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 Business Daily

‘막말’쏟아내는정당후보들…필터링은유권자몫

- 유창선시사평론가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각 정당이 후보들의 ‘막말’ 전력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막말에는 여야 불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서울 강북을 경선에서 현역인 박용진 의원을 제치고 승리한 정봉주 전 의원에대한 공천을 취소하기로 했다. 박용진의원은 뛰어난 의정활동의성과를인정­받았던 의원이었지만 ‘하위 10%’ 통보에따른감산때문에­패한것으로알려져대표­적인‘비명횡사’ 낙천의원이었다,

그런데 친명계 팬덤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후보자리를거머쥔­정전의원과거막말전력­이 터져나왔다. 2017년 자신의유튜브 채널에서‘DMZ(비무장지대)에서발목지뢰를밟는사­람들한테목발을 경품으로 주자’는 취지의발언을 한 사실이알려졌다. 2015년 8월 경기파주시 DMZ에서 우리군 부사관 2명이 목함지뢰로 크게다치는 사건이있었음에도 이를 희화화하여 농담거리로 삼았기에 그냥 지나칠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거짓 사과 논란까지불거졌다. 정 전 의원은 “당사자께 직접 유선상으로 사과드리고 관련영상 등을 즉시 삭제했다”며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피해당사자들은사과를­받은일이없다고밝히면­서거짓사과임이드러났­다.

정전의원의막말은이뿐­이아니었다. 2013년에는 4·24 재보궐선거 노원병 지역에 출마를선언했던안철수 의원(당시 무소속)을 겨냥해“결점을공개하지않아완­벽한인간으로주접을 떨다가 ‘노원병’의 신(神)이 되고자 하는사람, ‘노원병신’”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이밖에도 정전 의원은 과거조국 전 법무부 장관사태를 비판한 금태섭전의원에게“이 X만한XX야! 전국교도소조폭이내나­와바리”라며“죽여버린다”고 욕설을 하고, 조계종을 북한김정은집단에비유­하며종무원들과 몸싸움을 벌인 전력, 가정폭력 혐의로 벌금50만원형을 선고받았던사실까지연­이어 드러나면서여론이계속 악화되자 결국 민주당은 그에대한 공천을 취소했다. 결과적으로 민주당 경선에서악화가양화를­구축했던셈이다.

그런가 하면 국민의힘에서는 도태우 대구중남 후보의 공천을 취소했다. 도 후보는 지난 2019년 유튜브방송에서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굉장히 문제가 있는 부분들이 있고,특히거기에는 북한 개입여부가 문제가 된다는 것이 상식”이라고 했다. 2019년 8월 태극기집회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해 “문재인의이런기이한행­동을볼때죽으면그만아­닌가 그런 상상을 해보게 된다”고 말한 게뒤늦게 확인됐다. 도 후보는 5·18 폄훼논란으로두차례사­과문을 올렸지만, 이후에도 부적절한 발언이추가로 드러나서총선에미칠악­영향을 우려한 국민의힘은 결국 공천취소 처분을 내렸다. 국민의힘이16년 만에전국모든선거구에­공천을하는마당에다시 ‘5·18 망언’에휩싸이는사태를우려­했던것이다.

국민의힘은여기에이어­부산수영구에서공천을 받은 국민의힘장예찬 후보에대한 공천도 취소했다. 장후보는대선때부터윤­석열대통령을열렬히지­지해온 ‘친윤’ 청년정치인이었기에국­민의힘도고심하는모습­을보였지만,과거 쏟아냈던 막말들이 화수분처럼 터져나왔다. 장 후보는 2013년 무렵자신의 SNS에 “매일밤 난교를 즐기고 예쁘장하게생겼으면 남자든 여자든 가리지않고 집적대는 사람이라도맡은직무에­서전문성과책임성을보­이면프로로서존경받을­수있는사회가건강한사­회이지않을까”등의글을올린사실이알­려져논란이불거졌다.이어서‘동물병원을폭파하고싶­다’, ‘(서울시민) 교양 수준이일본인발톱의때­만큼이라도따라갈수있­을까 싶다’, ‘책값아깝다고징징거리­는대학생들이제일한심­하다’등의어처구니없는게시­물내용들이속속공개됐­다. 이에장후보는 “과거부적절하고정제되­지않은표현이있어심려­를 끼쳤다. 고개숙여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며 사과했지만 논란이쉽게가라앉을성­질의내용들이아니었다.선거때면후보들의과거­막말들이문제가되는광­경이어제오늘의일은 아니다. 이번에문제가된후보들­의막말도평소정치인들­이해오던막말가운데빙­산의일각일수있다.

여야의극한 대결속에서평소 여야 정치인들이 쏟아낸 막말 사례들을 들자면 한이 없을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되지 않은 정치인들이라고 해서 입이 깨끗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새로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시기이기에새로 나선 후보들의막말에대한 책임성이어느 때보다도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막말에서공통적­인것은 보통의상식을 가진 사람들의 입에서는 좀처럼나올 수가 없는얘기들이라는 점이다. 정치인들이 국민들의 평균 수준보다 나은 리더가 아니라오히려국민들의­수준을못따라가는저질­의인성을 가졌다는얘기가 된다. 모든 정치인들에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겠지만, 그동안지켜본 바로는 적지 않은 정치인들의 경우가그러했다.

이런막말 논란이빚어지면흔히정­치를 하기 이전, 공인이되려하기이전에­했던 말이라고 둘러댄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플라톤의<국가> 2권에나오는 ‘기게스의 반지’ 얘기가 떠오른다. 리디아의목동 기게스는 동굴속 거인의시체에서반지를­빼들고 나온다. 그반지를끼고서안으로 돌리면 자신의 모습은 보이지않게 되고, 밖으로돌리면자신의모­습이다시나타난다는 사실을 기게스는알게 된다. 그래서기게스는 이반지를 이용해서왕비와 간통하고, 칸다우레스왕을 암살해왕위를 찬탈한다. 이를 두고 글라우콘은 소크라테스에게이렇게 말한다. “그런 경우에 올바름 속에 머무르면서 남의 것을 멀리하고 그것에 손을 대지않을정도로그처럼­철석같은마음을유지할­사람은아무도없을것같­이생각됩니다.”

인간이아무도보지않는­곳에있어서행동에대한­책임을지지않아도 된다면,다들기게스처럼나쁜짓­을 할 것이라는 의미이다. 정치인이아니었던 때라고 해서그런 막말을 태연히한 것이라면 기게스의반지를 끼고서나쁜짓을한것과­다를바 없다.국민을대표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라면 국민이 보는 곳에서만품격있는 언행을 하고 국민이보지않는 곳에서는상식이하의막­말을하는이중인격의태­도는적합하지않다.

언어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언어는 삶의문맥에 따라 존재한다”고 했다. 보통 사람들은상상도 할 수 없는 그런 막말을 하는 사람들이우리를대표하­는국회의원이되겠다고­나서는 현실이 너무도 부조리하게 느껴진다. 정치는어떤사람들이해­야하는것인가.그래도국민들 평균 수준보다는 나은 사람들이국민의대표가­돼야하는것아닌가.단지이번에논란이된정­치인들만갖고하는말은­아니다.그보다 더심한 언행들을 하고서도 버젓이후보가된사람들­이적지 않다. 우리보다 형편없이못한 후보들을 걸러내는 것은 결국 우리유권자들의몫이다.

‘목발경품’‘5·18폄훼’‘난교’…여야불문‘막말’전력으로몸살“공인되기전한말”…보이는곳에서만품격있­는언행‘이중인격’국민눈높이못따라가는‘저질정치인’…이번총선서심판해야

▷연세대 대학원 사회학 박사 ▷前 경희대사이버대학교 NGO학과 외래교수 ▷前 한림대사회학과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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