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 Business Daily

몰려오는‘트럼프2기’파고…일본의로비전략은

미국나토탈퇴·고립주의강화땐세계질­서지각변동…오키나와등안보위협커­져노스캐롤라이나주도­요타공장시찰은바이든­IRA정책의식해만약­의경우염두우리나라는­총선앞두고파벌경쟁으­로시간낭비…지금은외교적대안구상­할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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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총선날기시다는워­싱턴행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나라가 아수라장이다. 세상이 복잡다단해지고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데도 최근의선거는 여야를 구별못할 정도로 ‘쟁점의 희석화’가 심하게일어나고있다. 여야가 내놓는 매니페스토는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러다 보니가짜 뉴스의남발과 현혹, 인신공격에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 이젠SNS(사회관계망)에 더해 AI(인공지능)까지 가세하는 형국이라 선거후에도그후유증이­간단히수습될 것 같지 않다. 총선으로 인한 총체적난국이다.

한국이총선을 치르는 오는 4월 10일에 일본 총리는 워싱턴을 방문한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이번국빈방문을 통해 미·일동맹이자유롭고개방­된국제질서를유지한다­는 인식을 공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트럼프 전대통령이재선을 노리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미국 의회에서당파를초월한 미·일 결속의중요성을재확인­한다.

기시다총리는4월 10일 미국수도워싱턴에서바­이든 대통령과 회담하고, 11일에는 연방의회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한다. 이후 남부노스캐롤라이나주­등지방을시찰한다.

일본총리가미국의회에­서연설하는것은9년 만이다. 지난 2015년 미국의회연설에서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희망의 동맹’을 주창했다. 미·일 양국이“힘을 합쳐세상을 훨씬더나은 곳으로 만들자”고 호소했다. 이에앞서 2003년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총리와 부시미국 대통령은 ‘세계 속의 미·일동맹’을 확인했다. 일본이미국의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대한 후방 지원에나선시기였다.

전후 미·일 관계는 오랫동안 일본이기지를제공하고­미국은군사적억지력으­로극동지역을 안정시키는 역할 분담이었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자위대의 국제 기여를 확대했고, 2015년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제한적으로 용인하는안보법제를정­비했다.

지금세계는두개의전쟁­에직면해있다. 미국은 러시아의침략을 받는 우크라이나, 이슬람조직하마스와싸­우는이스라엘을각각지­원하고있다. 세계2위의군사력과경­제력을가진중국과는군­사력과 첨단기술을둘러싼패권­다툼이계속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기시다 정권의 방위비 증액과 우크라이나 지원을평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백악관은 지난 1월 일본 총리의 방미와 관련해 ‘세계에서일본의 리더십역할 확대’를 보여줄 것이라는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부진한 상황에서도 미국 의회가 연설기회를주는것은이­런배경이있는것으로해­석된다. 일본총리는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과 좋은관계를 구축하는 한편,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가 대통령에복귀할 경우의대비도 염두에둔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트럼프 후보가 승리해 트럼프 정권이 다시 들어선다면 미국이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탈퇴할 것이라는우려의목소리­가 높아진다. 지난 트럼프 정권에서 주한미군 감축에대한 우려도 사라지지 않았다. 미국이고립주의를 강화하면중국과 러시아는 패권주의적 움직임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해협과 오키나와, 센카쿠열도 등 일본 주변의 안정을 유지할 수 없게될가능성이있다. 이는물론 지나친비관론일수있다.

“아베시절협상경험살려­라”

일본경제신문에따르면­기시다총리의미국지방 방문은 ‘만약의 경우’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 기업이진출해현지고용­과 경제에기여하고있는곳­을시찰할 것이라고 한다. 후보지인 노스캐롤라이나주는 도요타자동차가 전기차(EV) 등 차량용배터리공장을건­설해 2025년 가동할계획이다. 일본총리의시찰은일본­기업의미국투자확대와­미국고용에대한기여를­미국여론에 다시 한번 호소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공장에는 5000명 이상이근무할 것으로예상된다. 트럼프대통령이무역적­자등양국간단기적인 손익에관심을 두는 경향이있다는 점을노린 행보다. 트럼프전정권이출범한 2017년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 사장(당시)은 미국에 1조엔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총리의 노스캐롤라이나주 시찰은 바이든 정권을향한의미도 있다. 바이든정권은 2022년전기자동차 등의 육성 대책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주요 정책으로 통과시켰다. 일본정부로서는 바이든 정책의 핵심가운데 하나인 탈탄소화 노력을 독려하는 메시지도 겨냥한두마리토끼잡기­인셈이다.

현재로선 트럼프 복귀(트럼프 2.0)가 가장유력한시나리오라­할수 있다. 여러변수가있지만 ‘트럼프 2.0’을 제대로 두려워하고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게일본 정치전문가들의조언이­다. 이와 관련해일본 언론과 싱크탱크들이일제히 트럼프2.0 전망과 분석보고서를내고있다.

일본언론들이소개한좋­은사례가 있다. 지난 2016년 9월 당시주미대사였던 사사에겐이치로(현재일본국제문제연구­소이사장)는대통령선거를 두달 정도 앞두고 트럼프 공화당후보의사위로서­선거전을지휘하는쿠슈­너와뉴욕에서면담했다. 그는“일본은 미국을중시하고 있다. 당선되면여러가지일을­함께하고싶다”고 전하고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대부분의 예상과 달리 트럼프의 당선이 확실시되던날 밤, 사사에대사는쿠슈너에­게연락을취한다. 그는 “총리가 전화하고 싶다”고 전하자 비서의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즉각 아베신조총리와의회담­이 성사됐다. 유럽정상들이놀란 미·일정상 관계의초석이이렇게 쌓였다. 대미투자 실적을 꼼꼼히설명하는 전략도 트럼프의기세를누그러­뜨리는데성공했다.

집권 자민당의아마리아키라 전 간사장은최근한 TV프로그램에서트럼­프가재선될경우 아베 전 총리 시절의 협상 경험을 살려야한다는견해를 밝혔다. 당시직원을관저로복귀­시켜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베캠프의참모들은 모두 경험으로 알고있기때문에이를 최대한 활용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는 거래하는 사람이다.재선되더라도 성격이나 방식은 변하지 않을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 선거를 고려하지않기때문에“종횡무진으로 자기뜻대로 하려는힘이더작용한다”고도했다.

그러한트럼프도손익계­산서를이용해협상한아­베총리를 ‘천재적’이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아마리전 간사장은 “미국에 이익이될뿐만 아니라 동맹국 내에서당신의위치를 높여주기때문에이익이­라는 논리를 전개하는 것”이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들어트럼프 전대통령은 복귀시중국에 60% 이상의관세를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바 있는데이에대해서도 ”어떻게 미국을 유도해디리스킹(위험감소)방식을취하도록할 것인지,누가할것인지가 관건”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북한의일본인 납치 문제와 관련해 “정상 간대화가 아니면 절대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록펠러재단활용파이프­라인구축

아소 다로(麻生太郎)자민당부총재도트럼프­에대한로비의전면에나­서고 있다. 아소부총재는지난1월­워싱턴을방문해명문재­벌로미국 상원의원을 지낸 존 록펠러 4세를 만났다. 두가문의오래된인연을­활용하려는의도다. 일본은 1952년 세계은행에가입해전후­부흥에필요한 막대한 자금을빌려전력개발과­신칸센등인프라구축에­사용했다. 당시총리였던아소의할­아버지요시다 시게루(吉田茂)의요청을 세계은행에전달한 것은 록펠러가문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월 방미때도 이런관계를 통해 트럼프를 만나려 했으나 일정이맞지않아성사되­지못한것으로 전해졌다. 아소 부총재는 이런인연에더해바이든 대통령과는오바마 정부시절부통령시절부­터, 트럼프와는아베정부 시절부총리로인연을 맺었다. 만약미국에서정권이교­체될경우아소는정권교­체기의파이프가될수있­다는얘기다.

이러한 성공경험과 로비 전략이 다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미국 대통령선거이후를 대비하는 일련의포석은 미·일간 지하수맥의두께를상징­적으로보여주는대목이­다.

일본의 행보는 이번 바이든과 트럼프의 대결에서트럼프의재집­권을단정할단계는아니­지만 어떤상황에도 유연하게대처할 수있는준비가필요하다­는점을상기시킨다.

미즈호 리서치의 야스이 아키히코 조사부장은“어떻게하면트럼프의마­음을움직일수있을지 고민하고, 극단적인 발언과 공약에휘둘리지않고 냉정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트럼프 복귀의리스크를3가지­로 꼽고 있다. 첫째, 미국의 ‘사적화’(私的化)다. 권위주의로 의회를 경시하고 관료들을교체한다. 민주주의 경시로 미국의소프트파워가 저하된다. 둘째, 본원적미국 우선주의다.이민자 유입을 제한하고 무역적자를 빌미로삼는다.수입품에대한10%관세안이대표적이다. 셋째, 중장기과제경시다. 화석연료의존도로의 회귀, 감세등 재정기강 해이, 인종 갈등재점화 등이 거론된다. 경제적으로는 달러약세, 저금리, 수입 관세, 이민 제한으로 인한 인력부족 등 전반적으로 인플레이션압력이강해­질것으로보인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의복귀는 선거와 사법부에대한 불신을 노골화하며민주주의의­근간을 흔들어강권적인 중국과 러시아를 유리하게만들 수 있다. 우크라이나 지원, 대중국관계, 다자간 협력유지등으로민주주­의세력의결속을 일본이유럽세력에게촉­구해야 한다는논의가일본내에­서일고있는이유다.

트럼프 2.0이현실화된다면그파­고가일본보다 한국에 훨씬 더 높고 강하게 밀려올 수있다. 정부든 기업이든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걱정하기보다‘어떻게대응할 것인가’를 고민해야할 때다.지금은개별사안이아닌­종합적인시뮬레이션을­해야할단계에접어들었­다고할수 있다. 그동안 익숙해져 왔고, 이를 전제로비즈니스를최적­화해온자유주의적국제­주의라는 국제질서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기때문이다.중기적으로는새로운외­교의대안을구상해야한­다.

‘트럼프2.0’ 리스크가 점차 높아지면서일본을 비롯한 주요국들이미국의 외교·안보와 경제의 변화에 대비하는 모습과 총선을 앞두고헐뜯기와 파벌경쟁으로시간을허­비하고있는한국정치의­모습이확연한대조를 이룬다. 외향화하는일본의밝은 미래와 내향화하는 한국의불안한미래를보­는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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