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 Business Daily

늘어나는미국부채…고개드는애치슨라인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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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서 미국의방어선은 알류샨 열도에서일본을지나 류큐(오키나와)를 거쳐필리핀으로 그어진다.” 딘애치슨 미국국무장관은195­0년 1월 12일 백악관인근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연설하면서이렇게 말했다. 스탈린·마오쩌둥의공산화야욕­에맞선미국의필수방어­지역에서 한국·대만을 뺀 것이다. 애치슨은방어선밖의안­보에대해서는 “공격을 받으면최초 책임은 그국민에게있다. 그다음은유엔헌장에의­거해전문명세계의책임­이되는 것”이라고했다.

당시아시아에서 소련을 저지하는 데주력했던 애치슨 장관은 “이 방어선 밖의 지역이침략당했을 때안보를 보장하는 것은 합리적이지도 필요하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한반도를미국의극동방­어대상으로 명시하지않았던당시애­치슨장관발언은한반도­에유사상황이 발생하면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을 주변국에 확산시켰다. 실제 5개월후 북한이한국을 침공해 6·25전쟁이 발발했다. 애치슨은 수십년간 “북한의 남침에 ‘청신호’를 준 장본인”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김일성이‘미군 불개입’을 확신하는계기가됐다는­것이다. 미국야당 의원들은 물론 6·25전쟁 영웅리지웨이사령관도­애치슨에게책임을 물었다. 1952년 대선 유세때는 아이젠하워가 애치슨을공개비판하기­도했다.

그런데 금년 말 새로운 미국 대통령 후보로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전 미국 대통령이 2월 10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위비 분담금 증액에 미온적인 나토 회원국에 “러시아가 침공하도록 독려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뉴욕타임스(NYT)는 ‘애치슨 라인’과 같은위험한발언이라고 지적했다. NYT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애치슨 라인’과 같은격이라고 평가한 것은 미국이 굳이 동맹국에주둔하는 미군 규모를 줄이거나 군사 지원을중단하지않아도 말 한마디로 동맹에엄청난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미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옛 소련의 영토였던 폴란드 등 동유럽 주요국, 발트 3국 등을 언제든 침공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영국 BBC 또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등이동맹을 지키겠다는 미국의 의지를의심하기 시작하면 엄청난 오산으로 이어질위험이있다고 우려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미국 정부의 판단은우연이아니라는­데문제가 있다. 미국 국가부채의 GDP에 대한 비율이코로나로인해 2020년에 2차 대전이후 처음으로 100%를 넘어서고있는데이러한 상황이더욱악화될전망­이라는 점이다. 이로인해미국이동맹국 방어를위해국방비를 충분히사용하기힘든 상황에직면하고있다는­점이문제다.

미국이 2001년 9·11 테러이후 아프카니스탄을 침공하면서 시작된 20년 아프카니스탄전쟁에서­승리를 하지못한 가운데서도 2021년철군하고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에도깊­이개입하지 못하고 있는 배경에는 이러한 미국정부의급증한 부채가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미국은예산통제법에의­해국가부채의GDP에­대한비율이100%를 넘어면미국양원의인가­를받아야지출이가능하­다. 이로인해최근에도 재정지출을 하지못하는 재정절벽 상태에직면하기도했다.

국가부채의GDP에 대한 비율이 100%를 넘었던 것은 국방비 지출이 막대했던 2차 대전직후였다. 아마도 애치슨 라인이나오게된배경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6·25동란 전 1949년6월부랴부­랴한반도에서미군이철­수하고미군 철수가 중요한 배경 중 하나가 되어 발생한 6·25동란 시에도 미군 단독이아니라 유엔군이지원했던 것이다. 미국은 오히려한국전쟁때유엔­군에대한 군수물자 지원으로 국가부채 비율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따라서이번트럼프의발­언은우연히나온발언이­라기보다는 미국의재정사정을 고려한 발언이므로 한국으로서도다각적인­대책이필요한실정으로­판단된다.

2년 전 러시아가 침공할 하루 전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인 10명 중 7명은 ‘전쟁이 나지않을 것’이라고 철석같이믿었다고 한다. 서방의러시아전문가들­역시“냉철한 푸틴은자신의몰락을 초래할 전쟁에절대뛰어들지않­을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러·우 전쟁은 벌써3년차에접어들고 있다. 우크라이나인들은“전쟁이 벌어지리란 신호는 항상 있었지만, 우린그걸애써무시했다”고 후회하고있다는보도도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러시아의 점령을 받아들이는 선에서분단국가로 종전을맞을것이라는 전망도나오고있다고 한다. 러시아전문가들은“수년내러시아와나토간­에분쟁이벌어질수있다”는암울한예상마저나오­고있는실정이라고한다.

핀란드는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침공한이­후수십년간유지해온비­동맹원칙을 깨고 나토 가입신청을 했고 지난해 4월회원국이 됐다. 스웨덴은 이번달 정식으로 32번째 회원국이 됐다. 헝가리 의회가 지난 2월25일 스웨덴의나토 가입비준안을 통과시키자나토동진에­대응해러시아는 14년 전폐지했던동부군관구­를부활시켰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대응과도널드­트럼프전미국대통령의­비용부담압박에대응해 2030년까지 유럽산 무기비중을 50%까지채우는 것을 골자로 한 방위산업전략을 발표했다.전략에따르면EU회원­국들은2030년까지­국방 조달 예산의 최소 50%를 EU 내에서지출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2035년에는 목표치가 60%로 확대된다.또전략에는EU회원국­들이 2030년까지 신규 구매하는 군사장비의40% 이상은 공동구매로 조달하고 EU 내 방산 거래규모를 35%까지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방위산업전략의목표는 EU 회원국들의 방산업체를 활성화해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줄이고무기자­급자족을높이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전쟁이발발­한 2022년 2월부터지난해6월까­지 EU의 무기수입비중은 80%에 달했고이중 60% 이상을미국이차지했다. 이처럼나토는 트럼프가 나토 방위비문제를 거론하며유럽이자체적­인안보 강화에힘써야 한다는 주장에공감하며대응책­마련에나서고있다.

러·우 전쟁과중동전쟁까지더­해지면서‘민주’와 ‘독재’로 갈린 국제적 대립은 날이갈수록 첨예해지는 상황이다. 이두개의전쟁으로‘국제 정치’란 현상을만드는세계각국­의역학관계가 마치 도미노처럼 재편되고 있다. 유럽정치권에선“전쟁의 시대가 돌아왔다”는 말까지나오고있다.북유럽과동유럽발칸국­가들이잇따라 나토에손을 내밀고, 복지예산까지줄여가며­군비증강에나서는 것은이런 ‘시대적변화’에대응해야한다는절박­함때문이다.

전쟁의파장은 바다를 넘어동북아로 들이닥치고 있다. 러시아·중국·이란·북한 간 밀착이 유럽·중동의 지정학적위기를 한반도로 전이(轉移)하는 형국이다. 사실상 종신 집권을하게된시진핑이­종신집권명분을중국의­통일에서찾기위해대만­을 침공할 것이라는 전망이미국학자들사이­에서등장하고 있다. 덩샤오핑(鄧小平)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두 체제)와 평화통일’을 내세웠다. 그러나 시진핑이사실상 종신집권에나서면서상­황이급변하고 있다. 크게세가지배경이거론­되고있다. 첫째, 미·중 관계 악화다. 미국의중국때리기가 심화되면서 미국이 대만 카드를 흔들고있다는이야기가­나오고 있다. 이에자극을받은중국이­홍콩사태에서보인것과­같이무력사용도불사하­는강경대응을통해대만­문제해결에나설수있다­는전망이다.

둘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중국도 대만 침공을 못할 것 없다는 관측이다.셋째는 시진핑의 집권 연장 야심이다. 헌법을수정해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이지만 2027년네번째연임­을 위해선명분이 필요하다. 이와관련해대만통일이­매력적인전략으로대두­되고 있다. “전쟁은불가피하며언제­얼마나크게싸울지가문­제”라는견해도등장하고있­다. 마잉주(馬英九) 전 대만 총통은 지난 6월 “전쟁을피하는건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그저“언제얼마나크게싸울지­는양측의대처에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양안 전쟁은중국이말하는것­처럼중국내부의일로끝­날문제가 아니다. 미국과일본은물론한국­도자유롭지않다. 이에따라지리적으로우­선가까운 주한미군이동원되고 그 공백을 북한이노릴수도있어대­한민국이가장큰피해국­가가될것이라는분석도­뒤따르고 있다. 우리운명과도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정신 똑바로차리고대비에만­전을기해야 한다.

한국은과연이에적절한 준비가 되어있을까. ‘동맹에기초해실리를 추구한다’는 모호한방법론이나 한반도와 그 주변국에매몰된 근시안적 안보 전략으로 살길을 찾기엔 너무나거칠고 복잡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문재인정부에서 남북한이 체결한 ‘9·19 군사합의’로전방 방어시설 파괴, 대공 정찰 무력화, 서해·동해 북방한계선(北方限界線·Northern limit line) 무력화 등약화된대북 방어력을 재강화하는일이 시급하다. 최근 발생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향토예비군과 상시 민방위 훈련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었다. 향토예비군훈련도 강화하고 실효성있는 상시민방위훈련도 강화하는 등 유비무환의방위전략과 경제안보핵심산업육성­전략을차질없이추진해­야 할 때다. 러·우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전쟁에서는 드론 등 첨단무기가 전쟁을 좌우하고 있다. 첨단 방위산업육성에도 만전을 기해야할 때다.

필자주요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박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바른언론시민행동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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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트럼프미국공화­당대선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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