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 Business Daily

지금우리에게‘북방’은있는가?

16년전부터추진했던­유라시아진출의꿈…現정부들어서오간데없­이사라져지정학적무한­가능성을가진한반도…美·中대결의핫스폿으로전­락해선안돼美와의관계­유지하되북방국가들과­협력강화…정치·경제적이익동시에얻어­야

- 김영윤(사)남북물류포럼대표

지금부터 15년이 훨씬 지난 이야기다. 노무현 정권 말기였던 2007년 7월 어느 민간지원단체주선으로 북한을 방문한 적이있다. 그때같이갔던사람중에­는 D조선해양 N사장도 있었다. 그와함께‘청년영웅도로’를 거쳐남포인근‘영남배수리공장’을 찾았다. 공장전체를둘러본다음­북한해운성관계자들과­회담을 했다. 당시만해도세계조선경­기가 최고조에달해 있었다. N사장은 배수리공장을 개조해선박일부를짓고­이를남한으로가져와 조립하여선박을 완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조건을 내걸었다. 첫째, 외국선주가언제든지평­양으로와조선소를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둘째, 자재와 인력을 휴전선을통해 24시간 육로로 올라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남북한당국자차원에서­상응한조치가필수적으­로따라야하는사인이었­으나민간기업대표로서­는획기적인제안이었다.

순간 필자는 북한 해운성 관계자 눈빛을 보았다. 수락여부가자신의권한­범위를크게넘어선것이­었지만사업을하고 싶어하는 강한 바람을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이후 정권교체와함께남북관­계침체로없었던일이되­었지만그때필자는그사­업이우리가북방유라시­아로진출할수있는강력­한연결점이될수있을것­으로생각했다.그렇게된다면북방길이­열리고이어지면서남북­한은모든분야에서큰변­화를경험하게될것을믿­어의심치않았다.당면한많은 경제적어려움들이북방­사업을통해해결될수있­을것으로확신했던 것이다. 매일수많은물자와수만 명이평양을 거쳐유라시아에체류하­는 상황이된다면남북한은 그야말로‘사실상 통일’의길에접어들수있을것­으로보았기때문이다.

대륙·해양세력의연결통로한­반도

우리 민족은 언어·체질·문화적으로 북방과 연결돼 있다. 원래부터고립된민족이­아니다. 먼옛날부터주변지역의­문화요소들을받아들이­며그것을우리것으로만­들며살아왔다. 연결하며살았기에 가능했다. 우리가 살고있는한반도의지리­적위상은 바로그연결의 통로다.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이연결되고 충돌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지정학적으로는취약한­지역이지만무한한가능­성을가진개방의공간이­기도 하다. ‘지리가 세상을 움직인다’는 말과같이주어진지정학­적여건을어떻게타개하­느냐에따라우리미래는­그만큼달라질수있는 것이다. 미국지정학분석가인로­버트 캐플런(Robert David Kaplan)은 ‘지리의 복수(The Revenge of Geography“에서 세계의변화와미래를지­리학적인시각에서예측­하고분석했다.지리적요인이세계의정­치·경제·군사적인 변화를이끌고있다고 했다. 특히유라시아대륙의중­요성을언급하면서수십­년안에철도와 도로,파이프라인이유라시아­의모든곳을연결해유기­적으로통합될것으로전­망한바 있다.

지금우리는 어떤가? 우리에게북방은 있는가? 한반도의지정학적 중요성은 완전히 외면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가야할북방의길을언제­부터인지잃어버린것 같다. 이제는 ‘북방’이라는 말조차들리지않는다.박근혜정부때에는‘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이 우리 마음을설레게한적도있­었다.유라시아를지향하고, 물류·교통·에너지·인프라 구축을통해북방의거대­한 단일시장 형성을 꿈꾸기도 했다. 유라시아 지역을 성장엔진으로 삼아한반도를 경제통상과 문화교류의 장으로 만들어 평화를다지고, 중국의일대일로와 러시아를 잇는 ‘초국경 경제협력네트워크’를형성하려고했다.이를위해 한·미, 한·중, 한·러정상회담을추진했다.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한반도 신경제구상’을 통해 우리가 동북아 중심국가로 자리매김해 국제 경쟁력을확보하려는 목표를 세웠다. ‘평화의 축’으로서 동북아 평화협력 플랫폼을 구축하고, 동북아를 넘어 남방·북방 지역을 ‘번영의 축’으로 삼으려고 했다. 한·유라시아경제연합(EAEU) 간에FTA를 추진하고,중국‘일대일로’에도 참여해동북아 주요국 간 다자협력을 제도화하려고 했다. 제3회동방경제포럼(2017년 9월)에서는 북방 국가들과 경제협력확대, 조선, 북극항로, 가스, 철도, 전력, 일자리, 농업, 수산등9개의 다리(9-Bridge) 전략을새로운협력모델­로제시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출범(2017년 8월)시킨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에는 ‘평화와 번영의북방경제공동체’라는 비전

리을경제의

통해 우미래 성장동력

을 창출하고 남북

한 통일의기반을 구축

하는 임무를 맡겼다. 그러

나 남·북·러 간 삼각 협력의비

전을실현하기위해우리­정부가처

음으로만든‘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지

금 오간 데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윤석열정부는이를 살려나가지 않았다. ‘부실하게 운영되는 식물 위원회’로 낙인찍어존속 기한을 연장하지않은채가장먼­저폐지하고말았던것이­다.

한반도안보·평화를 지키려면

변화된국제정치와 안보 환경에편승했기때문인­가? 그래서북방을 외면하고안보 위주의편중된국가 관계를 가져가는 것만이과연능사라고 생각했기때문이었을까? 하지만 미국이중국을 제재하면서도 미국 기업들이중국 시장에서여전히대규모 수익을올리고있는 현실을 보라. 미국은 중국을 변함없이최대의교역파­트너로 중시하고 있다. 재닛옐런미국재무장관­은미·중관계를주제로한최근­강연에서“미국경제를중국경제에­서‘분리’하는 것을원하지 않는다“고 밝힌바 있다. 성장하는 중국이오히려미국에도­움이될수있음을강조했­다.

우리에게시사하는 바가 크다. 북방정책을 통해 정치와경제적이익을연­계하는일은지금우리에­겐너무나도절박한 일이다. 미래성장동력인이들국­가를포기할수없기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들 국가와 관계를 강화해야만 동북아와한반도안보와­평화를유지하는데기여­할수있기때문이다. 한국의국제적위상을 높이고 국제사회에서한국이가­진역할과 지위를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친미편중적인 외교와 경제의존은 미국의이익과 한국의이익이일치하지­않을때엄청난불이익을­받을가능성이높다.

그동안 한국은미국의무기구매­를 위해투자라는명목으로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부었지만 미국은 포드를 통해중국 배터리 기업(닝더스다이·CATL)에 투자는 물론 세액공제지급 차종에까지포함시켜주­면서한국은 제외하고있는 현실이이를 웅변하고 있다. 미국에만 의존하는 일은우리의 자율성과 주권의약화로 직결된다. 미국과 관계를중요시하면서도­북방지역국가들과교류­와협력을강화하는것이­우리가가야할 방향이다.우리의비전이바로거기­에있기때문이다. 우리가 ‘지정학의포로’가 되지않으려면,더나아가 한반도가 미국과 중국이대결하는 ‘그레이트 게임의 핫스폿’이 되지않으려면 주어진 지정학적운명을 우리스스로 타개하려는 자세부터가져야 할 것이다. 인식의전환이중요하다.

필자주요이력

▷독일 브레멘대 세계경제연구소 연구원 ▷통일연구원북한경제연­구센터 소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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