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위한정치이고,무엇을위한정치인가
내홍과 파동으로 요동친총선공천이끝났다. 지역구의후보가세번이나 바뀌는가 하면,실세의항의로비례대표순번이다음날바뀌었다. 심지어후보등록마감이지나고도공천을취소하고정당의지역구후보가사라졌다.원칙도기준도애매한공천의결과로과연어느당이웃게될까?총선이끝나면이땅에는‘정서적분단’상태에서‘심리적내전’이종료되고정치적평화가찾아올까?아직은요원해보인다.
원칙없는공천에모호한결과
먼저공천을간단하게평가해보자.정치초보한동훈비상대책위원장이지휘한집권당의공천은별다른특색이느껴지지않았다. 그의등판은대통령내외의리스크관리와자신의미래권력창출이라는두개의목표로 설정됐다. 내홍을최대한줄이면서김건희특검법이저지되자마자영남권텃밭에서시스템공천·혁신공천을시도했지만,선명한기조와비전없는공천은참신하거나특별한느낌없이무미건조하게끝났다. 그사이에상대를비난하고조롱하는그의특유의어법과제법멋스러운패션스타일이그를평가하는요소로등장했다.후진적인정치문화의단면에쓴웃음이나올뿐이다.
제1야당의공천은당내주류교체의과정이었다. 소위‘개딸’의 지지를업은비주류이재명대표는공천을통해유감없이권력을휘둘렀다. ‘비명횡사’는권력의비정함과무상을동시에드러냈고, 정치적생명력이다한 586세대의 적잖은정치인을퇴출하는역사적순간을연출했다. 586세대에 대한한동훈의비난이이재명의손으로실현되는아이러니였다.과거의정치적약속은무시하거나궤변으로감추고,친명체제구축에온갖힘을 쏟았다. 대선패배의방어막으로손에쥔당권이방탄국회를통과해다음대선까지그를지켜줄지궁금한대목이다.
제3지대에서는 혼돈의 상태에서 불나방처럼한탕 권력을 노리는 무리의이합집산이펼쳐졌다. 그러나 개혁신당의공천을 주무른 김종인의영향력은 여론의관심 밖이었고, 이낙연의좌충우돌은 제3지대의 신선도를 떨어뜨려오히려양당체제를 강화하는 역효과를 불렀다. 그와중에조국혁신당의돌출은예상밖이었고, 현정권의실정을응징할가장강력한대안세력으로서 주목을 받았다. 대한민국 정치의생동감이다시한번와닿았다.
어느 쪽이 승리할지 도무지알 수 없다. 어쩌면 이 국면에서 승패는 부차적일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승리해도 대한민국 정치는 회생과 진화의여지가 별로 보이지않는다는 우울한전망 때문이다.증오와복수심으로가득찬공천판에서 정치의 본령으로서 정책 대결은완전히 사라졌다. 국내외에서 대한민국의 망조를 예견하는 경고음이터져 나오지만, 초저출산과 인구감소, 지방소멸, 기후재앙 등다양한 현안을 다룰인재확보는 공천과정에서공론화되지 못했다. 나아가 웬만한 국민은 사과한알도선뜻장바구니에담지못할만큼물가가 치솟고 경기침체로 청년 고용이얼어붙어도 정치권은 상대를 비난하기에 급급하다. 누구를 위한 정치이고 무엇을 위한 정치인지유권자들은묻는다.이대로망해도괜찮은가?
비례대표순번에연금전문가외면
현 정부는 3대 개혁을 추진했다. 노동개혁,교육개혁, 연금개혁이그것이다. 개혁의궁극적인목표는 사회적갈등의경감과 해소에있다.다음 국회에서도 다시 논의될 사안임이 자명하다. 그렇다면 전문적인 소양과 사회적갈등해소를위한정치적역량을겸비한국회의원이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예를 들어양당이연금개혁에 의지가 있다면, 비례대표 순번에 연금전문가를 배치하는 전략을 보여줘야 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30번 내에 연금전문가는 없다. 국민의힘의 경우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서 현 정부 초대 사회수석을 역임한 안상훈 교수가 있을 뿐이다. 연금개혁은여야가당위성을논하는정치사안이건만양당이전혀준비하지않는상황을보면다음국회에서도기대하기어렵다.필자의전망이너무비관적인가.
노동개혁의경우에도마찬가지다.현정부가시도한 정책들을 돌아보고, 앞으로 노동개혁의전망을따져보면역시그리밝지않다. 노동개혁의적임자들이국회에서민의를 수렴하고정책을 개발하는 미래가 쉽게 그려지지 않기때문이다. 미래를 대비하는 전략이부재한 정치가 국민의 삶을 편안하게 행복하게 하기는불가능하다.
반면교사로서독일의사례를 보자. 1980년대독일은 격변기를 맞았다. 폴란드의자유노조 시위, 소련의개혁과 개방 정책등 80년 초중반부터사회주의권이 요동쳤고, 불과 몇년뒤 1989년에 사회주의권 전체가 붕괴했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이미 1970년부터 사민당정부가통독의길을 열었지만, 1982년 총선에서 보수적인 기민당 정권이 들어섰다. 그렇지만 헬무트 콜이이끄는 기민당 정부는 정책의연속성을 유지했다. 콜의 내각은 디트리히겐셔같은 자민련의 노련한 외교가를 끌어안고 통일정책을 꾸준히 이어갔다. 물론 통일정책에는 외교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가 일사불란하게협력관계를유지해야 했다. 그중에서도노동정책의 일관성이 필자에게 눈에 띄었다.노동정책이야말로동독국민의삶에직접적으로영향을미치는분야였기때문이다. 집권초기부터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 기민당 노동전문가 노베르트 블룸은 통일 이후에도 장관직을 수행함으로써무려16년간 콜 내각을 지키는모습이인상적이었다.
같은 맥락에서우리정부의초저출산과 인구감소 문제 및 교육개혁도 마찬가지로 아득하다. 20, 30대 청년과 특히여성이 배제된 국회에서초저출산문제는여전히경제적인관점으로만 부각된다. 아이를 낳으면지급하는 현금 세례가 언제까지 유용하다고 억지를 부릴지두고 볼 일이다. 50, 60대 남성이장악한국회에서문제의해결책을기대하기는어려워보인다. 그들은 20, 30대청년의삶을이해하지도못하거니와그들의미래를제시할정도의지혜와역량을갖추지못했기때문이다.
교육개혁 또한 마찬가지다. 교사가 배제된교육개혁은영원히미제로 남는다. OECD 회원국가운데학생의행복도는 꼴찌,자살률은단연 1위. 학생이교사를구타하는 교실, 교사가민원때문에자살하는 나라. 늘봄으로학부모의부담을 덜겠다는 교육부의발상에교사들은 기겁한다. 문제의근원을방치한 채, 생색내기에여념이없는 교육부 당국의행태에절망이고개를 든다. 그렇지만교사들은정치적해결능력을스스로발휘하지못한다. 정치적중립성의 원칙아래교사들의 피선거권은 제한되기때문이다.이질곡을풀지못하는한교육개혁은연목구어에그칠것이다.
증오하기보다국민의삶살펴라
지금우리의삶에큰영향을미치고있는개혁과제를 해결하리라는 아무런 전망도 없는국회에 우리는 무슨 기대를 걸까? 대통령 탄핵, 김건희특검법의재발의, 한동훈딸의전면수사?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증오와 복수의반복으로그치면희망은 없다. 새국회는국민의삶과국가의안위를살펴야 한다.그래서필자는 새국회가 민의의전당으로서국회의기능을 회복하는 새로운 디딤돌이 되기를 간절히바랄뿐이다.
우리앞에는 절체절명의 국가적, 민족적과제들이산적해 있다. 한반도 평화의정착과 동아시아 전쟁 방지, 산업체제의 대전환에 대비하는한국기업을위한지원전략,사회적불평등 해소와 빈곤계층의지원 방안, 비수도권지역의공동화현상과그에따른인구유출및경제생활의 침체를 치유하는 획기적인 대책 등그 어떤 사안도 하나같이 만만치 않다. 서로비수같은독설을날리고험담하며싸울시간도 아니고 계제도 아니다. 아이들이 죽어가고,노동자가 죽어가고, 대지가 죽어가고, 아이를낳지않고, 서로를돌보지않는삭막한사회가되어가고있기때문이다.
국회가 아니면어디서도 해결할 수 없다. 이첨예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할 능력도 자격도국회가 아니면 없다. 따라서대화하고 타협하는 국회로 전환하지않는 한, 대한민국의미래는없다고단언한다.
프랑스에서연금개혁으로 몸살을 앓을 때,마크롱 대통령은 의회에서 야당과 설전을 벌였다. 오바마가 이른바 오바마케어를 도입할때, 그의화려한언변은 의원들과 토론에서빛났다. 메르켈은 때로는 보수연정, 때로는 대연정을통해16년 동안통일독일을이끌었다. 그비결은 단연국민을 위한 정치를 지향하며야당과대화와 타협을통한정책구현에있었다.그와는 반대로,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 정부가어떠했는지우리는 잘알고 있다. 대화를 거부한 정치가 미국 정치사에서 초유의 의회폭동사태로귀결된것은결코우연이아니다.
서로의정책을무조건반대하며몸싸움을벌이는동물국회,보이콧을일삼는식물국회에국민은 진절머리가 난다. 국가적으로 얼마나 큰손실을 초래하는가? 그러나 우리에게는 여야합의로국회선진화법을제정한이력이있다. 대화와타협은결코남의나라얘기가아니다. 22대국회에서는품위있게토론하는민주주의의전당을볼수있기를국민으로서바란다.
정부가추진하는노동·교육·연금3대개혁에국회는개선의지있는건가한반도평화·동아시아전쟁방지·산업체제전환대비등다른문제도산적이대로면국가적손실막대…타협하는민주주의의전당언제볼수있을까
△국립안동대 사학과 교수 △독일 보쿰 루르대학(Ruhr Univ. Bochum)에서 서양중세사로 박사학위 취득 △(전) 한국중세사학회 회장 △컬럼비아대 해리먼 연구소 방문교수△교수신문논설위원