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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요즘화두는‘신질생산력’

- 필자주요이력

지난 5일 오후 시진핑(習近平) 중국공산당총서기겸국­가주석은 이날 오전에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장쑤(江蘇) 대표단회의에참석했다.시진핑은지난해1월장­쑤성인민대표로당선된­뒤작년에이어올해두번­째로인민대표단 회의에 참석했다. 모두 6명으로이루어진장수­대표단의소위원회회의­에참석한 시진핑은 “각 지역실정에맞는 신질(新質)생산력을발전시켜야한­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미디어에 따르면 시진핑이 ‘신질생산력’이란 용어를 사용한 것은 지난해 9월헤이룽장(黑龍江)성을 시찰할 때가 처음이었다. 시진핑은 헤이룽장성 현지에서열린 ‘신시대 동북 전면 진흥 추진을 위한 좌담회’에서이런 말을 해서 관영 미디어들의 주목을 받았다.

“과학기술 혁신에 맞추어전략적으로 신흥산업과 미래 산업을 발전시키면 신질 생산력형성을 가속화하게 된다. 새로운 에너지산업을 키우고, 새로운 재료산업, 전자정보산업등전략적 신흥 산업과 미래 산업을 적극적으로육성하면 ‘신질 생산력’ 형성을가속화하고 산업전반에새로운동력­을증강하게된다.”

헤이룽장성의 당 위원회와 정부 관료들은‘신질 생산력’이란 용어를 받아적기는 했지만정확히무슨 뜻인지몰라 고개를 갸우뚱거려야 했다. 시진핑은 지난해 12월 열린 당 중앙경제공작회의와 올 들어 1월 31일 열린 정치국 제11차 집체학습에나와서도 ‘신질 생산력’이란 알 듯 말 듯한 용어를 사용했다. 이회의에는 정치국원들 가운데 허리펑(何立峰·69·부총리), 장궈칭(張國淸·60·부총리), 위안자쥔(袁家軍·62·충칭시 당 위원회 서기), 마싱루이(馬興瑞·65·신장위구르자치구 당위원회서기) 등핵심경제담당 당료들이 참석하고, 류궈중(劉國中·62·부총리)과 한때후계자로 지목되던천민얼(陳民爾·64·톈진시 당 위원회 서기) 등은서면으로의견을제­시했다.

정치국 집체학습에서 시진핑은 ‘신질 생산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비교적알기쉽게 설명을 했다.

“신질 생산력이란 전통적인 경제성장 방식에서 벗어나 생산력을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에서첨단 과학기술, 높은효능과품질을가진­새로운 발전 이념의 선진 생산력을 가리키는말이다. 특징은 혁신에 있으며, 관건은 우수한품질에 있으나, 본질은 선진 생산력이다. 과학기술 혁신은 새로운 산업과 새로운 방식, 새로운 동력을 자극하는 것이신질생산력발전의­핵심요소다.”

시진핑은“높은수준의대외개방은­신질생산력을 발전시키기 위한 양호한 국제 환경을조성한다”는말도덧붙였다.

시진핑이제시한 ‘신질 생산력’이 대체무슨말인지에대해 런던정치경제학원(LSE)에서연구원으로있는 셜리 위(Shirly 于澤)는 다음과같은 해석을 홍콩에서발행되는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지난16일게재했다. 베이징(北京)대학에서 정치경제학 박사학위를딴중국정치­경제전문가다.

“시진핑이 말한 신질 생산력이란 첨단 기술을바탕으로한 새로운 경제성장 방식을 마르크시스트적으로 이론화한 것이다. 신질 생산력을 통해시진핑은 인포테크, 바이오테크, 인공지능(AI), 양자(量子·Quantum) 컴퓨팅, 신에너지, 신재료,우주개발등첨단과학기­술분야를모두망라해서­중국 경제가 새로운 발전을해나가야 한다는야망을 표현한 것이다. 신질생산력이란 용어가 의미하는 중국 경제의 새로운 발전전략은 3개의목표를 갖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국 과학기술을 중국 과학기술로대체하는것, 신속한 산업화,그리고국방과학 기술을 중국 과학기술로 전략적으로 대체하는것 등이다.”

셜리 위는 시진핑이 제시한 신질 생산력은보다구체적으­로 2025년을 목표연도로한중국특유­의브랜드개발을위한 ‘China 2025’의새로운 버전의 전략을 개발하기위한 것으로보인다고 진단했다. China 2025는 불필요하게미국과 유럽의 견제를 받는 프로젝트로 변질됐기때문에 2025년 이후에는 ‘신질 생산력’이라는 마르크스적이론을 이용한 중국의경제영역확보전­략을제시한것이라는진­단이다.

1976년 마오쩌둥(毛澤東)이 죽은 후 권력을장악한 개혁·개방의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은 중국공산당과 정부 관료들에게 “과학기술이 제1의 생산력(科技是第一生産力)”이라는 구호를 제시했다. 과학기술을 산업에활용하는 데어두웠던 마오쩌둥 시대가 낮은경제수준에머물러­있었던 반면 과학기술이제1의 생산력이라는 구호로 과학기술에묶여있던 족쇄를 풀어주자 중국 경제는 폭발적인성장을 해왔다. 1978년부터 40여 년간 평균경제성장률 10%를 넘는빠른속도로경제발­전을 한 결과 중국은 과학기술 면에서도 고도의발전을 해왔다. 최근 들어서는 전기자동차와 AI, 양자 컴퓨팅 분야에서는 미국과 유럽의수준을 넘어서는 역량을 확보한 것으로알려졌다.

리창(李强) 총리는 지난 5일 전인대 개막첫날 정부공작보고를 통해 “안정 속 성장(穩中求進)을 올해의 경제 화두로 삼겠다”고 했다. 리창 총리는 이어 “성장 속의 안정(以進促穩)과 목표를 세우면 반드시 달성하는 선립후파(先立後破)도 올해의 경제기조로 추구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시진핑이 제시한 ‘신질 생산력’과 관련해서는 “현대화 산업체계건설을 통해신질 생산력을 가속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경제는지난해GD­P 성장률 5.2%를 기록했다. 결코 낮은수치는아니지만 지난해대학졸업자 1158만명의일자리­를마련해주기에는 역부족이어서지난해 6월 16~24세 청년실업률은 21.3%에 달했다는 것이 중국 국가통계국이발표한 수치다. 중국 전역에는 짓다가만 아파트가 귀신의 도시(鬼城)처럼 널려 있는 가운데 대형 부동산 그룹 헝다(恒達·Ever

Grande)는 지난 1월 29일 홍콩법원에서파산을 명령받았다.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FDI)는 330억 달러규모로 1993년 이래가장낮은수치를 보여주었다. 중국 주재외국 기업종사자들에게도 반(反)간첩법을 적용해서 베이징중심가와 상하이(上海)의 황푸(黃浦)강변 산책로에서는외국인을­찾아보기힘든지경이됐­다. 중국 외교부는 동유럽국가들과 비자면제협정을 맺어외국인 관광객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중국경제의문제는­신질생산력확보의 문제가 아니라 시진핑 주석이 이끄는정치경제 리더십에 대해 미국과 유럽이 등을돌리고있는 점이다.

이런분위기를 모를 리없는 시진핑주석은지난 20일 마오쩌둥의혁명성지인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시와 창더(常德)시를 시찰했다.시진핑은 근대이래 많은 무산계급 혁명가를배출한후난 제1사범학원을 방문해서청년마오쩌둥­을주제로한 전시회를 참관했다. 이자리에서시진핑은이­런연설을했다.

시진핑은 “국가가 강대해지기 위해서는 교육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제1사범학원은애국주­의교육을 펼치고 홍색의유전자를 전승해온 곳으로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을 잘지키는 민족부흥의인재들을 잘 길러내고있다”고 치하했다. 시진핑은 제1사범에서 마오쩌둥이앉아공부하­던자리도 돌아보았다. 이어서 시진핑은 이 지역에 있는 중국·독일 합자 기업으로 리튬전지의 극재료를 생산하는BASF 공장을 둘러보았다. 이 공장에서 시진핑은 또다시 ‘신질 생산력’을 강조하는 연설을 했다.

현재중국 경제가 위기라는 진단이내려지고 있는 이유는 이처럼 시진핑의 정치리더십이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중국 인민들과 외부로내보내고있기때­문이라고할수있다. 개혁·개방을 강조하고 싶으면 후난성에서 멀지 않은 광둥(廣東)성 선전(深圳) 경제특구를 방문해서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의얼굴사진이­라도 찾아보면되겠지만 요즘 시진핑에게덩샤오핑은­이미잊힌인물이되고 말았다.시진핑은 신질 생산력을 강조하면서 “개혁·개방의확대가 신질생산력확보에중요­한 국제환경을 제공해준다”고 말하면서도 개혁·개방의상징적도시선전­에있는 덩샤오핑초상화는 돌아보지않고 있다. 시진핑이만들어내는대­외이미지는 “마오쩌둥의 혁명을 따르는 정치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환경에서시진핑이­강조하는 ‘신질 생산력’ 확보는그리쉽지않지않­을까.

바이오테크·A·I양자컴퓨팅·신에너지·신재료·우주개발등과학기술중­점둔선진생산력문제는­리더십…규제푼덩샤오핑보다독­재마오쩌둥‘혁명’강조,경제에부정적영향

▷서울대 중문과 졸 ▷고려대 국제정치학박사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인천대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현 최종현학술원자문위원▷아주경제신문논설주간

 ?? [EPA·연합뉴스] ?? 지난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리창 국무원 총리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리총리는이날업무보고­에서올해중국경제성장­률목표를작년과같은 ‘5% 안팎’으로 제시하면서, 정책최우선순위로는 ‘신(품)질 생산력’강화를통한첨단기술혁­신및산업업그레이드를­꼽았다.
[EPA·연합뉴스] 지난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리창 국무원 총리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리총리는이날업무보고­에서올해중국경제성장­률목표를작년과같은 ‘5% 안팎’으로 제시하면서, 정책최우선순위로는 ‘신(품)질 생산력’강화를통한첨단기술혁­신및산업업그레이드를­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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