모두 내구재나 생산재에해당한다. 이는다시말해글로벌경기침체국면에유독취약한 수출구조로 되어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물론, 글로벌경기가호황인국면에는한국의수출성장세가유독탄탄할 수 있기도 하다. 대외환경이녹록지않은 또 다른 이유는 탈세계화(deglobalization)다. 미국 동맹국 진영과 중국 동맹국 진영이둘로 쪼개지듯 단절되며, 진영대진영의싸움이일고 있다. 특히, 반도체, 2차전지등의주력산업을놓고 벌이는 미·중 패권전쟁이격화되는 가운데, 그여파가중국에대한수출의존도가높은한국에더크게작용하는것으로판단된다.
부동산PF발 금융부실…내수냉각
대내적불안요인을 찾자면, 첫째로꼽을수있는것이부동산PF발 금융부실이다. 2020년 유례없는 저금리상황에서부동산 호황기가 찾아오고, 건설사들은 과도한 대출을떠안고 아파트 건설에대거 나섰다. 2022년부터 고강도 기준금리인상이단행된 이후, 부동산시장은 매우빠른속도로 냉각하기에이르렀다. 미분양 주택이급격히 쌓이고, 위험선6만호를넘어현재7만2000호 수준에이르고있다.
분양후대금을갚는방식의부동산PF 대출은부실대출로 쌓이고만 있다. 2022년 부동산PF 대출잔액은 129.9조원에 달하고, 2020년 이후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금융권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은 2021년 0.37%에서 2022년 1.19%로 급등했다. 2023년 현재부동산PF는 더심각한상황에놓인것으로 추정된다. 중소건설사의부도 위기가확산하고 금융불안이고조되고있는 상황으로, 경제주체들의심리를 부정적으로 작동시키고 경제회복의걸림돌이되고 있다. 현G제경제가안고있는주요한 문제점들을 해결해나감으로써불안요인을해소하고조기에경기회복국면으로이끌수있도록해야겠다.
첫째,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소용돌이에서빠져나와야한다. 고물가와 경기침체가동반하는스태그플레이션현상은딱히빠져나올방법도마땅치않다는점이문제다. 물가를잡으려기준금리를인상하자니경기침체가우려되고,경기회복을 위해기준금리를 인하하자니고물가가 우려되기때문이다. 다이어트해야 하는데, 힘은더세지고싶은상황이라 할까? 물가와 경기라는두마리토끼를잡을수 없다. 2023년 하반기내에물가를안정화하는데우선총력을다하고, 2%대의목표물가에도달할수있도록재정정책과통화정책을집중해야 한다. 고물가와고금리는 저소득계층에게삶의질을크게위협하고있음을 주지하고, 부담을덜어줄대책들을마련하는데망설임이없어야 한다.
둘째, 무역적자라는 터널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주요국경기가 부진하고, 수입수요가줄다 보니, 대외경기에민감한한국의수출경기가 매우부진한 상황이다. 하늘이무너져도솟아날구멍이있다고하지않는가? 2023년에 상대적으로 경기회복 국면에있는 신흥개도국들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신흥국들의경우 상대적으로회복세를지속하고있기도 하다. 신흥시장의바이어에게유망한 기업제품을 소개하는 등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는전략들을다각도로마련해야 한다. 한편, 미·중 패권전쟁의전개과정에서중국과의극단적인교류단절이나 경제보복상황에내던져지지않도록, 한제경제의특이성을적극적으로피력하는등의유연한외교정책이필요한 시점이다.
셋째, 부동산PF발 금융부실이확산하지않도록 적극적인대책이마련되어야 할 시점이다. 주택담보대출금리를안정화하고, 부동산 규제완화 기조를 지속함으로써부동산시장의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 미분양 주택이 지속적으로 해소될수 있도록, 매수심리가 충분히살아날 때까지는건설사들의분양공급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것이다. 중소 건설사들의부도 위험을 완화하고, 금융부실이 전이되지않도록 금융 시스템 모니터링도 강화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