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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증원반대’집단행동의정당성판단­기준은

- 장영수고려대법학전문­대학원교수

최근 의사들의 집단행동과 관련하여 국민들의불편과 불만, 불안이매우심각해지고­있으며, 그정당성논란이뜨겁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정당한 것으로 평가되기위해서는세가­지조건을갖춰야 한다. 첫째, 집단행동의 이유가 정의로운 것이어야 하고, 둘째, 집단행동의절차와 방식이정의로운것이어­야 하며, 셋째. 집단행동의결과 발생하는 환자들의피해에대해충­분한 고려를 통해최악의사태를막을­수있도록해야 한다.

그러나 환자를 포함한 국민과의소통 없이집단행동을 강행했다는 점에서 둘째 조건을갖추지 못했고, 집단행동의결과 죽어가는 환자들이나오고있다는­점에서셋째조건도갖추­지 못했다. 그리고 첫째조건에대해서는 논란이계속중인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의사집단행동의 출발점인 의대 증원의 정당성 여부는어떻게보아야할­까?

헌법제15조는직업선­택의자유를규정하고있­지만, 일부 직업에 대해서는 엄격한 제한이인정되고 있다. 공익성이 크고, 인력수급에대한 국가적관리가 필요한 직업에대해서는 임용시험, 자격제한 등으로 직업선택을 통제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공무원, 교사, 의사, 약사,변호사등이다.

의대 정원을 국가가 관리하는 것은 서구의선진국들도마찬­가지이며,그기준은국민들에게 제공되는 의료서비스를 어느 수준으로 할것인가에 대한 중장기적 판단이다. 이로 인하여의사가 되고 싶은사람들가운데상당­수가의대문턱을 넘지못해좌절하는 것은이른바주관적사유­에의한 직업선택의 자유에대한제한이지만,정당한것으로인정된다.

의대 정원의 증감은 국민에 대한 의료서비스의수급과 관련된 것이며, 의사들의직업적이익을 보호하기위한 것이 아니다. 이를 위한것이라면, 의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직업선택의자­유 제한이정당화되지못할 것이다.이러한 문제는 이미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법학전문대학원제도를­도입할당시변호사들의­반대와관련하여충분히­논의된바 있다.

그러므로 의대증원에대해무조건 반대하는것은정당하지­않다. 의대증원이국민에대한 의료서비스 개선에 도움이 되지않는다는점이설득­력을 가질 경우에만 정부의의대증원이재고­될수있다.

의사협회의 주장에 따르면 저출산으로 인하여의사의수요가 줄어들 것이며, 의대증원은 10년 후에야 효과가 나타날 것이고, 의사 1인당환자진료율이O­ECD국가 평균보다훨씬높기때문­에의사 숫자의단순비교로 의대정원의증가를정당­화하기어렵다고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는 중요한 허점이있다. 저출산과 고령화의효과가 동시에나타날때, 의료서비스수요에미치­는영향이더큰쪽은 후자이다. 물론 그것이단순히고령화의­영향인지, 국민건강보험의 확대로 인한 것인지,국민소득의향상에따른 것인지는 정밀한 분석이필요할 것이다.

의대증원의효과가 10년 후에나타날 것이기때문에증원하지­말자는 얘기는, 10년 이내에세상이망하지않­는 한, 타당하지 않다. 중장기적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라면 오히려 더서둘러야하는것이 맞다. 똑같이저출산문제를 겪는일본에서의대증원­을 계속하는 것도같은맥락이다.

의사 1인당 환자 진료율이 높다는 것은 대한민국 의료서비스가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열악한 상황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를 전제로 의대증원을 반대할 것이 아니라, 의료서비스의개선을 위해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것이올바른태­도일것이다.

과거독일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이후 국가재건과정에서도로­와각종 공공시설, 주택등을 건설하면서정확하게수­요예측을 한 바있었다. 그런데당시의예측이크­게빗나갔던것이 주택수요였다. 출생률을 고려한 인구의증감, 인구의사회적이동, 외국인노동자의유입에­대해서까지충분히고려­했지만,생활양식이달라지면서 1인 가구가 크게 증가할 것은 예상하지못했기때문이­었다.

우리의 의료서비스 및 법률서비스에 대한수요도이와유사한­점이있다. 과거경제적어려움 때문에웬만하면병원대­신에약국을가고,변호사를찾는대신에사­법서사를찾던시기와 선진국이 된 오늘날 대한민국 국민들이기대하는 서비스의수준은 계속 달라지고 있다. 더욱이국민건강보험이­보편화되면서기대수준­은더욱높아졌다.

물론그로인한과잉진료­문제도있고, 의료수가의 적정성 문제도 있다. 그렇다고 국민들에게의료서비스­의수준을 낮추겠다고 할 수있을까? 과잉진료의 해소를 위해 불가피하게발생하는 불편을 국민들이 양해하도록 설득하는것은 가능하겠지만, 서비스 수준을낮추겠다고 하면-IMF외환위기와 같은 극단적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한- 국민들이 납득할 수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서비스의 양적⋅질적 개선을 요구하는 국민의목소리를 외면하는 주장을 논거로 내세워의대증원을반대­하는것은 설득력이없다. 차라리적절한 증원규모에대해합리적­대안을제시하는편이낫­다.

다만,의과대학의현재교육역­량을문제삼아서의대증­원에반대하는 것도 설득력이없다. 국민에대한 의료서비스의강화를위­해필요하다면 교육 역량 보완을 전제로 증원하는것이옳기때문­이다. 또한, 그판단은전공의나의대 교수들이아니라 대학 당국에서 내려야한다. 그동안 여러대학들이증원을 신청했던것은 이런고려없이했다고 보기는 어려운데,왜 의사협회에서는 의대 교육의 부실을 우려하는것일까?

일부 의대교수들의집단 사직움직임에대해서도 많은 우려가 있다. 제자들을 보호하기위해집단 사직을 감수한다고 말하지만, 국민들은 그렇게느끼지않는다. 결국 의대교수들마저국민과 환자를먼저생각하는 것이아니라 집단 이기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생각하는 것이다. 과연그렇지않다고 단언할수있는가?

집단행동의이유도 정당하다고 볼수 없고,그 절차나 방법도 정당하지 않고, 그 결과에대해서도의사로­서의책임감을찾기어려­운이번의사 집단행동이도대체어떻­게국민을 설득할 것이며, 환자들의 희생이 계속될 경우에그무거운책임을­또어떻게감당하려하는­가?설마 환자들의희생을 밑거름으로 정부를 굴복시키려하는것은아­니기를간절히바란다.

저출산에의사수요줄어­든다?…늘어나는고령층대응더­시급1인당환자진료율­높다고?…열악한의료서비스개선­고민부터의대교육부실­문제삼은것도설득력없­어…집단이기주의우려

 ?? [연합뉴스] ??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에 ‘준비 안 된 의대 증원,의학교육 훼손한다’라고 쓰인 손팻말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에 ‘준비 안 된 의대 증원,의학교육 훼손한다’라고 쓰인 손팻말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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