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게탄소중립은선택아닌필수…탄소네거티브속도”
한국 기업들의 RE100(재생에너지100%) 이행성적이일본 기업보다 크게떨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12월 일본 제조기업최초로 RE100을 달성한엡손의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한국엡손에서탄소중립을포함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총괄하는 김대연 한국엡손 브랜드 커뮤니케이션팀 팀장(상무)은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전 세계빔프로젝터시장 점유율 1위인 엡손은 창업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친환경’을 핵심경영 목표로 강조하며 다양한 친환경솔루션을선보였다”고강조했다.
25일 ESG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RE100 이행 중간평가로 여겨지는‘CDP 기후변화리더십(climate change leadership)’에서 한국 기업은 충격적인성적표를 받았다. 전세계 353개 기업이A 점수를 받은 가운데한국 기업은 △아모레퍼시픽 △현대건설 △현대·기아자동차△카카오△KT&G △LG이노텍△신한금융지주△SK가스 △SK하이닉스 △SK네트웍스 △SK실트론 △SK텔레콤등12곳에불과했기때문이다.
반면일본은 124개 기업이A 등급을받으며탄소중립이행모범국가로인정받았다.업계에선한국기업의탄소중립이행 성적이부진한 가장 큰 이유로 국내에서재생에너지를 구하기어려운 것을 꼽는다. 하지만 이와 함께탄소중립실현에관한 기업의의지도 뒤떨어진다고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에서도 가장 선도적으로 RE100을 달성한엡손의사례는국내기업이참고해야할모범사례로주목받고 있다. 다음은 김상무와 일문일답.
-많은 일본 제조기업 가운데 엡손이가장 먼저 전 사업장 탄소중립을 달성했는데, 탄소중립을 포함해 친환경을중요시하는이유는무엇인가.
“친환경은 엡손의 핵심 경영가치다. 그 어떤 것도 친환경보다 우선순위가 낮다. 일례로 엡손은 지난해 12월RE100 가입2년 9개월 만에한국을포함한 미국·유럽·중국·인도 등글로벌모든사업장에서사용하는모든에너지를재생에너지로충당하는데성공했다.
기업의핵심경영가치는 창업자가 회사를 만들 때 정하는 게 가장 효과가좋다. 외부인이들어와서강조하면조직문화와 잘 융화되지 못하고 어려움을겪는다. 반면 창업자가 친환경을 핵심가치로강조하면이후에도지속해서유지된다.
엡손은 82년 전 창업주인 야마자키히사오가회사를만들때부터친환경을핵심경영가치로 강조했다. 일본에서도손꼽히는 청정지대인 나가노현 스와호수에 자리 잡고 이 호수를 더럽혀서는안된다는것을직원들에게강조했다.
창업주가 물러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전환했지만,친환경을강조하는엡손의 철학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친환경은 엡손 임직원들의 몸과 마음에 자연스럽게 배어 있고, 이것이 일본 제조
업최초 RE100 달성이라는성과로이어졌다.
구체적으로 엡손의 RE100 달성 방법을 설명하자면 지역별로 조달 가능한 재생에너지를 파악해 공급망을 구축한 게 유효했다. 예를 들어태양광이풍부한필리핀에선공장에태양광패널을 대량 설치했고, 야자수 껍질 조달이용이한 인도네시아에선 바이오매스 방식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보했다. 해발고도가 3000m가 넘는 일본 나가노현 공장에는수력발전을통해재생에너지를공급했다.”
-엡손이 친환경·탄소중립 활동을기획할 때 주로 고려하는 요소와 그성과는.
“엡손은 주로 사업장 운영에 필요한
엡손,창업주부터친환경강조…일본제조업중먼저탄소중립
‘프로세스 오퍼레이션’ 방법에 중점을두고 친환경·탄소중립활동을 기획한다.현재탄소중립뿐아니라플라스틱재활용 등 재생자원 중심으로 공급망 개편에도주력하고있다.
이를 토대로 엡손은 친환경 기술을잇달아 상용화하는 성과를 냈다. 대표적인사례로출력시에도열이발생하지않는 ‘히트프리 프린팅’과 원단에 직접인쇄하는 ‘다이렉트 투 패브릭’을 꼽을수있다.
히트프리프린팅은기존 레이저프린팅방식과비교해열전력소비가10분의1 수준이다. 인쇄헤드에포함된 압전(피에조)소자의크기를마이크로미터단위로줄였기에가능한성과다.
다이렉트 투 패브릭 기술을 적용한엡손의디지털 텍스타일프린팅은 원단에 직접 인쇄함으로써 기존 아날로그방식날염대비사용하는 물, 에너지, 작한국엡손브랜드커뮤니티팀상무업시간을 크게 단축하는 친환경 솔루션이다.
기업들이제아무리‘페이퍼리스(종이없는)’ 환경을 강조해도 부득이하게 프린팅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엡손은기업에레이저보다는 히트프리프린팅을장착한잉크젯프린터를권장하고있다.
아직도많은고객이잉크젯프린터가레이저프린터보다늦다고 생각한다. 사실과 다르다. 엡손의잉크젯프린터는 1분에70장을인쇄하며레이저보다빠른속도로 출력한다. 프린터 사용에 따른폐기물도 적게 나오고 고장도 덜하다.잦은인쇄로 인한 공기중 미세플라스틱증가우려도없다.
그런데도 프린터는 아무래도 종이를많이사용하다보니친환경이지못하다는시각이있다. 이에엡손은 ‘건조 섬유기술’을 활용해사무실에서다 쓴 종이를 새 종이로 바꿔주는 페이퍼랩 기술을 상용화했다. 친환경이기업에충분히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음을 기술로 입증한 사례다.엡손연구개발의대전제는어떤 기술을 개발하든 사회 문제 해결에도움이돼야한다는것에있다. 이점에서모든연구개발인력이친환경·탄소중립관련연구를한다고봐도 좋다.”
-다양한 친환경·탄소중립 활동으로엡손이 일본·미국·유럽 등에서 얻은경영상 성과는.
“RE100을 달성했다고 해서 당장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나진 않았다. RE100을 달성했다고유럽등이어드밴티지(이점)를 주는 게아니기 때문이다. RE100을 주관하는 더클라이밋그룹도RE100을 달성한것을기업이미지홍보에만 사용할수있도록하고 제품프로모션등에활용하도록허가하지않는다.미국의경우 이번대선결과에따라 친환경·탄소중립으로 이점을 얻을 수 있을지판가름날 전망이다.
다만 친환경 제품의 전 세계 매출은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히트프리잉크젯프린터의성장세가 두드러진다.”
-RE100 달성 이후 엡손이 목표로하는친환경계획은어떤것이 있나.
“모든 환경 전문가가 지구온난화의가장 큰 주범으로 탄소배출량 확대를꼽는다.이문제를해결하려면기업들이앞장서서탄소 네거티브를추진해야 한다. 탄소 네거티브는 탄소 배출량보다탄소흡수량을더많게해서중립(제로)을넘어마이너스를만들려는행보다.
엡손은 2050년까지 전 세계 사업장에서탄소네거티브를달성하겠다는목표를 세웠다. RE100 달성도 탄소 네거티브를향한중간과정이다.
탄소 네거티브 실현 가능성을 두고엡손 내에서도 많은 의견이 오갔다. 기업 성장을 위해 제품 생산량을 늘리면그만큼탄소배출도늘어나기때문이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를 막기위해서라도 탄소 네거티브는 반드시 달성해야한다. 엡손은 이를 위해 비즈니스 모델(BM) 자체를 바꾸는 극단적인 가정까지내부에서하고 있다. 그만큼탄소네거티브에관한의지가강한 것이다.”
-엡손글로벌사업외에한국엡손차원에서 기획·실행한 친환경·탄소중립활동은.
“지난해 두바이에서열린 COP28 행사에서 조사한 결과 사람들은 대부분정부와 기업이진행하는 캠페인을 통해친환경을 의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에한국엡손은이용자들이친환경을인식할 수 있도록 관련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을 기업의 의무라고 보고 ‘디테일포 투모로우(Details for tomorrow)’캠페인을 4년째 전개하고 있다. 엡손이기술을통해지속가능성을 실현한다는것과 소비자가 친환경을 의식해서제품을선택해달라는메시지를전하고있다.
국내 기업과 친환경·탄소중립 관련협업도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국내모대기업그룹사로부터탄소절감관련컨설팅 요청이 들어왔고, 이에 한국엡손차원에서 사업장 내 탄소절감을 위한기술과제품을지원하기로 했다.”
-엡손이 친환경·탄소중립을 하면서어려웠던점은.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다. 탄소중립에는 비용이 들고, 기업관점에서최대한효율적으로탄소중립을달성하는게앞으로큰이슈가 될 것이다. 엡손은앞에서말한것처럼지역에특화한재생에너지 조달로 RE100을 달성할 수 있었다. 앞으로 일본에 바이오매스 공장을지을계획도갖고있다.
국내에 한정된 문제이긴 한데, 친환경·탄소중립을 강조하는 기업은 많지만연단위탄소배출량 변동 등 관련데이터를 진정성 있게 공개하는 기업은 드물다. 미국·유럽 등에선 친환경요소가적은데도친환경활동이라고포장해홍보하는 ‘그린워싱’에 대한 규제가 커지고 있다. 소비자도 이에맞춰진실로 친환경·탄소중립을 실천하는 기업의제품을 우선 구매해야 기업들도 경각심을갖고 친환경·탄소중립을 핵심경영가치로삼을것이라고 본다.”
레이저보다잉크젯프린터·건조섬유기술로종이재활용상용화탄소배출량보다흡수량더많은탄소네거티브2050년달성목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