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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시각화,봄과함께피어나다

- 강서경개인전‘마치 MARCH’전성민기자ball@

겨울 지나 봄이 왔다. 자연도 사람도각자방식으로봄­을맞이한다.

시간에대한 고찰을 바탕으로 다양한 작업을 해온 강서경작가가 ‘봄의 산수화’같은전시를통해생을찬­미한다.

강작가개인전‘마치 MARCH’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 K3에서 개막했다. 힘차게 봄의 도래를 선언하는이번 전시를 통해작가는 ‘시간성’에대한 고찰을 다양한 방식으로 시각화했다.

시간은 강 작가의 전반적인 작업 세계를 관통한다. 그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2011년부터 시작해 가장 오래된 연작 중 하나인 ‘그랜드마더 타워(Grandmothe­r Tower)’ 시리즈를 꼽을수있다.

강 작가는 2019년 본인 작업실에서“할머니께서는 돌아가시기직전까지도 너무 아름다우셨다. 제가 많이존경하고 사랑하는 분이다. 할머니의 마지막모습을지켜보면­서‘그랜드마더타워(Grandmothe­r Tower)’ 시리즈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할머니 모습을어떻게하면단순­하게시간의덩어리로만­들수 있을까’라는 고민끝에만들어진작품­이다.

강 작가 작품의 주요 개념인 ‘정(井)’과 ‘모라(Mora)’에도 시간이 담겨있다. ‘정’은 조선시대 세종대왕이 창안한 유량악보인 ‘정간보(井間譜)’ 기호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바둑판처럼 생긴 정간보 안에서 ‘우물 정(井)’자모양으로 된 각 칸은 음의 길이와 높이를 나타낸다.

윤혜정 국제갤러리이사는 “작가는음이 연주되는 방식을 서술하는 이 사각의틀을 개념적으로 번안해 회화 확장의무대로삼는다”며“마치땅속깊이파고든 우물과 같이강서경은 각 ‘정’의터전 위에서 다양한 시간의 층위를 쌓아 올리며 자신의 회화가 서술하는 시공간을 확장해 나간다”고 설명했다. 전통이라는과거의시간­을현재의시점으로소환­했다.

언어학에서 ‘모라’는 음절한 마디보다 짧은 단위를 칭한다. 자신의회화를시간을 담는 틀로 활용하는 강 작가에게 ‘모라’는 회화, 즉 서사가 축적될 수있는시간의시각화된­단위를뜻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모라-누하’ 연작은 시간성을 그리고자 하는 작가의열망을 보여준다. 강 작가는 캔버스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그림을 그린다. 수평으로 눕힌 캔버스 위로 쌓아올리는 물감은 캔버스의 네 옆면으로흘러내린다. 각기 다른 물감이 흘러내린 흔적을 통해 시간의 층위를 직관적으로볼수 있다.

‘모라-누하’ 연작은 오랜 시간 캔버스의 면면을 따라 흘러내려 밑으로 떨어지는 물감을 모아 종이에 비단의 층위를 덧대 완성한 작품이다. 개인의 일상을 축적한 ‘강서경의 일기’라고 할수 있다. 이번에 전시된 ‘정’과 ‘모라’ 연작 중에는 가로 40㎝, 세로 55㎝인 작품이 많다. 이는 강 작가의 상반신 크기와 같다.

‘아워스-일’ 연작을 보면 강 작가의회화가 둥근나무 프레임안에들어있다. 실을 꼬아 수놓은 나무 프레임에는생(生)에 대한작가의예찬이담겨­있다.나무 프레임이 감싸고 있는 반투명한비단은자연의­색을닮았다.

둥근 형태로 벽에 설치된 ‘아워스일’연작 7개를 보면뜨고 지는 해와 달이떠오른다.시간의순환을상징한다.

K3 천장과 바닥에는 작가의새로운조각군이­소개된다. 브론즈를구부리고표면­을 두드려제작한 신작 ‘산-아워스’는공중에낮게매달려있­다. 꽃잎을닮은 곡선고리를 두른 ‘산-꽃’은 돌고 도는시간의순환을상기­시킨다.

현재암투병중인작가의­이번전시

에서는 봄의 생명력과 앞을 향해 나아가려는의지를동시­에느낄수있다.

강 작가는 이화여대에서 동양화를,이후 영국 왕립 미술학교에서 회화를전공했으며현재­는 이화여대동양화과교수­로재직중이다.

리움미술관(2023), 룩셈부르크 현대미술관(2019), 필라델피아 현대미술관(2018)에서 개인전을 개최했고 베니스비엔날레(2019), 리버풀 비엔날레(2018),광주비엔날레(2018, 2016) 등에참여하며 국내외 미술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2013년 송은미술대상 우수상, 2018년아트바젤발­루아즈예술상을수상했­다.전시는오는4월 28일까지.

‘모라-누하’연작통해시간성에대한­고찰표현물감이흘러내­린흔적으로시간의층위­보여줘‘아워스-일’연작선생에대한예찬담­아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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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제갤러리] ◀‘아워스-일 #23-15’지난 19일부터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 K3에서 강서경 작가 개인전 ‘마치 MARCH’가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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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라 55 × 40-누하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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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아워스 #2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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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井-걸음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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