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시대,소프트파워를하드파워로키워라
1990년대 초 조지프 나이하버드대학 교수가 소프트파워개념을정리해발표한이후이에대한비판은끊이지않았다. 당시냉전이끝나고 유일한 초강대국으로서미국의하드파워가확고한시점에문화, 가치, 정책등소프트파워에치중해야 한다는 얘기였지만 곧이에대한 의문이제기되었다. 테러와의 전쟁, 그리고 세계곳곳에서끊이지않는내전,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까지일어나는 마당에유약한 소프트파워를 내세우는 것은 위험하다는 얘기였다.사실이개념의창시자인나이교수마저나중에는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가 합해진 스마트파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중 갈등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대표되는 소위신냉전 시대에소프트파워에대한 이러한 의구심은 더욱 가중될수밖에없다. 군사력, 경제력등하드파워에다시치중해야할때라는 얘기다. 실제로유럽각국은군사비를늘리고나토군사동맹을확장하는등하드파워확보를위한노력에매진하고있다. 기타지역에서도이러한움직임은확대되어신냉전시대의첨예한군비경쟁으로까지이어질가능성이엿보인다.
세르비아에서소프트파워를외치다
이런 와중에필자는 지난달 소프트파워와 공공외교를주제로 한 세미나 참석을 위해동유럽의세르비아를 찾았다. 1990년대 말코소보와의갈등으로내전을 치르며인종청소의주역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던 국가다. 나토의폭격으로 수도 베오그라드는 심하게 파괴되어 아직까지도 그흔적이남아 있다. 또한이웃국가로새로독립한코소보와의갈등이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세미나가 열린 지난주에도 코소보 내세르비아 민족들이사는 지역에알바니아계시장이당선되자 이에대한 시위가 벌어져폭력사태까지 야기되었다. 역시현실주의에바탕을 둔 끊임없는 하드파워적갈등이다.
이런 마당에필자가 연설할 주제가 자유주의와 이상주의에근거한소프트파워라는점은큰부담이될수밖에없었다. 회의에참석한세르비아정부 관리, 외교관, 학계,언론계인사들에게는생소한얘기가될수밖에없었다. 이런상황에서소프트파워와이를위한공공외교의중요성을얘기하고한국사례를소개하는것이무슨의미가있을까하는의문이들었다.
그러나필자는최근우크라이나 상황을예를들어소트파워의 중요성과 당위성을 설명했다. 지난해 초 러시아가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우크라이나의패배는시간문제인것으로보였다.역시막강한하드파워의위세가대단했기때문이다.그러나18개월이지난 지금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침공을 막아내며꿋꿋하게버티고 있다. 혹자는 러시아의패배를 예상하기도 한다.예상과다른이런상황은왜벌어졌을까?필자는이것이우크라이나의소프트파워라고 여긴다. 전 세계여론을 향한젤렌스키대통령의감성적이고 격정적인메시지 전달, 그리고그나라국민들이보여준결연한항쟁의지등이그것이다. 러시아를압도하는정당성및윤리적당위성,이를바탕으로 한 설득력있는 스토리는 세계여론을 우크라이나에호의적으로 이끌었다. 이것은 결국 많은 서방 국가들이우크라이나를 위해군사 및재정적지원을 하도록 만들었다.한국마저도러시아의견제에도불구하고지원을약속한바있다.
이것은어떻게소프트파워가단지소프트하고유약하게머물지않고 강력한 하드파워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좋은 사례다. 필자는 세르비아 청중들에게이점을 설명했고 상당수 참석자들이공감했던것으로 판단한다. 파괴적이고비극적인내전을겪었고아직도그굴레에서벗어나지못하는상황에서도그들은세르비아가어떻게자국의소프트파워를 확보할 수 있는지진지한 표정으로 질문했다. 특히경제및사회발전을위해유럽연합(EU)가입을뜨겁게열망하고있는그들은 유럽, 널리는 세계여론의지지가무엇보다중요하고이를위해서는소프트파워를활용해야한다는것을잘알고있었다.
손흥민이경제·안보에 도움? YES!
그들의이러한 질문에필자가 명쾌한 대답을 주지는 못했다. 세르비아 사정을 자세히알지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한가지나름대로제언을 했다.테니스를사랑하는아마추어테니스동호인으로서필자는세르비아가나은세계적인테니스 선수인노박 조코비치선수를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러한 세계적인운동선수나스타는출신국가의명성을높여주는소위 이전효과(transfer effect)가 있기때문에 그렇다. 필자 역시 세르비아를 잘 알지 못하지만 이한선수를 계기로이나라에대해애정을 갖게되었다고 털어놓았다.
여기서당연하게드는 질문은 손흥민선수나 BTS가 과연한국의경제와 안보에필요한 하드파워에도움을 줄까하는 점이다. 여기에대한필자의대답은 ‘그렇다’이다. 당장은그효과가없는듯해도결국소프트파워는한나라의하드파워로 변환될수있다는 얘기다. 일단은 경제력에도움을주고추후에는군사력에도도움을 준다. 이점은벌써한국의경우현실이되고 있다. K-팝 등한국의매력적인대중문화는한국상품수출을돕고있고한국기업을살찌우고있다. 많은 국가에서한국에대한 관심과 애정이늘어나고이는관광객과유학생의증가로이어진다.경제뿐아니라안보에서도 그렇다. 미국등우방국가에서한국에대한호감도가증가할수록군사적인지원도커질수 있다. 미국의지속적인주한미군주둔이나안보약속도예외가아니다.
그러나 가만히앉아 있어도 소프트파워가 하드파워로이어지지는 않는다. 자신이 갖고 있는 소프트파워를 더욱갈고닦고 잘 포장해서세계에설득력있게제시해야 한다.한국은아직도이점에서는개선할 점이많다고 본다. 좋은소프트파워자산이많음에도 이에대한 효과적인 운용이부족하다. 한국의대표적인문화 상품, 제품, 인물이있지만이들을 한국의명성이나 국익을 위해잘 사용하는지는 의문이다. 그렇지않다면한국의소프트파워는 결국 소트프하고유약한영역에머물고말 뿐이다.
문화상품·인물등한나라의소프트파워는경제력·군사력까지영향줄수있어젤렌스키대통령의감성적메시지로서방에지지받는우크라이나가 좋은사례
▷연세대 언론정보학 박사 ▷AP통신 특파원 ▷뉴스위크한국지국장▷서울외신기자클럽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